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12.05 13:0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듀 2010!] 월간 <참여와혁신>이 뽑은 2010년 노사관계 8대 뉴스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1월 1일 새벽, 국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를 필두로 시작된 2010년 한국의 노사관계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일자리,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습니다.

부족하지만 일부 해결된 문제도 있고 현대차 비정규직 공장 점거 파업처럼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도 많습니다. 월간<참여와혁신>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며 2010년 노사관계 8대 뉴스를 일반 시민 나기업 씨와 노동일 씨의 대화로 재구성해봤습니다.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1. 노조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면제 제도 실시

노동일 정부는 타임오프제도가 안착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정말 안착되는 건지 아니면 노조법 개정으로 노조 활동이 위축돼 현장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단 말야.

나기업 저 삐뚤어진 생각하곤.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것이 쉽게 되겠어? 어디 밥 한 숟가락에 배 부르겠느냐고. 현장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겠지. 여하튼 노조들이 사장한테 손 벌리지 않고 자주성을 회복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냐?

노동일 자주성 회복이라고? 그럼 이전까지는 한국의 노조가 자주성이 없었다는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타임오프제 실시 이후 자주성이 더 없어졌다고 봐야지. 회사에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고 있는데.

나기업 우리나라 노조가 기득권 세력이란 것에 대해 국민들 대부분 수긍할 걸? 그동안 솔직히 나름 잘 먹고 살았잖아. 그리고 노조 간부란 사람들이 하는 일이 뭐 있었어?

노동일 여하튼 내년에는 큰일 치르게 생겼어. 복수노조랑 타임오프랑 짬뽕이 되니까.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 전태일 40주기


나기업 그런데 왜 그렇게 전태일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야? 아, 분명 한국사회 민주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왜 말끝마다 ‘전태일정신’, ‘전태일정신’ 하는 거야? 이데올로기 아냐?

노동일 이데올로기?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40년이 지난 현실을 봐봐. 차별은 여전하고 노동자가 야구방망이로 대당 100만 원의 매질을 당하는 나라가 현실의 대한민국이라고.

나기업 그건 일반화의 오류라고 봐. 그런 악덕 기업인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한국은 민주화된 나라라고.

노동일 민주화 됐지. 민주화라는 것이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되느냐의 문제겠지만….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3. 연속된 분신


노동일 우리나라는 ‘분신’ 정도 하지 않으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 나라일까?

나기업 분신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절박감은 이해되지만 일종의 국면전환용, 선전용 전술 아닐까?

노동일 이 사람이!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자기 몸에 불을 붙인다는 것이 쉬운 것 같아? 대화에 나서지 않고 무조건 탄압만 하는 사용자가 잘못된 거 아냐?

나기업 그럼 문제 안 풀리면 전부 분신해야겠구만. 쯧쯧. 그런 극단적 방법이 통용되는 시대는 지났다구. 좀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해봐.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4. 완성차 4사 무쟁의 교섭

나기업 매년 쓸데없는 파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던 완성차 4사가 무쟁의로 교섭을 타결하니 얼마나 좋아? 보라구.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들이 세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잖아.

노동일 노조들이 원해서 쟁의가 없었다면 좋은 일이지. 하지만 타임오프니 뭐니 하면서 쟁의만 하면 불법으로 몰고 갔을 텐데, 손발 묶어놓고 교섭하는 게 요즘말로 공정한 건 아니잖아.

나기업 조합원들 입장에서 생각해봐. 쟁의 안 하니 무상주도 받고, 훨씬 더 이익이잖아?

노동일 그거야말로 돈 몇 푼에 권리를 팔아먹은 격 아닌가? 그나마도 잘 나갈 때뿐이고.

나기업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아냐? 산업 평화를 통해 회사도 좋고 직원도 좋고. 일석이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지.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5.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1공장 점거 농성

나기업 아 그것 참. 올해 모처럼 쟁의 없이 조용하게 넘어가나 했더니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지네. 왜 공장을 세우는 거야?

노동일 비정규직이 가진 무기가 그것밖에 없는 걸.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길 한 번도 안 줬을 것 아닌가?

나기업 엄밀하게 말해서 비정규직은 사내하청업체들이 고용한 거고, 현대차는 상관없는 문제야. 그리고 공장 점거는 엄연히 불법이란 말일세.

노동일 무슨 소리. 대법원에서도 이미 인정한 걸 시간 끌기로 버티겠다고? 그렇게 법대로 하자더니 왜 이번엔 법대로 안 하는 거야?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6. 기륭전자-동희오토 등 장기투쟁사업장교섭 타결

나기업 그렇게 오래 싸우더니, 그래 소원대로 복직됐으니 좋기도 하겠네.

노동일 아니 축하는 못해줄 망정 왜 타박을 하고 그래? 그렇게 배가 아파?

나기업 휴~. 이번에 선례를 남겼으니 이젠 너도나도 정규직화 하라고 할 거 아냐? 안 그래도 경직된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더 경직되게 생겼는데 축하하라고?

노동일 아니 그럼 똑같이 일해도 반토막 월급 받는 게 정상이라는 거야? 유연성도 유연성 나름이지 사람이 사는 게 우선이잖아.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7.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논란

노동일 꽃다운 청춘들이 작업장에서 자꾸 쓰러져 가는데 내 일 아니라고 남몰라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너무 무책임한 행위야.

나기업 그래, 젊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지. 그런데 산업재해란 것은 질병과 사업장의 상관관계가 중요하잖아. 그런데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한 기업만을 비난할 수는 없는 거잖아.

노동일 그럼 왜 그 기업은 사업장에서 사용된 중요 화학물질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데? 뭔가 켕기는게 있는거 아냐?

나기업 국가기관에서 조사했는데도 모른다는데 왜 당신이 뭐라 그래? 당신이 국가기관보다 더 잘 할 수 있어?

▲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8. 고용·일자리 문제

나기업
고용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올바르다고 이야기해야 해.

노동일 물론 고용 문제는 심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하지. 그런데 왜 이런 문제 이야기할 때 노동계는 쏙 빼는 거야?

나기업 아, 당연히 고용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유연성이 결부돼야 하는데 이런 이야기 하면 노동계는 펄쩍 뛰면서 안 된다고만 할 거잖아.

노동일 유연성이고 뭐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참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