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도 안됐는데 은행장부터 선임?
합병도 안됐는데 은행장부터 선임?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3.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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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경발위 통해 외환은행장 후보 선출 시도
외환은행노조 강하게 반발…블랙리스트 이어 월권까지

▲ 지난 2일 오후,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조합원들이 금융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여의도 금융위 건물 앞에서 하나금융 졸속승인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외환은행지부
하나금융지주가 차기 외환은행장 후보 선출에 나서 외환은행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3일 오후 등기임원 추천기구인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 회의를 진행해 사내‧외 이사를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사외이사만 선임하고 향후 외환은행장 후보가 될 사내이사에 대해서는 오는 7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은 한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후에 열리는 경발위에서 사외이사 인선만 논의할 것”이라며 “7일 경발위를 한번 더 열어 하나금융 사내이사 선임 건을 다룬 뒤 9일 이사회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의 사내이사는 김승유 회장을 비롯해 김종열 사장, 김종태 하나은행장 등 3명이며, 외환은행 인수가 거의 확정됐다고 보고 외환은행장 후보와 감사 등 사내이사 2명을 더 충원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경발위를 통해 선출된 외환은행장 후보가 오는 11일 열릴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행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장 후보 선출과 관련해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인수합병을 줄기차게 반대하고 있는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기철)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외환은행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도대체 하나금융이 무슨 자격으로 외환은행장 교체를 운운하는가. 지금 외환은행의 경영에 간섭할 어떤 권한이 있는가. 외환은행에 지분이 있는가. 론스타에 대금을 납입했는가. 아니면 최소한 정부 승인이라도 받았는가”라며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던 국내외 금융회사를 포함, 과거 어떤 은행도 한 적이 없었던 무례하고 오만 방자한 행동을 지금 하나금융이 자행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하나금융은 대한민국의 사법체계와 주식시장, 금융산업 질서를 파괴하는 작금의 상장유예 불복 및 외환은행장 선임 소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자신의 권한과 역할을 넘어선 경거망동을 일삼는 자들은 결국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고야 말았다는 진리를 되새겨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