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보다 더 뜨거운 인간애
불길보다 더 뜨거운 인간애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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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에는 늘 그들이 있다

연말이면 거리 곳곳에 ‘불조심 강조의 달’ 포스터가 나붙습니다. 학창 시절 이맘때쯤 불조심 관련 표어와 포스터를 그려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메마른 요즘은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재앙으로 번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이기도 합니다.  수일에 걸쳐 도시를 삼키는 화마를 보며 새삼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생명의 고귀함을 새삼 떠올리기도 합니다.


갑자기 크게 번지는 불길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바치는 사람들, 바로 화재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생사의 위험을 넘는 소방관입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뜨거운 불길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지곤 합니다.

 

생명을 위한 희생, 결코 진부하지 않은 소재
영화도 긴박감 넘치는 사고현장의 볼거리에 착안, 화재를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쟁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릴, 생사를 오가는 위험이 난무하는 가운데 소방관의 애환과 갈등, 위험한 상황에의 대처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화재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 영화들이 감동을 주는 것은 평상시에는 소방관들의 고마움과 그 존재를 거의 잊고 있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인간애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화재영화들의 공통점은 소방관들의 희생정신과 동료애가 빠지지 않고 부각되는 데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보면 투철한 봉사정신과 희생정신 없이는 소방관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화재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 <타워링, The Towering Inferno>을 비롯해 <분노의 역류, Backdraft>, <파이어스톰, Firestorm>등의 헐리우드 영화에서부터 홍콩영화 <화급, 十萬火急>,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 <싸이렌>, <리베라메> 등에 이르기까지, 소방관들의 희생, 사랑, 진한 동료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화재현장이 메인 소재는 아니지만 최근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새드무비>에도 소방관 애인을 둔 여성의 가슴 졸이는 사랑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 소방관의 활약
흔히 소방관은 화재진압 현장에만 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스폭발, 유독가스 유출, 건물붕괴 등 각종 재난과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출동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업무영역이 위험상황에 대한 긴급구조와 예방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소방관은 분야에 따라 화재진압요원, 구조·구급요원, 운전요원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화재진압요원은 소방기구, 호스 등 화재진압도구의 사전 정비를 비롯해 소방용수공급 시설을 점검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화재진압을 위한 모든 일을 하며 구조·구급요원은 각종 사고발생 시 화재진압요원과 동시에 출동하여 인명구조 활동, 위급한 환자와 장애인의 병원 이송 등을 담당하게 됩니다. 운전요원은 각종 사고가 발생하여 출동할 때 운전을 담당하는데 소방지리에 익숙해야 하고 1종 대형면허를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소방차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촉각을 다투는 때를 조바심 내며 지켜봐야만 하는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항공기를 이용한 화재진압, 응급환자 공중수송 등을 담당하는 소방관도 있고 강이나 호수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구조활동을 하는 수난구조대의 소방관들도 있습니다.


소방관은 이처럼 땅, 하늘, 바다를 가리지 않고 재난이 발생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며 서울의 경우 화재 1건당 평균 44명의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열쇠분실 등 현관문을 열어달라는 민원이 폭주하여 화재출동업무에 지장을 받자 이제 119신고를 통해 문을 따주는 것은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방직공무원인 소방사 공개채용시험이나 소방간부후보생 선발시험에 합격해야만 합니다. 요즘은 대학에서도 관련학과들이 생기고 있는데 반드시 소방관리학과 등을 졸업할 필요는 없지만 대학에서 전공을 하면 특채 등에 응시할 기회가 있고 소방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열악한 근무환경, 사회적 인식 개선돼야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그리고 2001년 미국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졌을 때도 인명구조를 위해 맨 처음 뛰어들었던 사람은 바로 소방관입니다. 이들은 항상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또한 화재의 경우 일반인들이 곤히 잠든 새벽이나 밤에 발생하거나 지형이 험한 곳에서 주로 발생하므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더욱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미국어린이들이 장래에 희망하는 가장 멋진 직업 중의 하나가 소방관이라고 할 만큼 미국인들에게 소방관은 인기직업입니다.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고 퇴직연금도 잘 보장되어 있어 경쟁률도 아주 치열하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소방관은 위험하고 가족과 어울리기도 힘들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재진압장비가 첨단화된다고 하더라도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손길은 절대적이며 앞으로도 화재발생과 각종 사건사고가 계속되는 한 이들의 맹활약과 희생은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