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부서,노무부서 담당자가 말하는 혁신활동 '딜레마'
혁신부서,노무부서 담당자가 말하는 혁신활동 '딜레마'
  • 승인 200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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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시스템 동시에 변해야 경영혁신 성공한다

중간관리자 육성, 각부서간 협조 강화 필요

 

불신과 무관심의 덧에 걸린 ‘혁신활동’의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기업의 혁신부서, 노무부서 담당자들 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기업의 경영혁신과 노사관계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들은 △무관심과 불신의 원인 △혁신활동과 노사관계 사이의 간격 △전사적이고 시스템적인 혁신 추진의 걸림돌, △ 각 담당부서 입장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고 현장감 있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토론 참석자 (가나다 순)

 

사회_ 박천석 동무아남 반초에 경영혁신팀 상무

         (SERI 포럼 '경영혁신 실무연구회 시삽)

감성근 쌍용자동차 인사제도팀 차장

강동식 현대자동차 경영혁신추진팀 '변화관리' 과장

김정기 (주) 오리온 경영지원부문 HR팀 부장

이덕재 대림산업 (주) 기획실 전략기획팀 차장

무관심과 불신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고 생산현장에는 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었다. 그러나 토론 참석자들은 “문제점을 뒤집어 보면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며 생산현장에서부터 작은 실마리를 찾아나갈 것을 제안했다.

 

 

 

 

쟁점 하나. 무관심과 불신, 대체 왜?

 

박천석 _ 동부아남반도체 경영혁신팀 상무
박천석  경영혁신 추진자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참여부족과 불신 문제인데요, 이런 문제들이 너무 견고해 보인다는 겁니다. 어디에서부터 이런 문제가 생겨났는가를 첫 번째 토론 주제로 잡았습니다.


김정기  제 생각에는 추진부서에서 혁신을 적용받을 대상에게 향후에 우리가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목적은 뭔지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 일방 추진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 관심사는 ‘혁신이 추진되면 나한테는 어떤 변화가 있나’인데 이걸 충분히 설명하고 공유할 사전 준비작업이 너무 없어요.
두 번째로는 혁신을 추진할 때, 현업이나 타부서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한데 담당부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자세가 아니고 상당히 통제적이고 지시적인 태도거든요. 그렇게 하다가 막히면 ‘회장님 지시사항이다’(웃음), 이런 식이죠.
또, 새 제도가 적용되면 기존 제도와 바뀐 제도 사이의 충돌이 있는데, 이게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기득권을 침해당하는 쪽에서는 바뀌는 제도에 대해서 불신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목적과 방향이 공유되지 않는 혁신이 문제다


감성근  경험상 보면 역시 가장 많은 반응이 “경영혁신을 통해서 뭔가 바뀐 게 없다”, “어? 이거 몇 년 전에도 한 건데 똑같이 하네, 왜 하지?”라는 겁니다. 결국 혁신의 구체적 성과가 없다는 건데, 직접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고 그것이 또 회사 경영성과에 얼마나 반영이 됐느냐 하는 실체가 없는 거죠.
물론 그 뒤에는 경영혁신의 시작 자체가 현장이나 미들라인에서 올라가서 다시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탑다운’ 식이라는 문제가 있죠. 또 외부 컨설팅사와 함께 추진하게 되는데 대개가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대회’를 하고 거창한 구호로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혁신 주체나 담당자들이 보기에는 이 컨설팅들이 다 ‘말 바꾸기’ 수준으로, 대동소이한 내용과 실천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불신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강동식  현업의 말을 들어보면 “TQC고 뭐고, 안 해본 게 없다, 다 해봤다, 그런데 이벤트성 행사처럼 되어 있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결국 이노베이션이 지속적이지 못한 게 문젠데, 알고 보면 이건 직원들 생각만은 아니에요. 앞에 감 차장님 지적처럼 수순이라는 거, “컨설턴트가 또 들어온다, 이거 뭐 또 새 프로젝트 시작된다, 그 다음은 뻔하다” 직원들도 그렇게 느끼지만 놀랍게도 경영진도 그걸 느낀다는 거죠.
저는 무관심과 불신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무관심은 “아 이거 또 하는구나”, 하는 데서 나오는 거고 불신은 기대를 했는데 기대한 만큼 결과가 없으니까 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무관심보다도 불신이 더 문제라고 봐요. 거기에 근본적으로 노사간 불신이 뒤엉켜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거죠. 현장에서 작은 거 하나라도 바꾸려면 결국 노사관계 속에서 풀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불신이 더 문제라고 봐요.


“이건 내가 말한 문제도 아니고 내가 말한 대안도 아니에요”


이덕재  혁신이 성공하려면 전 직원이 공감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추진부서는 참여를 위한 솔루션을 마땅히 찾지 못하고 결국에는 프로젝트 일정에 쫓긴다든지 아니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조직혁신도 ‘꿈’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 꿈이란 게 대부분 아예 제시를 안 하든지 너무 허황되게 제시해서 설득력을 잃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혁신추진팀도 그렇고, 그것을 가지고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인사노무부서도 그렇고 일정한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혁신활동이 추진됨에 따라서 개인들이 이렇게 저렇게 활동을 하게 될 텐데, 그것이 회사 전체의 방향과 전략에 비춰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 거고, 성과 및 조직가치 향상과는 어떻게 연결되느냐.” 이런 그림, 그래서 궁극적으로 혁신이 성공하면 어떻게 기업 문화가 변해서, 우리 전체 구성원은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게 될 거라는 구체적 밑그림을 그려 보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천석  저는 경영혁신을 가정에 비교하거든요. 공부 안 하는 자녀를 위해서 가정교사를 쓰고 좋은 학원 있으면 보내고 그러는데, 정작 당사자인 애들은 공부할 마음이 없거나 공부할 방법을 몰라요. 학원이나 가정교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혁신도 마찬가진데 즉, 문제의 시작이 종업원들에게 있다면 해답도 그네들이 가지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영혁신은 탑다운 식, 외부에서 잘했다고 하면 ‘빨리 접목시켜라’는 식이고, ‘탑’의 지시에서 시작하면 구성원들은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죠. 자기가 말한 문제도 아니고, 자기가 말한 대안도 아니기 때문에.
첫 번째 주제에 관한 여러분 의견을 종합해 보면 첫 번째로 문제의식의 공유, ‘경영혁신을 왜 해야 하느냐’가 필요하고 다음으로 그에 따른 목표와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목표와 목적에 기반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무관심과 불신의 원인을 끊임없이 찾아 제거해 나가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쟁점 둘. 혁신활동이 오히려 노사갈등을 부추긴다?

 

박천석  두 번째 토론주제는 혁신활동의 무관심과 방해요소, 특히 이로 인해 노사 불신이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감성근 _ 쌍용자동차 인사제도팀 차장
감성근  혁신도 여러 측면이 있는데 어떤 측면이든 경영자 입장에서는 역시 목적이 효율성 추구 아닙니까. 그러다 보면 지금까지의 행동, 감독방식, 관행, 근태관리 등 전과는 다른 방식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요. 그러면 여기서 노동조합이 등장하거든요. “이거는 노동 강도 강화고 통제다”, 항상 생산현장에서 보면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대의원들이 “현장을 카메라 가지고 찍는데 이거 뭔 일인지 알아봐라” 그러면 노무 담당부서로 전화가 옵니다. 그러면 담당부서는 설명하기 바빠요.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현상파악 단계부터 차단되고 말지요. 결국은 컨설턴트들이 손들고 나갑니다.


제도 혁신 관련해서는 자기 이익, 예를 들어 임금제도 바뀐다고 하면 자기 이익에 얼마나 플러스 요인이 있느냐 가지고 따집니다. 실제로 기간을 두고 체험해 보고서야 받아들입니다. 그 저변에 깔려있는 것도 바로 불신이죠.

 

노사불신 제거·혁신활동 성공, 열쇠는 중간관리자가 쥐고 있다


이덕재  <참여와혁신> 10월호에서 정리한 ‘혁신의 덫 8가지’가 다 현장에서 피부에 와 닿는 문제인데요, 저는 역시 핵심은 현장에 있는 관리자다, 왜냐하면 경영혁신이라는 게 CEO가 다 할 수는 없을 거고, 추진부서가 활동하는 데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현장관리자가 움직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현장에 있는 관리자들을 이해시키고 같이 고민을 공감하도록 하는 노력이 상당히 부족하거든요. 추진부서는 프로젝트 완성에 매진하다 보니까 시간도 부족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경우가 꽤 있어요.

 

“관리자들은 나름대로 직장생활도 좀 했고 그러니까 우리가 한마디 하면 이해할거야” 이런 건데, 이거 완전히 오해에요. 현장에 있는 관리자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서 관리자들이 단지 추진팀에서 얘기하는 방향, 혁신도구에 대해서 이해하고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 혁신이 우리 회사와 직원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스스로의 언어로, 현장의 언어로 전달하는 수준까지 관리자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강동식 _ 기아자동차 경영혁신추진팀 변화관리 과장
강동식  직원들과 얘기해 보면 이노베이션이 성공하려면 노사관계, 좀 더 넓혀서 회사와 종업원과의 관계, 이게 분명히 회복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뭔가 시스템을 하나 새로 들여오더라도 잘 안 되니까 경영진은 “시스템이 문제냐”하고 묻거든요. 그러면 시스템 개발자는 “시스템은 아무 문제없다,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렇게 나오죠, 또 다른 쪽에서는 “이거 뭔가 데이터가 엉켜 있다” 이렇게 나오고. 이렇게 되면 벌써 문제가 굉장히 복잡해지는 거예요.


또 하나는 인사노무부서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돼요.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사전에 노조에 보내서 설명하고 이런 게 있거든요. 그럴 때 우리가 직접 설명하지 않고 노무부서에서 얘기를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노무부서에서도 이걸 잘 이해를 못 해요. 확신에 차서 얘기하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에는 “이거는 그냥 사무실 생산성을 높이는 거다. 당신들하고 직접 관련 있는 건 없다” 이렇게 얼버무리죠. (전체 웃음)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이덕재  강 과장님은 인사노무 부서가 혁신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회사의 아주 큰 이슈, 구조조정 아니면, M&A 한다, 그러면 인사노무부서는 이거 몰라요. 통보를 안 해주죠. 비밀 샌다고. 그런데 나중에 인사노무 부서는 그러죠. “그게 누설된 거 보면 우리가 아니라 다 다른데서 새더라” (전체 웃음)


저는 혁신파트에 인사노무부서를 최대한 참여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사노무부서가 전면에 서서 노조나 직원과 얘기하고, 관리자들 끌어주고 그러길 바란다면 최대한 기획 단계부터 고민을 공유하고 참여해야 해요. 참여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터놓고 토론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이런 게 어려운데 당신 파트에서 한번 제안해 봐라” 이렇게 기회를 주는 것일 수도 있고, 그것도 안 된다면 최소한의 정보는 지속적으로 공유를 해줘야 해요. 그래야 인사노무 부서도 노조위원장한테 바보 소리 안 듣죠.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딱 오픈해 버리면 인사노무 담당자는 바보가 되고 직원들한테 사기친 게 되거든요.


박천석  두 번째 토론을 하면서 제 생각을 좀 정리하면 오래전부터 혁신활동을 담당하면서 느낀 게 “혁신 장애요소가 현장 작업자도 아니고, 중간관리자도 아니고 CEO”라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CEO가 경영과 혁신을 따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경영이라는 게 현상유지로는 안 되니까 늘 혁신을 해야 하고 이런 CEO의 의지가 현장에 정확하고 일상적으로 전달만 되면 불신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쟁점 셋. 혁신은 시스템이라고 그렇게 외치건만...

 

박천석  세 번째 주제는 혁신의 통합성에 관한 건데요, 기업들이 보면 부분적으로 혁신을 많이 하는데 이게 사람-조직-성과-의사소통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고민입니다.


김정기 _ (주)오리온 경영지원부문 HR팀 부장
김정기  시스템을 이론적으로, 기계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데 실제 ‘시스템’이 추구하는 것은 각 부분의 역할은 모두 다르지만 목표는 공동으로 가지고 가는 거 아닙니까. 말하자면 앞, 뒤, 선행, 후행 부서 간에 서로 어떤 일을 내가 바꿔줄 것인가를 명확하게 설정, 인식하고 내가 하는 일이 뒷사람에게는 어떤 식으로 가고, 또 나는 앞에서 뭘 받아야 하고 이런 게 정리가 된 상태에서 기계적인 시스템이 들어갔을 때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이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 명확하게 어떤 ‘기능의 역할’이든 ‘개인의 역할’이든 본인이 맡은 역할의 선후 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분부분 ‘따로국밥’, ‘혁신=아이템’으로 봐서야


감성근  아까 사회자께서 경영과 혁신을 따로 분리해서 본다는 옳은 지적을 했는데, 혁신활동은 한 기업의 고유한 문화로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 안에 제도, 사람, 프로세스 다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총체적 관점에서 기획하고 각각의 방향성 잡고 추진을 해야 되는데 “뭐가 안 좋으니까 그것만 고친다” 이런 식이거든요. 인사제도를 예로 들면 “승격에 문제가 있으니까 승격제도 바꿔” 하는 식인데, 인사제도가 제반 제도와 다 연결이 되어 있단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혁신활동도 역시 문화변혁 활동으로 접근해서 가야 함에도 이걸 하나의 아이템, 부분 부분으로 가니까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 생각해 봅니다.


강동식  공유가 안 되는게 문제에요. 무슨 일이든지 간에 공유가 약하다면 지속적 실행은 불가능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구축하는 혁신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을 연결 짓는 로드맵을 찾아 보기 힘듭니다. “회사가 이렇게 저렇게 좋아지면, 나는 무엇이 좋아질 수 있다” 이게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혁신활동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요.
 
시스템 작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커뮤니케이션’


이덕재  저는 혁신활동을 시작할 때 혁신활동의 성격 자체를 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 변화대상이 뭐고, 어느 계층을 핵심으로 해서 할 건지 사전에 정의해서 그게 어느 정도 다른 시스템들하고 통합이 돼야 하는 거예요. 요즘 저희도 이런저런 툴을 다 쓰는 게 하니라 핵심 툴에 모든 요소를 다 연결을 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노력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박천석  공통된 의견이 커뮤니케이션 쪽으로 모아지는데요, 결국 시스템이라는 것이 이해관계를 잡아 내고 서로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보면 저는 오늘 이 자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포럼이 사내에서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보니까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해 보니까 각자 입장에서는 경영혁신을 반대하지는 않는데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쟁점 넷. 니들이 혁신을 알아? vs 니들이 현장을 알아?

 

박천석  마지막으로 추진부서는 추진부서대로, 인사부서는 인사부서대로 각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제안사항에 대해서 듣는 것으로 토론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강동식  적어도 혁신추진부서라고 한다면 전체 이노베이션을 조망하면서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은 전사적 경영혁신부서라고 하면서도 그게 잘 안돼요. 기업이 가진 자원에 제한이 있으니까 중장기적인 청사진 하에 전략적 판단 기준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조직의 혁신 에너지를 한 곳으로 집중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프로젝트 종결 여부에 따라 만들고 없애는 조직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하는 한 지속되는 혁신부서 말이죠. 그리고 혁신추진요원들의 역량과 의지도 아주 중요합니다.

 

직원-회사 연결고리로서의 노무부서 역할 강조해야


감성근  저도 두 가지 측면에서 말씀을 드리면, 첫째는 해당 팀 내부의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사노무부서쪽 얘기를 좀 하면 바로 직원과 접점에 있는 부서가 인사노무부서고, 혁신을 실행해야 하는 부서도 사실 이 부서거든요. 그래서 이 부서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개선된 제도가 시행되었는데 전달하는 접점부서(노무관리 부서)의 담당자가 현장을 설득하지 못 하면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조합원들은 대의원, 노동조합에 가서 따지고 문제를 제기하지요.

 

그렇게 되면 좋은 취지의 제도가 왜곡되어 초기 런칭 시부터 애로를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부서에 설명회도 수차례 가지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행에 들어가서 접점부서에 문의가 오거나 하면 전달하는 사람조차도 ‘그거 옛날하고 다를 게 뭐 있어’ 이런 식으로 얘기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게 제도가 되겠느냐 말이죠. 특히 보면 노무 쪽 스타일이 그래요. 그래서 이 접점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합니다.


이덕재  노무쪽 스타일이 어때서요? (다 같이 웃음)


감성근  아니, 오해하지 마시고요, 노무부서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직들을 관리해야 되기 때문에 관계로 풀려고 하지,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겨를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거든요. 사실 설계안의 시행에 있어서는 노무부서의 담당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저도 이 제도개선안을 가지고 노조하고 협상을 여러 번 했는데 수정요구안을 반영하고 밀고 당기고 하다 보면 본래 취지가 퇴색되거나 엉뚱한 항목이 반영되기도 하지요. 어떤 땐 제도가 누더기가 되어서 나와요. 그래서 정말 노동조합이나 회사나 직원들과 접점에 있는 사람들의 충분한 이해노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야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김정기  지금 감 차장이 말하신 교육이 중요한데 교육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시켜야 하잖아요. 결국 그게 경영혁신 활동에 주체로 참여한 사람들인데, 제가 바라는 것은 의사결정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혁신의 주체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시원찮아도 어쨌든 그 보직 내에서는 장기간의 경험과 이론적 지식을 습득하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원래 취지에 맞게 도입하고 정착을 시킬 때까지 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면서 실질적으로 프로젝트 전체를 관리해나갈 수 있는 권한을 지금보다 상당 부분 더 줘야 된다고 봐요. 그리고 결과가 잘못된 책임은 같이 지는 거지만, 일을 추진하면서 잘 모르는 사람의 결재를 받으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애로사항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믿고 좀 맡겨주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는 환경적 배려가 좀 되었으면 해요.

 

노무부서, 위상 바꾸고 혁신부서, 협조 강화하자


이덕재 _ 대림산업(주) 기획실 전략기회팀 차장
이덕재  저는 노무와 혁신 모두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얘기해 볼게요. 실제로 결국엔 혁신부서와 노무부서가 제일 중요한데 그 두 파트가 모여서 서로 협의를 하느냐하면 잘 안 해요. 서로 모여서 얘기하면 같이 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혁신부서에서 제도 만들면 노무부서에서 나름대로 해석해서 전달한다든지 여기서 단절이 생기거든요.

노무부서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건 맞아요. 주위에서 보면 노무를 보는 시각이 관계관리 전문가, 조직에 대한 정보수집 부서, 노동법 전문가,  이런 시각이 있단 말이죠. 그래서 이걸 뛰어 넘어서 조직개발, 혁신 이런 쪽에 관심을 갖고 해야지, 그런 노력 속에서 파트너십도 생깁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혁신팀에서 추진하는 것을 인사노무 파트에서는 전혀 모르고 잘 가르쳐 주지도 않아요.


또 혁신추진파트 입장에서 보면 부서 속성상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가야 하는데 노무파트랑 대화하다 보면 여기에 현장논리가 들어오고 그러면 혁신의지가 퇴색된다든지, 그런 고민이 있는 거죠.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같이 고민을 시작하고 같이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박천석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면, 저도 경영혁신 추진 담당자로서 여러분 의견에 다 공감하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현장의 변화보다도 최고경영진의 변화가 더 어려워요. 추진조직이나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게 또 큰 고민거리 중 하나고 회사의 비전이나 사업방향, 이념이나 전략과 관련해서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당연히 되어야 하는데 시간, 성과, 당장 눈 앞의 상황 때문에 못하는 게 또 하나의 애로사항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경영혁신 활동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오늘 네 가지 쟁점이 문제 중심으로 토론되었다면 사실 이걸 뒤집어서 보면 대안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