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공부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소비와 용돈
입시 공부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소비와 용돈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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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이어 같은 설문조사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저번에는 청소년의 학교생활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사회생활이라고 할까요? 청소년의 소비생활이라고 할까요? 하여튼 청소년의 소비 패턴을 중심으로 살펴보지요. 그에 해당하는 종류의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가장 큰 덩치를 차지하는 것이 예상했던 대로 휴대폰,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MP3 같은 이동통신기기였습니다.


휴대폰을 가진 청소년은 무려 70%가 넘었고, 집안에서 같이 쓰는 경우가 아니라 혼자 쓰는 컴퓨터를 가진 청소년도 61%에 이르더군요. 디지털 카메라는 47% 가까이 되었고, 여기에 폰카로 불리는 경우까지 합하면 디지털 카메라를 가진 청소년의 수치는 훨씬 더 올라가겠지요. 최근에 대대적인 마케팅 붐이 일었던 MP3는 이미 60%가 조금 넘는 청소년이 사용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명품보다 스타일 중시” 64%
이렇게 놓고 보면 요즘 대한민국의 가장 앞서가는 IT의 내수 경쟁력은 컴퓨터,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MP3의 엄청난 소비자로 떠오른 청소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요. 당연히 청소년은 쇼핑을 좋아하겠지요? 그렇다고 대답한 청소년이 약 68%인데, 이를테면 옷을 고를 때 명품이나 기능성보다는 스타일을 중시한다는 대답이 64%였습니다. 자칫 명품 추종으로 흐를까 걱정되세요? 명품이 좋다는 대답은 36%였답니다.


그냥 되는 대로 입는다고 말한 청소년도 24.4%(535명)나 이르러서 이들 청소년을 소위 폐인이나 귀차니스트로 봐야 하나 엉뚱한 생각도 듭니다. 반면 학생다운 스타일의 옷을 입는다는 7.4%에 불과했지요. 적은 수치지만 궁금하네요. 학생다운, 이라는 정체성을 어떤 패션으로 말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지요. 어쨌든 의복보다는 패션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옷과 악세사리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시대이니, 일면 당연해 보입니다.


청소년들이 주로 가는 곳은 의류전문몰, 브랜드 전문점, 백화점 순서이더군요. 앞서 말했듯 옷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친숙한 자기표현의 방식이자 정체성의 반영이니 좀 자세히 살펴보지요. 1위 스타일은 ‘스포티와 캐주얼’로 48%, 2위 ‘되는 대로’도 24.2%로 막강하고, 그 다음부터는 모범생 스타일과 정장 스타일이 합해서 14%, 명품 5.1%, 힙합 3.1%, 펑크나 히피 스타일 2.1%, 기타 1.9%였습니다. 아직 소수이기는 하나 힙합과 펑크 등 뚜렷한 기호를 갖는 경우가 10%를 넘는다는 점도 주목해야지 싶네요. 

 

“패밀리 레스토랑 이용” 58%
재미있는 점은 대중가수 라이브 콘서트에 안 가본 청소년이 66.4%(가본 경우 33.6%)라는 겁니다. 의외지요? 많이들 다니지 않을까 싶었는데, 가더라도 방송국 스튜디오를 가는가 봅니다. 한편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본 청소년은 약 58%이더군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본 경험은 반반, 휠리스는 탈 줄 모른다가 80%에 이르렀습니다. 스키는 70% 넘게 안 타보았고요. 음악의 경우 좋아하는 장르는 발라드(약 40%)와 댄스(16%)로 나타났고, 팬클럽 가입은 13.9%인데 열성적인 경우는 5% 미만입니다.


참고로 영화의 경우는 선호하는 장르를 보면 코미디가 약 23%고 뒤이어 멜로드라마가 18%, 액션 15.8% 정도이더군요. 이 수치를 다 합쳐보니 청소년의 57% 정도가 코미디, 멜로, 액션을 본다는 소리이지요. 그러나 미스테리 7.6%, 공포 6.0%, SF 4.9%, 뮤지컬 1.5%, 사회 비판적 영화 1.2% 등, 특정 장르를 선호하는 청소년이 20%를 넘는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면 만만치 않은 규모니까요. 

 

“정기구독 잡지 없다” 90.2%
우리가 TV에서 꺅꺅 소리 지르는 청소년 방청객 을 많이 본 것과는 달리 그다지 대중음악에 많은 에너지를 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휴대폰과 MP3와 인터넷으로 음악을 소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패션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청소년의 경우 뚜렷한 자기 기호를 가지고 좋아하는 경우가 대략 10% 선이고, 나머지 90%는 몇 가지 한정된 장르의 대중물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가지 더, 익히 예상은 했으나 역시 접하고 보니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45.3%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지요. 저는 이런 수치의 답변을 보고 놀랐답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청소년의 반수 가까이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경우가 어디에 또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이와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정기 구독하는 잡지가 있느냐는 질문이었지요. 90.2%의 청소년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더군요.

 

청소년의 소비·문화에 대한 고민 시작하자
이상의 대략적인 설문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무분별한 소비 풍조와 유행 추종의 맹목주의를 걱정할 수도 있지만, 저는 요즘 청소년이 대단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알다시피 그 형식이 소비 사회의 그물에서 벗어나기 힘들테지만, 달리 보면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공부에만 열중하라고 당부하면서 보상의 일환으로 용돈도 주고 소비 생활을 방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청소년을 탓할 이유도 없지 싶습니다.


만약 학교에서 청소년이 쉽게 접하는 소비생활과 대중문화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하고 교육한다면 위에서 살펴본 청소년의 소비 패턴이 변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자면 입시 공부뿐인 청소년 생활과 보상으로써의 소비가 한 세트가 되어 사실상 부모 자녀 사이에서 흥정이 되고 있는 구조부터 바뀌어야 할 텐데, 이것은 청소년을 둘러싸고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일이어서 누구든 금세 감당이 되지 않는 문제이지 싶습니다.


저번 글에서 희망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이야기한다고 해놓고 또 이렇게 흘러버렸네요. 물론 위의 설문조사 결과가 딱히 희망적이다 절망적이다 논할 성격의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소비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발전적인 모습을 찾는 일이 광고 회사나 마케팅의 역할이지 싶어서 마땅치 않기는 합니다. 다음번에는 정말로 희망적인 조짐으로 보이는 한 대목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