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들고 ‘똑똑’하게 ‘일’하기?
‘스마트폰’ 들고 ‘똑똑’하게 ‘일’하기?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10.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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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노동시장 형성 위해 팔 걷어붙인 정부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스마트워킹센터와 유연근무제 결합이 핵심
Close Up 왜 스마트워크인가… ① 스마트워크가 도대체 뭐야?

1997년 프랑스 월드컵축구 예선전 당시 차범근 감독은 ‘디지털 축구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 경기 내내 노트북을 보면서 선수들을 지휘하던 모습은 당시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수원 삼성 프로축구팀을 이끌고 K리그에서 2004년 우승, 2006년 준우승을 할 때도 경기 비디오와 선수들의 기량을 컴퓨터에 담아 분석 데이터를 만들었다고 하니 스마트축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이 같은 첨단기기를 통한 충격은 우리사회에서 일상처럼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카, 스마트오피스, 스마트키, 스마트TV, 스마트홈…. 바야흐로 스마트 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의 핵심은 기존과 다른 방식이나 기기를 이용한 효율성의 극대화. 혹자는 이를 두고 세상이 뒤집혔다고도 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도 평했다. 그러자 스마트하게 일해서 밥 벌어먹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스마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새 무대를 꾸미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 무대의 주연은 정부이며 연출은 행정안전부가 맡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무대를 설치하고, 공무원들이 조연과 엑스트라를 떠안았다.

 

ⓒ 봉재석 기자 jsbonh@laborplus.co.kr

스마트워크가 뭐지?

스마트워크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ICT)을 통해 기존의 사무실이라는 공간과 출퇴근이라는 시간적 한계를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가리킨다. 회사접속망을 이용한 ‘재택근무’와 자기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에 설치된 보안과 IT기반을 갖춘 ‘스마트워킹센터’에서의 근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모바일 이동업무’ 등이 현재 스마트워크로 분류되고 있다.

올해부터 국내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고 이를 위한 WiFi(무선데이터전송시스템) 이용지역이 늘어나면서 스마트워크를 통한 근무형태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그룹 차원에서 ‘엣지워크’ 캠페인을 통해 전 사원에게 회사 사내망과 연계가 가능한 스마트폰을 지급해 어디서나 업무처리가 가능토록 하는 모바일오피스를 구축했다. 또한 중소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연계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직원들의 스마트폰을 기업용 메일시스템과 연결해 이메일 처리 및 직원 조회, 결재 등의 업무를 처리할 있도록 모바일 데스크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사내에 실시간 메일중계센터를 운영해 직원이 스마트폰을 분실할 경우 자동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스마트폰 안의 주요 정보들을 원격으로 삭제토록 하는 보안시스템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장 내에 공용인터넷망을 설치해 와이브로 조선소를 설립, 직원들이 설계도면을 넷북이나 스마트폰으로 받아 점검 및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했다. 이 같은 업무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들 기업들은 회사라는 공간을 벗어나 자기 업무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효율성 높은 근무형태를 이루고 있다. 특히 파트타임이나 재택근무 등이 스마트워크와 단짝을 이루면서 새로운 근무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워크 확산은 국가 핵심사업”

그러자 정부도 스마트워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열린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보고회’에서 우리나라의 IT기술을 스마트워크에 접목시켜 저출산·고령사회 등의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고 민간기업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한다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가정보전략위원회는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을 세우고 2015년까지 전체 노동인구의 30%까지 스마트워크 근무율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따라서 정부는 올해까지 구청이나 주민센터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영상회의 등 첨단 원격 업무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워킹센터 2개소를 설립하고, 2015년까지 공공기관에 50개소, 민간에 450개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2015년까지 공무원의 30%, 민간기업 직원의 30% 이상이 스마트워크를 통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KT로부터 스마트워킹센터 구축사업을 수주해, 9월 초부터 도봉구와 분당 KT본사에 스마트워킹센터를 설립했다. 또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사 제도를 개편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선호도 조사를 통해 개인ㆍ업무ㆍ기관에 따라 다양한 근무형태를 마련하는 한편, ‘스마트워크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추진해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유연근무제는 스마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라며 “이 둘이 연계할 경우 공직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일과 삶의 균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스마트폰을 통해 사업장 밖에서도 일처리가 가능토록 하는 모바일 오피스를 확산시키기 위해 금년까지 WiFi 이용지역을 53,000개소까지 늘리고 IPTV나 스마트TV 보급을 통해 원격협업 환경을 구축키로 했다.

 

ⓒ SK텔레콤

녹색성장과 노동유연성, 두 마리 토끼 노린다

이처럼 스마트워크와 관련한 정부의 대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스마트워크가 지니고 있는 장점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서민을 위한 고용활성화라는 측면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스마트워킹센터 설립 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5월, 녹색성장위원회는 그린 IT 9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스마트워킹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직원들이 자전거나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임시근무지를 마련해 교통수단 이용 감축과 출퇴근시간 교통 혼잡 해소에 기여해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였다. 또한 노동자들은 출퇴근 시간도 줄여 교통비도 줄이고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지닌다고 위원회는 소개했었다.

실제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도 각각 ‘텔레워크센터’와 ‘스마트워킹센터’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문의 원격근무를 지원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전 기업의 절반 정도가 정보통신기기로 원격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암스테르담 주변에만도 100여개의 스마트워킹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정부의 고용전략 가운데 하나인 유연근무제도 힘을 받을 것이란 기대다. 지난 1월 21일, 정부는 제1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고용을 늘리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단시간 근무를 핵심으로 한 ‘유연근무제’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직업상담소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 탄력근무제 및 파트타임근무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내부 직원들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이에 대한 활용도가 낮아 사실상 실효성 없는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따라서 정부는 스마트워크 확산으로 다소 맥 빠진 유연근무제에 다시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워크는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는 특성상 당장 전 산업에 확대하기 힘들다. 그러자 정부가 먼저 타깃으로 삼은 것이 ‘공무원’이다. 대부분 공공기관 업무가 사무분야와 다름없어 정보기술을 통한 업무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에 대한 결과를 살피고 분석 및 평가하는데 가장 안성맞춤인 셈이다. 박진수 행정안전부 유비쿼터스담당 사무관도 “스마트워크는 육체노동을 하는 곳보다 지식정보사업분야나 사무분야에 맞춘 것”이라며 “현재 공공부문에 집중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1차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워크, 사업장 혁신에 도움 될까

반면 현재 정부의 스마트워크 촉진 정책을 바라보는 노사의 시선은 다소 회의적이다. 스마트워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도 한계가 있고 유연근무제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상황에서 시너지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차영순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실장은 “재택근무나 PDF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업종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소수의 인원들밖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스마트워크가 공공기관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총의 한 관계자도 “스마트워크는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근로자에게 도입이 용이한데 현재 이런 비정규직에 대한 기피현상이 강하다”며 “이로 인해 스마트워크가 기업부담을 가중시키거나 직업 안정성이 떨어져 근로자들이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노사의 회의적 시각은 스마트워크라는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차 때문이다. 정부는 스마트워크 정책을 통해 노동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고용 안정이나 생산성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가 스마트워크 정책을 단순한 유연근무제의 연장선상 내지 ‘정부의 실적내기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스마트워크의 모습은 상당히 달콤하다. 영국의 통신업체 브리티시텔레콤의 경우 2000년부터 육아휴직자를 대상으로 ICT를 이용한 탄력근무제 및 재택근무 등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결과 출산 후 복귀율이 47%에서 99%까지 증가했다. 또한 회사는 사무실 비용이나 직원 교통비 및 각종 잡비는 물론 그 밖에 직원들의 출퇴근 등으로 발생하는 환경부담관련 기회비용까지 합산해 연간 1조 원 가량의 비용을 절약했다.

지난 9월 15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스마트워크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브리티시텔레콤의 데이브 던바 매니저는 이 같은 성공사례를 소개하면서 “스마트워크의 성패는 조직원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에 달려있다”며 “이를 위해 노사가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워크가 과연 사업장 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스마트워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