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2.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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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며칠 전 놀랄만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T-50 고등훈련기 등 한국이 생산한 무기 수입 협상을 위해 입국한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머무르는 호텔에 괴한이 침입해 노트북에 있는 협상 관련 자료를 빼내려다가 발각된 사실 말입니다.그게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들이었다고 합니다.

국가적 망신에다 지금까지 단 한 대도 외국에 팔리지 않아 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T-50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져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뭐,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나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을 닮아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한국 최고의 정보기관 요원들이 아마추어 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못내 씁쓸합니다.

아마추어 같은 행동은 이들만이 아닙니다. 구제역으로 인해 매몰된 돼지 침출수를 퇴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국사 시험을 영어로 봐야 한다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을 보면 이들이 한때 한국 최고의 프로페셔널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노동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월 21일 터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조합비 횡령 사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힘든 상황에서 농성을 전개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조합원들이 농성을 위해 모은,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게 해달라고 낸 조합비를 일부 간부가 착복했다는 점은 어떠한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한국사회는 이미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마냐 프로냐의 문제 이전에 기본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조합 간부들의 비리 사건으로 이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노동계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참여와혁신>은 누누이 강조했습니다. 그들이 상대하는 것은 아마추어가 아니고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프로페셔널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본을 지킬 때 조합원들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수노조를 앞두고 노동계의 이러한 기본도 안 된 행동은 노동계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위입니다. 조합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을 이끌기 위해서, 이 사회의 지도적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라도 노동계는 기본에 충실한, 프로정신에 입각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번 호에는 ‘성역’이라 일컫는 삼성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주창했던 ‘젊은’ 삼성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했습니다. 이와 함께 2011년 산별교섭 전망도 다뤘습니다. 산별교섭이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산별교섭의 주요 쟁점은 무엇이 될 것인지 알아봤습니다.

그동안 <참여와혁신>과 함께 웃고 울었던 만평의 설인호 작가가 개인적 사정으로 연재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독자여러분께서는 이점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고생하신 설인호 작가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