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야?
민주노총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1.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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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만의 방법으로 청년문제 바라보지 말라
노동계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해선 안 될 것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0대에게 노동조합은 낯설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다. 20대 청년들은 ‘노동자’라는 말에도 고개를 흔든다. 자신과 ‘노동자’를 일치시킬 순 없다. 이런 그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를 위해 <참여와혁신>이 청년들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민주노총과 청년들의 생각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직접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자리를 뜬 이후에도 이어졌다. 약 5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할까 고민하던 <참여와혁신>은 간담회 전체를 재구성하기로 했다. 우선 김영훈 위원장을 배제한 채로 청년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김영훈 위원장의 간담회 내용을 발췌해서 따로 정리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 문제요? 스펙이라면 알겠는데…


사회자(한윤형) 먼저 20대들이 처한 상황부터 알고 싶다. 대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걱정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황혜정 거의 모두가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에는 3,4학년보다 1,2학년이 더 하다. 07학번이 다르고 08학번이 또 다르다. 동아리나 단체에 들어가는 것도 스펙의 일환이다. 한 예로 법학과 안에 사회문제와 관련된 동아리가 있다. 그중에는 금융권이나 경영인을 지망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 학생들은 촛불집회 등에 나가는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는 엄청 비판하면서도 정작 그 동아리에서 탈퇴하지는 않는다. 자기 스펙에 한 줄 넣기 위해서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학생들도 그렇게 스펙에 한 줄 넣기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강소연 참여연대에서 잠깐 활동할 때 청년인턴이 몰려오는데 참여연대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선발한 학생이 계속 일할 것인지 아닌지 도저히 구분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황혜정 취업전선에 매달리는 이유 중 하나는 학자금 대출도 한 몫 차지한다.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난다. 다른 사람은 어떤가.

박중건 나도 학자금 대출 3년 남았다. 갚을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지금도 취직하게 되면 학자금 대출 갚을 준비부터 해야 할 형편이다.

황희남 졸업하자마자 갚아야 할 빚이 1천만 원이다. 빨리 취업해서 원금은 아니어도 이자라도 갚아야 한다. 혼자 사는 것은 정말 나중 이야기고 빚 갚는 게 우선이다.

▲ 한윤형(사회자)
1983년생
서울대 철학과
칼럼니스트,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 <뉴라이트 사용기> 저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회자
현재 청년들이 모여서 만드는 단체나 조직은 얼마나 될까?

황희남 청년조직이랄 것도 없다. 섬도 아닌 일종의 점의 형태로 모일 뿐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의 안부도 모른 채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청년유니온에서 올해 한국청년상을 뽑았는데 유니온 내에서 이런 내용조차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조직을 꾸리기 위한 기초조차 부족하다. 연락이라도 하고 얼굴보고 뭐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이슈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나도 현재 청년유니온 조합원이지만 노동운동이 아닌 청년운동을 위해 들어간 것이다. 촛불집회 때도 문화제라고 하지 않았나. 만나고 즐기고 정을 나누기 위한 문화제 아닌가. 일단 청년들에게는 이것이 더 절실하다.

강소연 동감이다. 모여서 무엇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원 하나하나 모여 있는 자체가 소중하다. 한 명이라도 붙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세대가 표방하는 것이 다양성이다. 이 사람을 포용하지 않으면 나가버릴 것 같고, 또 기성세대처럼 자기 고집만 내세울 것 같이 되어 버릴 것 같은 걱정이 많다.

박중건 지역대학은 더 심각하다. 대학생 이해관계에 맞는 등록금문제에 대해서도 등한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제주대학교 대학신문사 편집장 일을 하면서 일부러 의식 있는 사람을 만나 취재를 해보고 의제화 하려 했지만 대부분이 무관심했다. 대학문제보다 스펙 쌓기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빨리 육지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들이 더 강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지역문제나 주변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인데 노동문제는 물론이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나 있겠나. 서울은 참여연대나 청년유니온 같은 단체라도 있지만 지역은 그런 조직조차 없다.

사회자 자기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서 조직활동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진보신당 안에 대학생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단체가 있는데 5시에 만나서 10시가 되면 바로 헤어진다. 예전 대학문화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지금은 그것이 당연하다. 같이 저녁 먹거나 술 마시는 것보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데 더 집중하는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청년 취업 문제 대응 뒤처진다


사회자 지금 민주노총이 청년 실업 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민주노총의 활동이 정말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는지.

▲ 황혜정
1986년생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황혜정
우리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민주노총에서 집회하는 것을 보면 별세계로 느껴진다. 나는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 부담인데 대단한 회사에 다니는 노조 아저씨들은 자기들이 더 이익을 보려고 하는 느낌이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하게 말한다.

황희남 청년유니온 활동을 하면서 편의점 시급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민주노총 같은 노동조합에서 청년 실태에 대해 제대로 다루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비정규직이 되는 정도나 주거형태, 생활비 현황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다. 그냥 추상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고 하지만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한윤정 사내하청이나 비정규직 고용도 늘고 있다.

황희남 학생들이 공채를 준비하는데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먼저 뽑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시대의 변화, 현실적 변화에 민주노총이 못 따라온다. 이런 현실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거나 대응이 너무 느린 것 같다. 워낙 산별노조라는 틀에 맞추다보니 청년 고용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한 전략이 현실보다 뒤처진다.

▲ 박중건
1987년생
제주대 사회학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박중건
민주노총이 노조의 이익과 맞물리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다. 민주노총은 활동 성격상 공적인 문제를 다루는 집단이다. 조합원 중심 이익집단이라지만 민주노총이라면 자기 조합원이 아닌 그 밖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아쉽다.

사회자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활동은 청년 고용문제에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는 걸까.

황혜정 물론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투쟁이나 고용창출을 위해 싸우는 것이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청년들과 공유하고 연대하기에는 청년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무관심하다. 학교에서 민주노총이 강연을 하면 일반 학생들은 안 들을 것 같다. 우리 학교에서 민주노총 간부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회에 아는 친구가 있어서 그 강연에 참가했는데, 학생들이 거의 없었고 있어도 별다른 생각 없이 있는 것 같았다. 심상정 대표 같이 알려진 인물이면 모를까 민주노총의 누군가가 온다고 하면 관심도 없고 아무도 안 듣는다.

황희남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민들과 연대하는 사업을 하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대학에서 운동권이 씨가 말랐다. 민주노총이나 학생운동권이 연관되는 문제에 대한 혐오감이 심하다. 예전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나오면 민주노총이 아무리 변화를 부르짖어도 청년과 민주노총 간에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애초에 ‘노동’이라는 개념 자체를 거북하게 느끼는 학생들도 많다. 다른 개념이 필요한 것 같은데 예전 그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강소연 그렇다고 민주노총만의 잘못으로 보는 것은 어렵다. 그런 노력을 민주노총이 해야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자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민주노총과 청년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일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사무직을 생각하지 육체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법에 관련된 책에도 당신은 노동자라고 하는 깨우쳐주려는 노력이 없다. 교육의 문제로 볼 수도 있는데 이것을 민주노총이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얼마 전에 민주노총에서 강연을 하는데 다른 학생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민주노총과 트위터 친구여서 가끔 내용을 보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에서 강연을 하거나 집회를 한다고 하면 조끼입고 띠 두르고 있을 것 같아서 안 가게 된다. 난 노동자가 될 거고, 연대하고 우호적이긴 하지만 노조 사람들과 쉽게 한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직까지 노동조합 일이 남의 일 같다는 느낌도 여전하다.

사회자 대학생이 생각하는 직장인의 이미지가 변한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미래 모습으로 사원증을 목에 걸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것이 민주노총의 노동자라는 이미지와는 큰 거리가 있다. 그래서 이런 거리감을 어떻게 바라보고 극복해야 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노동가요보다 소녀시대 노래 쓰면 안 되나

사회자 청년이 바라보는 민주노총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민주노총을 봤을 때 어떻게 느꼈나?

▲ 황희남
1983년생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청년유니온 조합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황희남
예전에 학생운동 같은 조직활동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가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운동권 학생들과 같이 술 마시며 웃고 지내지만, 그들의 영역에 들어가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들과 더 가까워지고 함께 하려면 무조건 그들이 강요하는 어떠어떠한 이념에 맞춰야 한다. 그래서 괴리감이 컸다. 노조운동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하나로서 그것을 하느냐 안 하느냐로 구분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강소연 노동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멀게 느껴지고 내가 저 사람들과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했다. 작년 815 행사 때 엠네스티 활동을 하다가 대학로에서 민주노총과 같이 집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경찰에 붙잡힐 뻔 했었다. 그때 민주노총 분들이 도와줘서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민주노총을 어려움에서 구해준 고마운 분들이라고 생각해 좋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황혜정 민주노총에 대한 괴리감이라면 20대 누구나 느끼는 것 같다. 2008년 촛불집회 때 젊은 세대들이 같이 참여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즐거운 시위였다. 작년 2월 14일 용산참사 문제 때 금속노조 중심으로 집회를 했는데, 벽돌 던지고 경찰과 몸싸움을 하면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봤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방식이겠지만 우리와 너무 달라 무서웠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가지 않았다. 우리와 다른 절실함을 느끼기 때문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 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좀 더 부드러운 방법이 필요하다.

박중건 민주노총이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는데 민주노총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노동자 같은 사람들은 제대로 돕지 못하고 있지 않나. 너무 조합원이나 자기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이익단체로 보인다. 그런 점을 볼 때 민주노총의 활동이 일반인들과 상관없다는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황혜정 집회 방식도 너무 고리타분하다. 민중가요나 노동가요를 부르고 노래패를 데리고 와서 집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중과 함께 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그런 고정된 틀을 깨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대중에게 익숙한 소녀시대의 ‘GEE’ 같은 노래를 가지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민중가요도 계속 집회에 참가해서 듣다보면 익숙해져서 좋아질 수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집회하는 이들만의 문화다.

사회자 앞으로 내가 다니는 회사에 노조가 있거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황희남 노조를 만들지 않을 것 같다. 무척 힘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현실이 신념으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시민사회활동을 하고 있거나 고용불안이나 임금문제 등 큰 리스크에 처한 현실이라면 모르되 평소에 노조를 만들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볼 때 그냥저냥 굳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 강소연
1987년생
가톨릭대 법학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강소연
대기업이라면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해볼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기업이라면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연대만 끌어낸다면 덜 무서울 것 같다. 반면에 영세한 기업에서 노조활동을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민주노총이 도와줄까? 현대차나 기아차는 사람이 많으니 모여서 파업이라도 하지 않나. 조합원이 몇 명밖에 없는 회사를 도와줄까? 솔직히 의문이다.

황혜정 지금의 의지로는 만들 것 같다. 만들려는 사람이 눈에 보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보인다.

황희남 너무 쉽게 만든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컷 이야기해서 만들었다가 도중에 빠져버리고 자기만 남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회사가 어려우면 노조나 다른 것을 생각하겠지만 노조만이 대안은 아닐 것이다.

강소연 이것 자체가 노조에 대한 선입견 아닌가? 노조는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내 권리를 찾기 위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연대하는 것이다.

황희남 하지만 노조를 만들어서 사측과 싸우게 된다면 그 다음이 문제다. 해고된 다음에 KTX 여승무원처럼 몇 년간 투쟁할 수도 있다. 그것이 문제가 아닐까. 리스크를 감당할 신념이 있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조합이 뭔가? 노동조합은 자본주의라는 특수한 사회에, 특수한 시대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조직이다. 절대다수의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정당성을 가진다.

20대 청년들은 나약한 취업준비생이 아니고 예비노동자다. 젊은 청년들 대부분이 앞으로 노동자로 평생 살아갈 것이다.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엄마가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앞으로 커서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되려고 그러냐’고 다그치는 모습을 본 적 있다. 노동을 그렇게 천박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노동자의 단체는 얼마나 혐오스럽게 비치겠는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예비노동자인 학생들은 존재를 부정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존재를 모르고 지내는 지경이다.

민주노총의 문제의식을 청년들과 연결시켜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부족했다. 본질적으로 노동운동은 모든 노동자, 노동자가 될 자, 그리고 은퇴한 자들까지 포괄하여 그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과 청년 여러분들은 동맹관계라고 볼 수 있다.

청년들은 예비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지금 민주노총이 문제 삼는 현안들에 대해 남 일 보듯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사태의 시사점이 매우 큰데, 노동계의 이슈가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연대하는 것이다.

작년 철도파업의 목적 중 하나가 일방적인 대졸 초임삭감을 저지한다는 것이었다. 철도파업이 결국 불법이 되고 지금 이렇게 초토화된 것은 대졸 초임과 관련된 문제는 국가 정책인데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슈를 빼고 갔으면 합법적으로 임금인상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민주노총이 아니지 않나?

민주노총하면 안 좋은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굳어진 부분에 대해선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내부 문제를 조율하지 못했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민주노총을 밖에서 바라볼 때 거대한 기득권집단이나 보수 집단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거기서부터 출발하자. 올해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맞는데 민주노총은 ‘우리가 전태일이 되자.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밖에서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미 상당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조직문화가 경직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 개별화된 개인은 힘이 없고 조직화된 노동자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기발랄함, 자유분방함 역시 조직화된 노동자들이 앞에서 막아주지 않으면 없다. 군홧발로 짓밟으면 끝 아닌가? 하지만 또 조직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경직성이나 소위 ‘재수 없음’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민주노총의 투쟁전술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혁명이 늪에 빠질 때 문화예술이 이를 끌고 간다는 말이 있다. 운동이 즐거워야 하는데 너무 딱딱하다. 시위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즐겁게 해야 한다. 억지춘향 식으로 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촛불 때 재기발랄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기존의 딱딱한 집회가 되지 않게 하려고, 그래서 가능하면 연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비정규직 문제 등과 같이 민주노총이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남 교육감이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학교비정규직을 지지했다. 그러자 며칠 만에 3,000명의 조합원이 조직됐다. 같이 생활하고 있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힘을 실어주니까 조직화가 빨랐다. 아름다운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조합원 복지만 이야기하면 이기주의고, 사회의 공정성을 이야기하면 정치적이라는 비판에 몰린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불법이란 딱지가 붙어도 계속 한 걸음 더 나가서 세상을 바꾸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좀 더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실생활에 직접 개입하면서 정치적인 의제로 만들어가야 한다. 조중동에 대해 여러분이 보호막이 돼야 한다. 그러면 민주노총이 정치파업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