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
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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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이제 2005년도 딱 한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늘 하는 후회가 바로 연초에 세웠던 계획 중에 제대로 이룬 게 거의 없다는 한탄입니다. 이럴 때는 1년이 열두 달이 아니라 스물네 달 정도에 500일쯤 되었으면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1년을 365일로 나눈 것은 이집트인들이었습니다. 나일강의 수위 변화에 따라 1년을 12달로 나누고, 한 달을 30일로 한 후 5일을 더했죠. 하지만 1년은 정확히 365.2422일(태양이 황도상의 춘분점을 지나서 다시 춘분점까지 되돌아오는 기간)이기 때문에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걸 보완한 것이 우리가 흔히 시저라고 부르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기원전 46년, 시저는 1년을 365일로 하고 4년마다 1일을 더한 윤년을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잘못 계산된 것까지 바로잡다 보니 그 해는 1년이 무려 445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율리우스력도 1년에 11분 14초 정도 앞서가게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바로잡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이 그레고리력입니다.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정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레고리력은 율리우스력의 문제를 보완해서 100으로 나누어지지 않으면서 4로 나누어지는 해 96회와, 400으로 나누어지는 해 1회를 합해 400년 동안 97회의 윤년을 두게 했습니다. 다시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1582년 10월 4일 다음날을 10월 15일로 정했습니다. 이 해에는 열흘을 손해본 셈이죠.

 

이렇게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태양과 달의 움직임에 가장 근접한 달력을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한해의 시작이라는 1월이 뜬금없는 시기가 되어버린 거죠. 계절의 변화가 있는 때도 아니고, 겨울의 한복판에 한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의 절대권력자들처럼 누군가가 나서 내년부터는 3월을 1월로 한다고 선포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건 1년 12달이 규정되어 있고, 우리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그 날들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12월은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기에 가장 적당한 달입니다. 인디언 각 부족들은 열두 달에 자신들만의 독특한 이름을 붙여 사용했습니다. 아리카라 족은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라고 부르고, 아라파호 족은 3월과 5월을 ‘한결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달’, ‘오래 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12월에 붙은 이름은 ‘무소유의 달’(퐁카 족), ‘침묵하는 달’(크리크 족)입니다.


2005년의 마지막 한 달,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조용히 새로운 한해를 설계하고, 더 가지려 하기보다는 나눔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런지.

 

12월호에서는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점검해 봤습니다. 먼저, 정부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는 국가고용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진단합니다. 그리고 IMF 이후 줄줄이 쓰러졌던 부실기업들이 재기한 후 어떤 처리 과정을 밟고 있는지도 추적했습니다. 이 역시 상당히 많은 경우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해외매각 등이 아닌 현명한 해법은 없는지를 점검합니다.


아울러 겨울을 맞아 나눔의 열기를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해 나눔에 나서고 있는 노동조합 세 곳의 사례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