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은퇴계획이 우선
돈보다 은퇴계획이 우선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0.0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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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에 얼마나 쓸 건가?
국민연금 기반위에 퇴직연금·개인연금 보완해야
Special Report 은퇴, 미리 준비하자…② 은퇴자의 재무준비는?

ⓒ 참여와혁신 포토DB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은퇴 이후 생활을 의존하는 수입원은 연금이다. 일부 은퇴자는 재취업을 통해 급여를 받기도 하지만 은퇴 이후 재취업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창업을 하는 경우에도 사업의 성공률이 떨어진다. 은퇴 전 30여 년 동안 일해 모은 돈으로 주택 등 부동산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은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부동산, 특히 주택의 경우 구입에 막대한 은행대출을 끌어들이는 것이 다반사기 때문에 자산이라기보다 부채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자금으로 몇 십억이 필요하다는 금융상품 광고는 어떤 괴리감까지 느끼게 한다. 결국 그리 많지 않은 연금이 노후자금인 셈이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연금만으로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기 힘들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금이 노후자금의 기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인생 목표부터 그려라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킨 보험회사의 광고는 당신의 은퇴 후 보장자산이 얼마냐고 묻는다. 어떤 광고에서는 은퇴 후에 10억 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때 ‘10억 만들기’라는 제목을 단 재테크 서적들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런 광고나 서적을 보면서 과연 내가 은퇴한 후에 얼마나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곧 눈앞에 닥친 문제들에 밀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노후문제를 미뤄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지금 30~40대에게 은퇴는 아직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은퇴를 앞두고 있는, 혹은 은퇴한 50~60대가 10~20년 전에 바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다. 눈 깜짝할 새에 은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은퇴라는 말을 대하면 풍족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을 우선 떠올린다. 누구는 전원생활을 꿈꾸기도 하고 누구는 이곳저곳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런 상상은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최근 광고에 자주 등장하면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말이 노후설계니 은퇴설계니 하는 말이다. 은퇴 준비는 자신의 은퇴 이후를 포함한 인생을 미리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 설계에 따라 은퇴 후 필요한 노후자금이 얼마나 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어느 시점에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이고 그에 따른 자금은 얼마나 필요할지를 설계하고, 그런 설계에 맞춰 지금 자신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계획하는 게 은퇴설계다. 은퇴설계에는 재무설계가 뒤따른다. 현재 자신의 재무상태를 점검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미래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계획하는 게 재무설계다. 이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재무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또 재무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도 노후설계서비스부라는 부서를 설치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제공하는 노후설계서비스는 재무상담을 기본으로, 일, 건강, 주거, 대인관계, 여가 등 각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각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은 전문기관을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위해 전국 각 지점에 노후설계서비스 업무를 담당할 직원과 강사를 각각 배치시켜, 부채관리나 금융상품 활용 등 현실적인 고민을 상담하고 있다. 또 노후설계를 왜 해야 하는지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노후설계서비스부 이여규 차장은 “특히 기업들은 노후설계 교육에 시간을 할애하는 데 인색한 편”이라면서 “준비되지 않은 노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는다면 이 같은 노후설계는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한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할수록 은퇴 후 생활도 더 풍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낮아

은퇴 후 삶이 설계됐다면 그에 따르는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월 평균 173만6천 원에 이른다. 연금제도는 그 목적이 노후생활 보장에 있는 만큼 노후자금 마련에 기본적인 수단이 된다. 연금은 대부분의 국민이 은퇴 이후에 고정적인 수입을 얻는 수입원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만 15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사회조사’에서는 노후준비 방법으로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이 국민연금(42.6%)이었고, 예·적금(21.0%), 사적연금(17.8%)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국민연금은 연금 지급액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결정되고,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다른 수단에 비해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 국민이 가입해야 하는 의무적 연금으로 그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수단보다 안정적이다.

특히 건물 등 부동산을 노후준비 수단으로 준비하는 경우 현금 흐름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국민연금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으로 지급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더구나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져, 이른바 ‘하우징푸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은행 융자를 받아 부동산을 구입했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자산가치는 줄어들고, 융자에 따른 이자부담까지 떠안게 돼 ‘집 가진 빈곤층’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만 60세가 되면 국민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나, 2013년부터는 매 5년마다 1세씩 수급개시 연령을 연장해 2033년부터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국민연금은 사망 시까지 평생 지급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연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고, 10년 미만일 경우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지급된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 지급액이 늘어나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반납금, 추납, 미납금 납부, 임의계속가입 등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마련돼 있다.

다만,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2.1% 수준에 머물러 충분한 노후생활 보장 수단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3층 보장 구조로 돼 있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기업이 지급을 보장하는 퇴직연금과 개인의 선택에 의해 가입하는 개인연금을 통해 은퇴 후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또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연금을 지급 받을 고령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베이비붐 세대 이후 저출산 경향에 따라 연금을 납부자가 줄어 연금기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도입 당시에는 소득의 7%였던 연금 납부비율을 현재 9%까지 인상시킨 상태다. 수급개시 연령을 연장시킨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퇴직연금, 보조적 노후준비 수단

국민연금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수급개시 연령이 만 60세로 정해져 있고, 점차 65세까지 연장된다는 점은 국민연금의 단점으로 지적된다. 정년이 60세에 이르지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퇴직연령과 수급개시 연령 사이에 소득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급개시 연령이 65세로 연장되면 소득 공백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는 것과 함께 이 같은 소득 공백 기간을 보완할 수단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다.

퇴직연금은 퇴직 후 바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 60세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에도 국민연금 수급개시 전까지 얼마간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지 않아 연금기금을 적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미 소득 공백을 경험하고 있는 은퇴자들에게는 보완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기존의 퇴직금에 비해 연금 형태로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과 선택의 여지가 열려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기업의 부도나 존폐여부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퇴직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의 퇴직금제도에서 중간정산으로 인해 퇴직 후 받는 퇴직일시금의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는 단점을 보완한 것도 장점이다.

반면 퇴직금은 퇴직 전 최근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호봉제 아래서는 일반적으로 임금이 꾸준히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에게 유리한 반면 기업에는 부담이 됐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퇴직금으로 한꺼번에 큰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퇴직연금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퇴직노동자의 퇴직급여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 외에도, 퇴직연금이 운용사의 운용실적에 따라서는 원금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확정기여형)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단, 이 경우 반대급부로 운용실적이 좋은 경우에는 원금보다 훨씬 큰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어 노동자에게 반드시 손해인 것만은 아니다. 또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규모가 작고 연금 수령기간도 5~10년으로 짧다. 따라서 은퇴 후 사망 시까지 전 기간을 보장하는 수단은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되,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을 보완하고 때때로 발생하는 행사에 사용할 가용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노조전임자로 일하기 전 퇴직연금영업을 했던 KDB생명보험노조 이병현 정책국장은 “점차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기업이나 정규직에게만 혜택이 열려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개인연금, 안정이냐 고수익이냐

개인연금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개인연금은 처음 가입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만, 필요한 경우 중도에 해약이 가능해 만기까지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개인연금은 금융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게 설계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따라서 개인연금에 가입할 때는 각 상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개인연금은 크게 소득공제가 되는 세제적격 상품과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 세제비적격 상품이 있다. 세제적격 상품으로는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펀드 등이 있고, 세제비적격 상품에는 변액연금보험, 연금보험, 변액유니버셜보험 등이 있다.

연금저축은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가 되는 대신 연금을 수령할 때 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되고, 소득공제 금액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된다. 연금저축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소득공제로 환급받았던 세금을 다시 납부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연금저축과 국민연금을 합해 300만 원 이상을 수령하게 될 경우에는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따라서 소득공제에 초점을 맞춘 상품으로 소득공제 혜택이 큰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운용기관에 따라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자산운영사의 연금저축펀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이 있다. 연금보험은 소득공제는 되지 않지만 예금자보호가 되는 상품이다. 또 안정적인 공시이율로 운용되므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도 주어진다. 반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심지어 공시이율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마이너스 수익이 나기도 한다. 안정지향적인 노후 소득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변액연금보험은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으므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만 보험사에 따라 원금보장 기능을 부가해 주기도 한다.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며,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연금의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채권에 투자하는 비중이 50% 이상으로,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변액유니버셜보험에 비해 일부 안정성도 가지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소득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20~30대 등 상대적으로 일찍 노후준비를 시작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90% 이상까지도 가능하다. 채권에 비해 변동이 큰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위험이 크지만 수익도 큰 상품이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고 원금보장도 되지 않지만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운용기관의 사업비가 다른 연금 상품에 비해 높다(보통 10% 이상)는 점이 단점이다. 변액연금보험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소득을 원하는 사람이나 상대적으로 일찍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이처럼 다양한 개인연금 상품이 있지만, 이병현 정책국장은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기본은 ‘안분’에 있다”고 강조한다. “은퇴 시점에 얼마만큼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자금을 사용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은퇴자금을 고려할 때 기본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의 언급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은퇴준비는 은퇴설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