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주장 아닌 토론 통한 대안 필요
일방적 주장 아닌 토론 통한 대안 필요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1.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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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간다고 안주하면 정체의 늪 빠진다
일자리 34만 개 창출? 못 믿겠는데?
[특집]한미FTA 시대, 자동차산업의 길을 묻다 ③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참여와혁신 포토DB
한국 국적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사상최대의 실적을 갈아치웠다. 내수시장 판매량은 2009년에 비해 줄어들거나 조금 느는 데 그쳤지만, 수출은 크게 늘었다. 그 중 현지생산 물량도 2009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힘입어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해 미국 시장점유율은 최초로 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현대·기아자동차는 생산목표를 600만 대 이상으로 높이고, 폴크스바겐, 토요타, GM에 이어 세계 4위의 자동차 메이커 자리를 놓고 르노-닛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R&D, 미래 수익 위한 투자

한국 자동차산업이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허완 상무는 “현대·기아차는 품질경영을 통해 제품 품질과 브랜드 가치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올해 미국 내 소비자 초기품질 만족도조사에서 3위를 차지하고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인지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 상무는 이어 “소득증가에 따라 자동차 소비자들의 구매기준이 가격에서 점차 품질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자동차산업의 흐름을 예측해 미래기술, 특히 친환경차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그린카 시장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상무의 지적대로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R&D 투자를 늘려 품질경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성과로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선발기업들에 비해 R&D 투자 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영국 R&D 스코어보드’를 인용해 ‘2009년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활동 분석’이라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여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2009년 매출은 84조6,500억 원에 이르지만 R&D 투자는 2조684억 원에 그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R&D 집중도는 2.4%다.

이에 비해 R&D 투자 규모가 가장 큰 토요타는 10조4,713억 원을 R&D에 투자해 R&D 집중도가 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 면에서 현대자동차의 5.1배에 이르고 R&D 집중도로는 2.0%p 더 높았다.

지난해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현대자동차보다 매출 규모가 큰 GM(5.37%), 폴크스바겐(5.21%), 포드(4.23%), 토요타(3.65%)는 물론, 르노(6.12%), BMW(5.38%), 혼다(4.90%), 다임러(4.63%), 푸조(4.36%), 닛산(4.23%) 등 주요 메이커들의 R&D 집중도는 현대자동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의 R&D 투자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중·장기 R&D 투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R&D를 비용이 아닌 미래 수익창출 투자로 인식하는 기술경영 체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한미FTA 계기로 노동의 질 향상을

한편 한국무역협회 조성대 수석연구원은 “미국시장에서도 효율성이 높은 자동차를 요구하는 등 소비패턴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소비패턴의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전략과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현지공장 외의 다른 메이커에 대한 부품 수출확대 등 한미FTA에 따른 미국시장 확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들이 실제로 한미FTA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부가 “한미FTA 발효 이후 10년간 실질 GDP는 6% 증가하고, 3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홍보하지만, 어디에서 얼마나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질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는 오히려 한미FTA로 인해 국내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미FTA로 인한 일자리가 줄지는 않더라도 크게 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현지생산의 증가로 인해 국내공장의 물량 증가가 미미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한미FTA가 노동자·서민 그리고 공공의 이익보다는 거대 기업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양국 노동자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요컨대 노동자·서민이 한미FTA로 인해 받을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경제와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FTA라는 흐름을 피할 수는 없는 대세다. 따라서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해서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오히려 한미FTA를 경제뿐만 아니라 노동의 질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작업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노동의 질을 끌어올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와 사와 정은 각각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한미FTA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각각의 주장이 서로 토론돼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FTA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한미FTA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