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의 힘이 진정한 전태일 정신계승!
성찰의 힘이 진정한 전태일 정신계승!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11.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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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와 대기업 노동자들의 공통점…물적 욕망의 극대화
성찰하지 않는 노동자는 잘못된 선택 할 수밖에
지금 왜 전태일인가 1 박병규 전 기아차 광주지회장

부동산 투기와 우리사주

[사례 1]

1 4년 전 강남 타워팰리스에 사는(물론 몇 채의 건물도 소유하고 있습니다만) 사람이 했던 이야기입니다. 강남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미워하는데 자기는 이해할 수 없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주택가격 상승으로 수십억의 차익이 생겼는데 이것은 순전히 노무현정부의 정책 덕택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손쉽게 엄청난 부를 안겨준 정권에 누구보다 감사해야할 사람은 강남부자들인데 이들이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게 자신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알다시피 강남부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그리고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했습니다. 이를 두고 강남부자들만이 계급투표를 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위의 사례만을 놓고 보면 강남부자들의 투표행위가 계급투표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앞서 거론한 것처럼 노무현 정권의 수혜자 다수가 제공자의 정치적 경쟁상대에게 투표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사례 2]

연유야 각각 다를지언정 기아차 지부조합원 중 주식을 한 주도 갖지 못했던 사람은 이제 극히 소수가 되었습니다. 증권사를 통한 직접투자자들도 많지만 우리사주제도로(자사주 무상지급은 처음이지만 우리사주는 꾸준하게 유상지급 되어 왔습니다) 많은 조합원이 주식과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기아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매듭지으며 자사주 120주를 11월 30일에 지급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한 달 후면 모든 조합원이 주식을 갖게 됩니다. 우리사주보유자는 1만 원대에 지급받았으니 오늘(11월 1일) 종가기준(49.500원)으로 적게는 3배, 많게는 4배 이상의 재산증식 효과를 거뒀습니다. 조합원의 자사주 보유는(운동적 평가를 떠나) 노동조합의 투쟁의 산물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에 감사함을 가진 조합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외려 노사 간의 문제에 노동조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조합원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상황판단 하에서는(이것도 이데올로기에 불과합니다만) 비난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금속노조 탈퇴주장은 충분히 존중(동의가 아닌)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노동운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집단의 주장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조합원도 상당해 이대로 간다면 이들이 집행권력을 쥐게 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남 탓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성찰부터

▲ 박병규 전 기아차 광주지회장
위의 두 사례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탐욕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수혜자가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고 밀어 내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듯이, 노동조합의 최대수혜자인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배타적이며 고립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둘의 근본은 같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99억 부자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코 100억을 채우려고 하듯이, 액수와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지언정 물적 탐욕이라는 근본이 다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그러므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은 바로 이런 현실을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찰의 힘이 있을 때만이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올곧게 계승할 수 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제가 보는 공장노동자의 상당수는 사지선다형 세대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고, 그 중 하나만을 고르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가정이든, 학교든, 단 한 번도 자신의 삶의 여정과 역사적 관계를 고민해보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그렇다 보니 과거와 전혀 다른 사안조차도 기존의 경험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의사결정에서도 매우 협소한 사고와 태도를 반복할 뿐입니다.

성찰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남과 세상을 성찰하려고 달려들 뿐 자신을 성찰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방치 되고선 제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에도 나아질 게 별로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세력들과 친구 되기를 원하면서 전태일 열사와 친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차기 대선에서도 여당후보든, 야당후보든 껍데기는 다르되 내용물은 같은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노동조합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따라서 조합원의 물질적 욕구와 토대를 넘어서는 가치와 비전이 필요하고 이것은 성찰의 힘이 길러지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정신계승은 더불어 함께 사는 것

전태일 열사가 차비를 털어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줬던 일이나, 초등학교조차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지만 근로기준법을 공부하면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던 것은 성찰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거듭 강조컨대 우리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성찰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시기에 진정으로 강조해야할 것은, 노동운동은 항상 우리의 힘이 커지게 하고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론 우리의 힘이 작아 질 수도 있고, 근로조건이 열악해 질 수 있음에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