즐거운 취재, 찜찜한 취재
즐거운 취재, 찜찜한 취재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10.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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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10월호를 준비하면서 즐거운 취재가 많았습니다.

<젊은리더>의 바텐더나 <삶의현장>의 여성버스기사, 두 꼭지 모두 아주 재밌게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 기사 다 특정 직업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들만의 ‘어두운(?)’ 일면을 파헤쳐보려고 애썼지만, 일 자체를 즐기고 보람을 느끼며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해피 에너지’의 높은 장벽을 허물긴 역부족이었습니다.

반면 취재차 금속노조 주연테크지회를 방문했을 땐 왠지 모르게 안타까움이 남았습니다. 브랜드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열악한 생산직 직원들의 노동환경과 답이 안 나올 정도로 꽉 막힌 노사대립을 보고 듣고 돌아오면서 마음속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컴퓨터와 관련된 직종이라면 어쩐지 세련되고 깔끔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이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취재하는 상황에 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뒤 맥락을 정확히 짚고 내용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려는 노력이야 일부러 외면할 필요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감정적으로는 동화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감수성이 무딘 편이지만 저는 굉장히 순진한(?) 구석이 있어서 특정 상황이나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동일시하기 시작하면 정신 못 차리고 자기연민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기 일쑤입니다. 사담입니다만, 가능하면 슬픈 영화를 안 보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입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엉망인 채로 지내야 하거든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고수한다’는 구태의연한 수사가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새삼 생각해 봅니다. 사실 제일 어려운 것은 일상 속 소소한 것들에 스며있는 것 같습니다. 무심히 지나치게 되고 아무렇게나 휙 팽개치고, 그립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은 그런 것들에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