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표자의 단협 임의 체결은 유효
노조 대표자의 단협 임의 체결은 유효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10.0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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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대표자는 단협 교섭 및 체결 권한까지 가져
상무위원회·조합원 총회 등의 인준을 규정한 규약은 위법

법무법인 광장
Q.

A기업 소속 근로자들로 조직된 B노동조합(이하 ‘본건 노동조합’)의 규약에 의하면 노동조합 대표자는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하고 그 결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반드시 상무집행위원회 및 조합원 총회에 보고하고 인준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2010년도 단체협약(이하 ‘본건 단체협약’)은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결과 합의된 잠정안이 상무집행위원회의 인준을 거쳤으나 조합원 총회의 인준을 얻지 않은 채 체결됐다. 이 경우 본건 단체협약이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

A. 

1. 사안의 쟁점

본건에서는 노동조합 대표자가 규약에 규정된 일련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그 효력이 문제된다는 점에서 동 대표자가 별도의 수권 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및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총회 등 내부 기관의 인준을 요구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규약에 의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2.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 관련 법리

가. 별도의 수권 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여부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의할 때 동 대표자는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원 총회 등으로부터 별도의 수권을 받지 않고도 당연히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동 규정은, 구 노동조합법(1996.12.31.법률 제5244호 노조법에 의하여 폐지된 법률) 제33조 제1항이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또는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라고 규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에게 단체교섭권한만 인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수권 없이 단체협약체결권한까지도 인정되는 것인지 여부를 두고 해석상 다툼이 발생하자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평가됩니다(정진경, “단체협약의 총회인준을 정한 규약의 효력”, 저스티스 33권 4호, 한국법학원).

즉, 구 노동조합법 시행 당시 주무관청인 노동부(현 고용노동부)는 위 ‘단체협약의 체결 또는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에는 단체교섭권한 및 단체협약체결권한이 포함되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던 반면, 일부 하급심 법원은 이를 단체교섭권만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총회나 대의원대회 등에 의한 별도의 수권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습니다(부산고등법원 1991.10.6.선고 91구1332 판결 등).

이에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하여 “구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의 단체협약의 체결 또는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을 할 권한 이외에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포함한다”라고 판시하여 노동조합 대표자는 별도의 수권 없이 단체교섭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위 하급심 견해를 배척하였습니다(대법원 1993.4.27.선고 91누12257 판결).

그리고 헌법재판소도 구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단체교섭권과 함께 단체협약체결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더라도 근로3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하여 대법원과 동일한 견해를 취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1998.2.27.선고 94헌바13·26, 95헌바4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이에 따라 노동조합 대표자가 별도의 수권 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관한 일련의 다툼은 정리되었으며, 동 판례의 취지는 노조법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나. 규약 등에 의하여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위와 같이 노동조합 대표자가 별도의 수권 없이도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규약 등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리적으로 단체협약체결권한의 인정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은 “노동조합 대표자 또는 수임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에 다시 그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조합 대표자 또는 수임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규정한 법 제33조 제1항의 취지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라고 하여 노동조합 대표자 등이 사용자와 합의하여 단체협약안을 마련한 후에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한 규약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위 대법원 91누12257 판결).

그리고 이러한 견해는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3.5.11.선고 91누10787 판결, 대법원 1995.3.10.선고 94마605 결정, 대법원 1998.1.20.선고 97도588 판결, 대법원 2000.5.12.선고 98도3299 판결 등).

반면, 위와 결론을 달리하여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하려는 헌법 및 구 노동조합법 내지 노조법이 지향하는 노동조합의 자주성, 민주성 그리고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은 규약에 의하여 단체협약의 체결 이전이나 이후에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그 효력을 부여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습니다(위 대법원 91누12257 판결의 배만원, 윤관 대법관 소수의견 참조).

그리고 유사한 맥락에서 노동조합 대표자가 교섭결과에 관하여 조합원총회의 의사를 묻는 것이 오히려 단체교섭의 취지에 부합하며, 동 대표자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대표자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결의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규약에 의하여 대표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습니다(김인재, “단체협약 인준투표조항”, 노동법연구 제3호,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1993년, 237면 이하 ; 정진경, 위 논문 참조).

위 견해들이 나름대로의 논리와 합리성을 가지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판례는 위 대법원 91누12257 판결 이후 일관되게 노동조합 대표자의 경우 별도의 수권 없이 단체협약체결권한을 가지고 있고 규약 등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견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개별 사안에서 단체협약체결의 적법성 및 그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 이러한 판례의 견해는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 소결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판례에 의할 때, 노동조합 대표자는 노조법 제29조 제1항에 의거 별도의 수권 없이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규약 등에 의하여 제한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노동조합 규약상 그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또는 체결한 이후에 조합원 총회이나 대의원대회 기타 내부기관의 인준을 거치도록 하고 이를 거치지 않은 경우 당해 단체협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면, 이는 강행규정인 노조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단체협약이 이러한 규약에 기재된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3. 본건에 대한 구체적 검토

제시된 사정에 의하면 본건 노동조합의 규약은 그 대표자가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결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반드시 조합원 총회 및 상무집행위원회에 보고하고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2010년도 단체협약의 경우 상무집행위원회의 인준은 거쳤으나 조합원총회의 인준 절차는 거치지 않았습니다.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별도의 위임을 받지 않더라도 단체교섭권한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규약에서 노동조합 대표자로 하여금 사용자와 실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그 내용이 적정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전체 조합원의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상무집행위원회 및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제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동 규약은 강행규정인 노조법 제29조 제1항에 위반되어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경우 주무관청인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의 규약이 노동관계법령에 위반되는 경우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는 노조법 제21조 제1항에 의거 본건 노동조합에 규약의 법률위반적 요소를 시정하도록 규약개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본건 노동조합은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동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행하여야 합니다.(노조법 제93조 제2호에 의하면 동 시정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의 이하의 벌금에 처하여지게 됩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본건 단체협약은 비록 규약에 규정된 조합원 총회의 인준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효력이 인정될 것으로 판단되며, 본건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로부터 규약개정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만약 본건에서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합의하여 단체협약안을 마련하더라도 조합원 총회 등의 인준을 거친 후 단체협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할 것임을 명백히 표명하자 A기업이 단체교섭을 회피하였고, 노동조합은 이를 이유로 쟁의행위를 개시한 경우 이러한 사용자의 행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성립 여부 및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위와 유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노동조합 대표자가 사용자와 합의된 단체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에만 단체협약을 최종 체결할 것임을 명백히 하였다면 노사가 단체협약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조합원 총회에서 이를 거부하여 단체교섭의 성과를 무로 돌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단체교섭 회피 또는 해태를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므로, 동 단체교섭 회피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에 대항하여 단행된 쟁의행위는 그 목적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8.1.20.선고 97도588 판결).

그러므로 이러한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A기업의 단체교섭 회피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에 대응한 본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