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유학, 내향적 학생에겐 부적합
나 홀로 유학, 내향적 학생에겐 부적합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12.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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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격 고려한 맞춤형 환경 필요
안정된 인간관계와 자발적 수행능력 두루 갖춰야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상담 학생들 중에 영어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학생의 이력을 보면 한번쯤 ‘나갔다’ 온 학생들이 꽤 눈에 띈다. 영어 습득, 새로운 문화 체험 등 조기유학의 이점을 생각하면 어떤 학부모라도 ‘우리 아이도 한번 보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 아이가 유학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는 ‘대강 말만 트여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해 일단 유학을 보냈다가 날마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울면서 전화하는 자녀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도 있다.

성격에 맞는 환경 잘 선택해라

조기유학을 선택한 학생들 중에는 학습 능력과 상관없이 유학에 잘 적응해서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하는 학생도 많다. 반면, 고생은 고생대로, 돈은 돈대로 낭비한 채 유학을 실패한 학생들도 있다.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위해서 경제력, 지역적 특징, 각 학교 고유의 특징, 학교 형태 등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그보다 기본적인 것이 학생의 성격적 요인이다.

유학을 떠나는 큰 목적 중 하나는 영어로 대표되는 외국어의 습득이다. 단순한 문법, 단어 능력의 향상이 아니라 ‘한국어를 말하듯’ 실제 생활 속에서 외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외국어는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이고 공부의 대상이지만, 외국에 나가면 생활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되고 수용적인 성향을 보이는 ‘내향형’보다는 사교적이고 표현적인 성향인 ‘외향형’이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위해서는 더 유리하다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교육 시스템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미국의 학교 수업은 우리나라와 달리 토론과 발표수업을 중심으로 한다. 학교 선생님들은 언제나 학생들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표현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유학생이라고 해서 각별히 신경써주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향형 아이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비롯해 학교 수업에서도 소외되기가 쉽다.

그렇다고 해서 내향형 아이들이 유학 생활을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내향형 아이들에게 맞는 환경만 적절하게 조성된다면 이 아이들도 유학 생활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사람 관계와 과제 처리 능력 함께 키워라

아울러, ‘관계지향 vs 과제지향’ 유형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과제지향형이란 상대적으로 과제나 일 중심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유형을 말하고, 관계지향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관계나 사람 중심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유형이다. 내향과 외향을 가를 때와는 달리, 이 기준으로는 어느 유형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으며, 각각의 장단점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지향적인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중시하고 사교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언어능력을 개발하는 데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온정에 이끌려 쉽게 주위 사람들에게 휩쓸려 다니는 성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관계를 중요시하되 스스로의 일은 알아서 처리하는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관계지향의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인종을 넘어 인간적인 유대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끊임없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신에 인간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면 그만큼 빠른 적응력을 보일 수 있다.

과제지향의 경우에는 언어능력의 향상보다는 미국 교육 시스템 하에서의 학업성취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미국의 학교 교육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찾아서 하는’ 역량을 중요시 하고 자신이 수행한 일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가 내려진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와 달리 인간적인 온정에 연연하지 않는 미국식 교육의 적응은 과제지향의 학생들이 빠르다.

종합해보면 낯선 땅에 혈혈단신 떨어졌을 때 적응에 가장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은 내향-관계지향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유학 생활에서 많은 약점과 스트레스를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따뜻한 환경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관리형 유학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듯 조기유학의 선택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자녀의 성향을 잘 파악하여 결정해야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