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을 처벌해 주십시오
제 아들을 처벌해 주십시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5.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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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지난 10월 13일, 한 지방일간지에 해괴망측한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실렸습니다.
맨 위에 굵고 큰 글씨로 ‘제 아들을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이 달린 이 광고는 그 아래 <학내사태의 주범 아들과 며느리 어제 검찰에 고소>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맨 아래는 아들과 며느리를 고소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이 보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한 지방 사학재단 이사장과 전문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부부는 자신들의 아들, 며느리가 자신들의 학교를 뺏으려 든다며 검찰에 고소하고 광고를 낸 것입니다. 이 사학재단은 십수년 넘게 가족들 간의 다툼이 계속돼 왔고, 각종 비리로 인해 관선이사가 파견되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명분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아들, 며느리를 나무란다는 것이지만, 그 속내가 이권, 돈을 둘러싼 추악한 다툼이라는 것이 훤히 보입니다.


똑같이 부자지간의 이야기였지만 전혀 다른 관점에서 화제가 된 뉴스도 있었습니다. 한 무명개그맨의 아들이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미니홈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들은 팬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아버지에게 ‘팬’을 선물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겨줄 100명이 필요하다는 사연을 올렸고, 이것을 본 네티즌들은 구름같이 몰려들었습니다. 수만명이 찾았다지요.

 

그 아버지가 무명의 신세를 벗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팬들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팬, 아들의 사랑을 확인했습니다.


연초부터 휘청이던 노동운동이 거의 그로기 상태에 몰린 듯 싶습니다. 내부에서 서로가 남긴 상처가 너무 깊어 보입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잘못된 길을 덮어둘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더 큰 불행을 낳을테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무언가 이득을 얻기 위해 다른 이에게 칼을 휘두르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그 칼은 상처를 도려내는 일에 쓰여야 할 칼입니다. 상처 더 깊숙이 찔러 넣으라는 칼은 아닙니다.
오늘 따라 무명 개그맨 아버지가 참 부럽게 느껴집니다.

 

이번 호에서는 극심한 정파 갈등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진단해 봤습니다. 정파가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을 정책으로 내놓는, 그리하여 건강한 비판과 견제가 가능한 방법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지난 호에 이어 한국형 경영혁신 모델을 찾는 작업도 계속합니다. 이번에는 경영혁신 활동과 노사관계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 또 경영혁신을 둘러싼 원하청 사이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보여드립니다. 아울러 경영혁신 담당자와 인사노무 담당자들의 솔직담백한 대담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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