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다이버’라는 직업에 비친 ‘쿨’한 사랑
‘쇼다이버’라는 직업에 비친 ‘쿨’한 사랑
  • 최영순_ 고용정보원 연구위원
  • 승인 2005.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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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름 추구하는 사회 반영하는 영화 속 직업

음식에 대한 입맛이 제각각인 것처럼 영화를 보는 시선, 그리고 취향은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맛있는 음식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자신과 비슷한 식성을 가진 사람을 보면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 역시 많은 사람들이 ‘괜찮았다’는 꽤 관대한 반응을 받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같은 영화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영화 속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텍스트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후아유>는 2002년 개봉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웰메이드 영화라는 칭찬을 받은 작품이지만 흥행에 실패하여 간판을 내렸다가 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다시 개봉되었습니다. 게임이라는 온라인상의 가상공간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을 깔끔하고 ‘쿨’하게 그립니다.

▲ 영화 <후아유>

화려한 '쇼' 뒤 물고기와의 24시간

젊은 영화답게 <후아유>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직업도 그리 흔한 것들이 아닙니다. 남자 주인공인 형태(조승우 분)의 직업은 게임 기획자이며 여자 주인공인 인주(이나영 분)는 수족관 다이버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수족관 다이버, 즉 쇼다이버는 우리나라에 5~6명 정도밖에 없는 이색 직업입니다. 바다 속 인어공주처럼 물고기들과 함께 다양한 쇼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쇼다이버는 1980년대 중반 대형수족관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오면서 생겨난 직업입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물고기들과 대화를 하는 듯하지만, 쇼다이버의 생활이 항상 쇼처럼 흥미로운 것은 아니며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친구처럼 지내는 물고기나 수중동물들의 먹이를 챙겨 정해진 시간에 먹이고 행여나 아픈 물고기들이 없는지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많이 아픈 생물이 있다면 수의사에게 연락하여 치료하도록 하고 간단한 병인 경우에는 식사에 약을 섞여 먹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먹이가 무엇인지, 어떤 행동에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는지 쇼를 함께 하는 물고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챙기는 것이 쇼다이버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영화 <후아유>
강인한 체력은 필수, 스킨스쿠버자격증 겸비해야


하지만 쇼다이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두시간 정도 관객들에게 쇼를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수중묘기를 보이기도 하고 물고기들이 쇼다이버의 지시에 따라 장관을 이루며 수족관 여기저기를 몰려다니기도 합니다.

쇼를 위해서는 물고기, 혹은 수중동물들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하므로 평소 연습을 통해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는데, 대개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친구처럼 서로를 잘 아는 쇼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인주는 한때 국가대표 수영선수였으나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고 63빌딩 수족관에서 다이버로 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쇼다이버는 현재 63빌딩 수족관 이외에는 없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으로 1년 계약직으로 채용되며 약 1,4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쇼다이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하지만 주말에도 쇼가 있기 때문에 한 달에 2번 정도 주말에도 근무를 한다고 하네요.

쇼다이버가 되는데 학력제한은 없으나 현재 종사자들은 주로 전문대졸업자들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쇼다이버는 실제로도 상당한 수준의 수영실력을 갖춰야 하며 스킨스쿠버 자격도 필수로 취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도 차가운 수족관 속에서 연습을 하고 쇼를 진행해야 하므로 감기에 쉽게 걸리지 않는 강인한 체력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또 다양한 이벤트와 묘기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외향적인 성격이면 좋습니다.

또 하나의 이색 직업, 아쿠아리스트

최영순
고용정보원 연구위원



수중동물과 함께 관객들에게 쇼를 보여주는 것이 쇼다이버의 주요 역할이라면 이들과 같이 대형 수족관(아쿠아리움)에서 근무하는 아쿠아리스트는 수중생물을 사육하고 관리, 연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국내 약 50명 정도가 아쿠아리스트로 일하고 있으므로 이 직업 역시 이색 직업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쇼다이버에게 수영은 필수이지만 아쿠아리스트에게는 수영과 다이빙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수산이나 해양 관련 학과를 전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최근에는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사람들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아쿠아리스트 역시 섬세함을 장점으로 하는여성이 많다는군요.

영화와 직업은 사회를 대변하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점점 더 색다른 것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사회는 담아내고자 하며 그 가운데 영화와 직업이 있기도 합니다. 쇼다이버, 아쿠아리스트 역시 몇십 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직업이었을 것이고 또 몇십 년 후에는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이색 직업들이 등장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