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 매각, 국가 산업경쟁력 가장 먼저 고려해야”
“기간산업 매각, 국가 산업경쟁력 가장 먼저 고려해야”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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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민주노동당 심상정 수석부대표

재벌과 외국자본에만 기회 주는 일괄매각 방식 재검토 필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우종기 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재벌의 부실로 인해 기업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난 후에도 또다시 국유 기업을 재벌의 손에 맡겨 무리한 차입 경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과 관련, 매각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고, 매각 목표가 공적자금 최대 회수라는 단기 시야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재벌 체제 개혁과 산업경쟁력이라는 장기 전망이 없는 매각 프로그램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국가 주력 산업의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쌍용자동차 등 해외에 매각된 국가 기간산업에서 기술유출과 고용불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 해외매각의 문제점과 대안은?
국가 기간산업을 해외자본에 매각함으로써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기술유출과 고용불안도 큰 문제이지만 이러한 문제가 누적되는 것을 방치하면 국가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간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을 매각하면서 전체의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지 못했다. 매각가 극대화 원칙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면서 매각에서 발생할 장기적인 사회적 이익이나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 모두 ‘부메랑’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보니 산업의 구조도 고려하지 못 했고 개별 기업에 알맞은 소유지배구조도 창출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매각된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마저 의심이 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검토하고 보완해서 바람직한 매각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LG카드, 대우건설 등을 중심으로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지분 참여와 지분 분산매각을 주장하고 있지만 채권단과 재경부 시각이 부정적이다.
지금까지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들을 매각하는 원칙은 돈을 많이 주겠다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입찰을 통해 일괄매각하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재벌이나 외국자본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에게 기업을 팔아넘기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헐값 매각 논쟁이 나왔고 매각절차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기업에 맞는 다양한 매각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노동자들의 지분참여나 분산 매각은 다양한 매각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사주를 통한 지분 참여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나 채권단도 우리사주조합 참여에 대해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종업원 지분 참여는 일반적인 현상이고 미국에서도 우리사주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우리사주제도가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사주 공대위의 움직임에 공식적 지지입장을 보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실제로 노동계에는 차입형 우리사주제도가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우려하는 흐름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노동계 전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고 따라서 공식적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회생한 기업의 경우 이 기업을 매각할 때 우리사주 등을 통해 최소한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사주를 통한 경영참여나 우리사주의 구체적인 운용방안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우리사주 공대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마다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일괄매각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투기자본에 대한 철수명령이나 횡재세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투기 자본 견제를 위한 현실적 방안은?
이제까지 기업을 매각할 때 일괄매각 방식만을 고집하다 보니 재벌이나 외국자본, 특히 투기성 외국자본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투기자본이 이 과정에서 챙긴 많은 이득은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이득에 대해 세금도 내지 않았다. 이런 경우 당연히 과세를 해야 하고 국민 경제를 망칠 우려가 심각한 경우에는 철수 명령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생각이다. 투기자본에 대한 반대가 건전한 투자자본의 유치까지 어렵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기 힘든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투기자본을 규제한다고 투자자본의 유치까지 어렵게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자본은 그것이 외국자본이든 국내자본이든 수익성 여부를 두고 투자를 결정하지 투기자본을 규제한다고 투자를 망설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매각을 앞둔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의 매각 방향에 대한 생각은?
이 문제는 국정감사나 상임위 질의를 통해 일관된 입장을 내왔다. 우선 매각할 때 산업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재벌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매각이 이뤄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건전한 소유-지배구조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통한 일괄매각방식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매각하면 재벌과 외국자본만 혜택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유를 분산시키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수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기업의 특수한 사정도 충분히 고려해 매각방안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