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 함께, 다시 지역민 속으로
지역민과 함께, 다시 지역민 속으로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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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활동의 선구자가 되리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광주지부>

광주에서 기아자동차는 특별한 회사다. 단순히 광주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하나의 대기업이 아니다. 지역민들 스스로 기아자동차가 어려울 때마다 ‘기아차 구매운동’ ‘기아차 살리기 운동’ 등을 펼쳤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출세한 자식이 집안의 자랑을 넘어 동네의 자랑이듯이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겐 기아자동차의 성공은 자랑이다.


광주시는 올해 5월, 매년 5월 15일을 ‘기아의 날’로 정하고, ‘기아로(서구 광천1교 - 기아자동차 - 상무 버들 주공아파트)’도 명명했다. 한때 취업비리 사건으로 지역민들을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광주 시민들에게 기아자동차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존재다. 그런 지역민의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에 보답하고, 부끄러웠던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고자 기아자동차노동조합 광주지부(지부장 김준겸)는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했다.

 

대기업노동조합이기에 더 힘든 선택
“차라리 중소규모의 사업장이라면 더 쉬울지도 모르겠어요. 선명성이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관심이 있어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아요. 괜히 정통성 측면에서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활동이 됐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부서까지 따로 만들고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는 회사가 없다.
또 직원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어, 사회복지시설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아닌 노동조합이라는 단체가 사회공헌활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대기업노동조합의 경우 다수의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든 일이다.


기아자동차노동조합 광주지부의 경우도 그랬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과 더불어 우리나라 강성노조 역사의 대표 격으로 인식되는  기아자동차노동조합이기에 ‘노동조합과는 어울리지 않는 활동이지 않느냐’고 조합원들이 생각할 수도 있는 실천에 앞서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하지만 지역민과 이웃을 위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마냥 고민만 할 수는 없었다. 수백 번의 고민보다 한 번의 실천이 필요했다.

 

구례농민회와 자매결연 큰 기대감
기아자동차노동조합 광주지부는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노동자로서 현실적인 연대가 가능한 대상은 가까이에 있는 농민들이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올해부터 추곡수매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추수가 끝났지만 농민들이 많이 힘든 상황이다.


김 지부장은 농민들과 집회를 같이 하는 일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자매결연을 맺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농민들의 기대 또한 크다.
“이제 자매결연을 맺었을 뿐입니다. 아직 결과는 없지만 농민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자매결연을 통해 조합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농민들에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현재 기아자동차노동조합 광주지부의 조합원은 6200명 정도다. 김 지부장은 회사와 함께 고민하여 광주공장 식당에서 필요한 식자재를 구례농민회로부터 구입할 생각이다. 또 향후에는 다른 지역이나 다른 공장의 조합원들 중에서 농촌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구례농민회와 직거래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김 지부장의 바람이다.

 

지역민과의 연대 모범 되도록
대기업노동조합은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부분도 많죠. 또 중소기업 사업장에는 우리가 하나의 잣대가 되니까 행동하는 게 조심스럽죠.”
그래서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김 지부장은 말한다. 앞으로 기아자동차노동조합 광주지부는 할 일이 많다. 노동조합과 지역민의 연대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연대를 하면 되는지를 몸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구례농민회와 자매결연으로 첫 발을 떼었다. 앞으로 집행부를 시작으로 해서 ‘끝전모으기’ 사업을 추진하고, 광주·전남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불우이웃돕기 호프데이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들을 고민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로 가달라는 말에 택시기사는 낯선 손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는지, 기아자동차에는 왜 가는지 꼬치꼬치 물어본다.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거기에서 기아자동차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보았다. 이제는 노동조합이 그 사랑에 보답할 때다. 기아자동차노동조합 광주지부가 많은 고민과 많은 실천으로 노동조합의 사회공헌활동의 선구자가 되길 희망해 본다.                 
 

함지윤 기자 jyha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