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부와의 투쟁에 앞장설 것인가”
“누가 정부와의 투쟁에 앞장설 것인가”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1.07 19:01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칙 없는 ‘묻지마 단일화’엔 반대…정책연대 즉각 파기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는 찬성…현장 혼란 최소화 위해 유예기간 둬야
[긴급인터뷰]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김주영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이자 전력노조 위원장은 자신의 강점으로 10여 년간 진행된 전력산업 민영화 투쟁을 통해 정부와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며 결국 민영화를 막아내고 전력산업의 안정화에 기여했었다는 점을 들었다. 김주영 후보는 한국노총의 위기는 단지 지도부에 대한 신뢰 문제뿐 아니라 총체적인 운동의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노총이 “현실에 맞는 이념을 재정립하고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부 출신 후보들에 대한 단일화가 결국 깨진 이유에 대해 김주영 후보는 이념과 지향이 다른데 “원칙이 없는 ‘묻지마 단일화’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주영 후보의 나이(51세)와 경력을 들어 ‘경험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주영 후보는 “무슨 경험을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과거 전력산업 민영화 투쟁을 이끌었던 자신이 현 시기 한국노총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데 가장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후보는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면서 취임 즉시 파기할 것을 선언했으며 개정된 노조법은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단결권을 확보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나 현 기업별 체계의 노동조합 관행에서는 현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일정한 규제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하는 인터뷰 발췌본이다. 인터뷰 전문은 <참여와혁신>에만 게재된다.

전체 노동자에게 희망 주는 한국노총 돼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선거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IMF 이후 10년 넘게 노동운동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더 큰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노총을 바로세우고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장석춘 집행부의 임원으로서 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책임을 져야 함에도 선거에 나섰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 집행부 후기에 결합해서 1년 남짓 됐다. 노조법 개정투쟁이 시작하는 시기에 오자마자 삭발도 하고 천막농성에도 결합하는 등 주로 현장투쟁 중심으로 일했다. 현장에 실망을 끼친 노조법 개정투쟁 과정에 대해 누구보다 아쉬움이 많지만 부위원장으로서 한계도 많이 느꼈다. 그러나 집행부 일원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분명히 책임지겠다. 노조법 개정투쟁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꼈다. 무조건 불출마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선거를 통해 한국노총을 다시 살려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출마 이유다.

11.30 대국민 선언 주도했던 세력, 역사의 심판 받을 것

집행부 출신 후보들에 대한 단일화 요구가 있었고, 실제 단일화를 위한 많은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 단일화 논의는 깨졌다. 김주영 후보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집행부 출신 후보들이 단일화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위원장이 불출마선언을 하고 난 후, 단일화 논의에 참가했지만, 원칙이 없는 ‘묻지마 단일화’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누가 위기에 빠진 한국노총을 살려낼 것인지, 현장의 요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것보다, 조직을 살려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지난 10여 년 동안 누구보다도 정부와 강력한 투쟁을 했고, 끝내 신자유주의 정부정책을 바꿔낸 경험이 있다.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현장과 철저히 소통했다. 각종 의결기구를 통해 치열하게 논쟁했고, 결정된 것은 반드시 실천했다. 노조법 재개정 등 정부와의 투쟁과 협상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현장과 함께 정부에 맞서 싸워 이긴 경험이 정말로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대정부투쟁과정에서 누구보다 풍부한 네트워크도 만들어냈다. 현장과 진솔하게 대화하고, 강력한 투쟁과 교섭력으로 한국노총의 미래를 만들어내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책연대, 무조건 파기

김주영 후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일은 안하고 위원장 준비만 했다’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조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나서 현장의 반발이 극심해졌다. 결과가 비록 참혹한 것이었지만, 집행부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현장에 가서 맞아죽더라도 조직과 소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작년 하반기 모든 현장에 지도부로서는 거의 혼자 다녔다. 타임오프 설명하면서 현장으로부터 혹독한 비판도 들었다. 이런 것을 위원장 준비만 했다고 몰아치는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무슨 경험을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정부에 비굴하고, 사용자측에 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경험이라면 나는 그런 경험은 없다. 그러나 정부와 사용자에 당당하게 교섭하고 투쟁하는 것이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덕목이라면 나는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전력노조 3선 위원장으로서 10년 내내 투쟁하고 교섭했다. 신자유주의 민영화정책을 저지하고, 끝내 승리한 사례가 어디 있는가? 철도노조 등 민주노총 사업장도 모두 실패했다. 단순히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경험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번 선거의 핵심쟁점 중 하나는 정책연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기해야 하나? 파기를 한다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있어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는 보수 정당과의 정책연대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이미 실효성이 없고 사실상 파기된 것과 다르지 않다. 전임 집행부가 조합원총투표를 통해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었지만, 내심을 들여다보면 소수의 영달을 위해 전체 조합원을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집행부는 정책연대를 통해 노조법 개정에 나섰지만, 철저히 실패했다. 내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정책연대는 어떤 조건도 걸지 않고 무조건 파기할 것이다.

일부는 또다시 노조법 재개정을 조건부로 정책연대를 파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이 정권과 한나라당이 노조법을 노동조합에 유리하게 개정하려면 지난 1년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이제 또다시 정책연대 파기와 노조법 재개정을 거래한다고 해서 그들이 들어줄 리 만무하다. 지난 1년간 수십 번 써먹은 전술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노조법 재개정에 성공하고 조직을 살려내려면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력투쟁을 통해서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노동계, 제정당,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서 자주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향후 정치방침에 대해서는 이번 정책연대를 포함해 과거 한국노총의 정치방침 전체를 평가해야겠지만 노동운동이 정당의 하부구조화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총연맹의 정치방침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당선 후 먼저 민주노총 방문해 복수노조 논의하겠다.

개정된 노조법, 어떻게 해야 하나?

개정된 노조법은 그야말로 노동조합 말살법이다. 반드시 재개정되어야 한다. 타임오프 제도는 단순히 노동조합 전임자의 축소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 복수노조는 노동자의 통일단결과 노동기본권이 함께 보장되도록 해야 했으나, 노동기본권 중 단체교섭권을 명백히 제한했고, 노동자의 통일단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서구와 달리 기업별 노조의 관행이 고착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단결권과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별 노조의 복수노조는 한시적으로 일정 조직률에 따라 규제를 해야 한다. 개정된 노조법은 강력하고 집요한 투쟁으로 재개정해내야 한다. 이 싸움은 가까이는 재보선, 멀리는 총선, 대선 등 수많은 계기들이 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장지도자들의 학습기회 넓혀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현장에서는 한국노총이 혁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노총의 혁신방안은 무엇인가?

시대에 맞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조합원의 니즈를 모르고서는 상층부만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한다. 현장에 기반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궁극적인 결정권을 현장에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의사결정구조 민주화가 필요하다. 선거인대회,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단위노조대표자대회 등 현장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각종 의결기구를 재정비하겠다. 현장조합원들의 의사를 상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부 현장순회를 정례화하겠다. 중요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현장의 요구에 기반한 정책결정을 할 것이다.

현장지도자들의 학습기회를 넓히겠다. 노동운동은 지도자들의 의식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노총 내에 노동대학도 좋고, 지도자 포럼을 만들 수도 있다. 시대상황을 알고, 노동자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한국노총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운동이념을 재정립하고, 조직혁신과 사회연대틀을 강화하는 전반적인 혁신방안을 도출할 것이다. 여기에는 조직내부뿐 아니라 외부전문가도 대거 위촉해 엄정한 평가도 받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운동상을 만들어낼 것이다.

당선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보다도 무너진 현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본다. 당선되고 나면 가장 먼저 현장을 찾을 것이다. 전국 현장대장정을 통해 현장의 요구에 기반한 새로운 투쟁과 단결의 구심을 만들어내겠다. 현장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합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토론하겠다. 노동진영, 시민사회진영과의 소통구조를 회복하는 일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것을 기반으로 노조법 재개정투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