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품다
현대그룹, 현대건설 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1.1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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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채권단,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선정
현대건설노조, 재정악화·경쟁력 약화 우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그룹의 자금조달능력에 의심을 제기하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16일 오전, 현대그룹(회장 현정은)과 현대차그룹(회장 정몽구)이 써낸 서류를 검토한 결과,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차그룹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모 경제신문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채권단이 보유한 34.88%의 지분 인수를 위한 금액으로 5조5천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5조1천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입찰 가격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것이다.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놓고 일부 언론은 현대그룹의 자금조달능력에 의심을 제기하는 기사들을 싣고 있다. 이 기사들은 “현대그룹은 계열사로부터 갹출한 금액이 2조 원대 초반, 기존에 현대그룹이 갖고 있던 현금성 자산(1조 원대)을 포함하면 자체 마련한 자금이 3조 원을 넘고, 여기에 현대상선 주식과 컨테이너 등을 담보로 동양종금증권에서 빌린 돈 7천억 원과 나티시스은행에서 지원한 1조2천억 원 등 5조 원대 자금을 끌어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년 1분기까지 인수대금을 모두 납부하기로 해 인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며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진입하는 듯했지만 무리한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이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을 맞고 말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현대건설노조(위원장 임동진)는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채권단은 현대건설 매각에 있어 비가격 요소의 반영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결국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말았다”며 “채권단의 고가 최우선 매각 기준은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기업을 정상화시킨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대건설노조는 또 “현대건설을 인수한 차입금은 채권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모두 인수사와 현대건설이 떠안아야 할 부분으로 재정악화가 우려되며, 경쟁력 또한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채권단은 매각 기준과 결정 방법 등의 세부적 사항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현대건설노조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어느 그룹을 선호하느냐’는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건설노조 조합원들의 95%는 현대차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풍부한 자금이 현대건설의 발전에 더욱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건설노조는 당장 실사저지 등 실력행사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노조는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주기 바란다”며 “현대건설노동조합은 현대그룹과 평화적이고 상생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해 현대건설의 발전과 비전을 실현하는데 앞장서 나가고, 현대그룹은 직원들이 행복하고 신명나는 일터가 되도록 성심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려는 있더라도 현대그룹의 인수를 일단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금속노조는 “한국자동차산업의 크나큰 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무산된 것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며 “고용친화적 국내투자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논평을 냈다.

문상환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제시한 5조1천억 원의 일부라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쓰면 될 것”이라며 “그러면 공장도 안 멈추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