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방망이와 골프채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0.12.0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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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립
막판 연평도 포격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은 원정 경기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마무리 지었습니다. 특히 올림픽 정상에까지 올랐던 야구는 아시아에서는 더 이상 적수를 찾을 수 없다고 할 만큼의 압도적인 실력차를 과시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미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골프도 남녀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습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이 끝나기 무섭게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가 엉뚱한 곳에서 쓰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있는 야구단을 가진 모그룹의 회장 사촌동생은 50대 노동자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100만원에 한 대’라는 ‘맷값’을 들먹이며 사정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는 얘기는 너무 기가 막혀서 차라리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이 재벌 2세의 행태를 놓고 조폭과 다를 바가 뭐가 있냐고 하지만, 그 짓거리는 조폭이나 건달은커녕 동네 양아치 수준입니다. 길 가는 아이를 붙들고 돈을 갈취하면서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 대’라던 그 양아치의 대사와 딱 맞아 떨어집니다. 문제는 ‘돈 많고, 사회적 지위까지 지닌’ 훨씬 위험한 양아치라는 점이겠지요.

경기도 파주에서는 택시회사 노조 위원장과 조합원이 골프채로 폭행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임금안을 받으라는 회사 상조회장의 제안을 거절하자 골프채를 마구 휘둘렀다고 합니다. 요즘 시대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고는 하지만 임금교섭 때문에 골프채로 맞아야 할 정도로 막 나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새삼 슬퍼집니다.

그라운드와 필드에서 사용되는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열을 안겨 줍니다. 그러나 더 가지거나 힘이 센 자들이 약하고 못 가진 자들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의 도구로 사용되는 이 물건들은 흉기일 뿐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세상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그 속에 정의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리하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세상입니다.그런 점에서 보자면 연평도 민간인 마을을 향해 포탄을 날린 북한의 행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숨길 수 없는 잔혹한 폭력입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행하고 있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거나, 이 나라 정부의 대북정책이 답이 없다는 비판으로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를 사용한 폭행은 어떨까요. 역시나 마찬가지로 민간인 마을에 포를 쏘아대는 행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중대한 범죄이고 폭행입니다. 이것이 이번 사건이 연평도 사태에 묻혀 유야무야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를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무수히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와 그 폭력의 책임을 묻는 법률적 처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