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적 단결에 기초한 사회연대로 정권 바꾸자”
“계급적 단결에 기초한 사회연대로 정권 바꾸자”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1.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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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노동법 전면재개정 범국본 제안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 행진 가로막혀 몸싸움 벌어지기도

▲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0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전면재개정을 당면 목표로 제시했다. 나아가 2012년 대통령선거를 기득권 세력과 국민과의 대결로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맞아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계급 내 단결을 최우선시하고 제 시민민중진영과의 연대를 통해 반노동 반민주 반통일 세력인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투쟁의 전면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날 김영훈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계급적 단결에 기초한 사회적 연대전략이자 2012년까지 일관되게 밀고나갈 민주노총의 총노선을 실현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제 정당 및 시민사회진영에게 가칭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노동관련법 전면재개정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다가오는 권력재편기는 전 국민과 한줌 기득권 세력의 대결로 만들어나가자”며 “복지도 진보도 민주주의도 문제는 다름 아닌 노동기본권이라는 점을 확인하자”고 역설했다.

이날 전국노동자대회에는 금속노조 조합원 1만여 명 등 전국의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4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2만여 명)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됐다.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에 앞서 전태일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올해 전태일상은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와 언론노조 KBS본부가 수상했다. 시상을 마친 이소선 여사는 “이렇게 노동자 숫자가 많은데 하나가 되지 못해서 만날 밀리고 분신해야 한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경 대회를 마친 민주노총은 보신각 앞으로 행진을 시작했으나, 서울광장 인근 프라자호텔 앞 도로와 프레지던트호텔 앞 도로에서 저지하는 경찰에 막혀 2시간여 동안 대치하기도 했다.

이날 대치 과정에서 가벼운 몸싸움이 일기도 했으나, 민주노총은 행진을 강행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정리집회를 한 후 해산했다.

▲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을 위해 거리에 나가려 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우리 고민 풀어줄 곳은 노조뿐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약 4만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날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비슷했다. <참여와혁신>은 이날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힘들고 불안하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사업장에 인원이 줄어드는 것에 따른 노동강도와 고용불안이었다.

포스코건설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건설플랜트노조의 한 조합원은 “용접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용접을 하고 안전장치도 부실해 위험하기 그지없다”며 “TV에서 보여주는 건설 현장은 기업에서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모습일 뿐 실제는 매우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또 “그런 위험에 비해 임금은 낮고 하청업종이어서 고용도 불안하다”며 “대부분 건설이 대기업과 관련돼 있다 보니 임금 문제로 회사와 대응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도덕 교사를 하고 있다는 김호경 씨(48)는 “학교가 국영수 중심의 수업으로만 돌아가다 보니 다른 과목의 수업을 줄이고 있다”며 “나 같은 경우도 도덕 과목의 중요도가 떨어진다며 그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급식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서울 일반노조 조합원 박 모씨도 “조리사 1명당 학생 200명을 담당하기 때문에 1인분 식사 만드는데 2분 30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몸은 망신창이인데 일손이 없다보니 음식 질이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우는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일은 힘들고 임금이 적어도 노동자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법 때문에 노동자로 구분되지 못하거나, 회사에서 기피하는 대상이어서 일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었다.

“우리같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노동3권도 보장 못 받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만들어서 회사가 운영하기 쉽게만 만들었지 화물운송노동자들은 4대 보험도 제대로 인정 못 받고 힘들게 일하는 처지예요.(전국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 황하선 씨)”

“우리 회사는 고령자 노동자를 50대, 60대, 70대 등으로 나누고 뽑는다고 해놓고 하청업체에서 60세 이상 노동자가 있으면 낙찰을 해주지 않아요. 나이 많은 사람은 차별하는 것 아닙니까.”(대구지역 일반노조 영남대 시설관리 지회 전영경 지회장)

“제대로 된 노조활동 필요하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박해욱 건설플랜트노조 울산지부장은 “이렇게 노조가 활동하기 힘들 때일수록 현장에서 조직을 정비하고 힘을 길러야 한다”며 “현장의 힘을 통해 원청업체를 압박하고 노동현실을 개선해야 하진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포공항에서 기내청소일을 하고 있다는 여성연맹 조합원 조 모씨(50)도 “조합원이 많이 생겨야 지도부가 회사에 보다 강한 요구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김필순 전국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 부지부장(41)은 “일부 조합원들 중에는 노조의 힘으로 회사의 어려움이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힘들다고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며 “노조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야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