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못한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못한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1.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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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정책연구원, 토론회서 유찰 가능성 제기
현대상선 지분만 별도매각 가능성도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 무엇이 문제이고 왜 하려고 하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렸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원활한 자금조달이 어려워 유찰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경우 현대차그룹이 다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원장 공계진)은 이정희 의원, 조승수 의원, 유원일 의원과 함께 17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 무엇이 문제이고 왜 하려고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송덕용 회계사는 “현대그룹이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6월 말 현재 현금성자산 1조 원, 현대상선 3,967억 원 유상증자, 현대부산신항만 주식매각 예정 2천억 원으로 총 1조6천억 원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차입금 규모는 4조 원에 이를 것이며, 주축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선박 장부가액이 모두 5조5천억 원임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 인수가 5조5천억 원은 그룹의 총력을 기울여야 겨우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회계사에 따르면 “인수가 마련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차입이 원활히 이뤄져야 가능하므로 낙관적이지 않다”며 “그렇게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향후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자금압박을 받아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송호연 ESOP컨설팅 대표는 “현대그룹이 무리하게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것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때문”이라며 “결국 현대상선 지분만 현대그룹이 인수하고,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는 방식의 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충했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는 예상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일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이 당겨지고, 현대차그룹이 아닌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토론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안재원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비록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유찰 가능성이 높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면서 “유찰되면 결국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것이므로 토론회의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매개로 현대그룹의 경영권 획득하고 경영승계의 재원 마련을 위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선 것이라는 데에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한편, 이미 우선협상대상자가 현대그룹으로 선정된 이후 토론회 주제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이날 토론회는 10여 명만이 방청하는 가운데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