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고 싶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3.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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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특집 기사 취재를 위해 전주에 갔을 때였습니다. 90일 넘게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조합원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한국을 떠나고 싶다. 꼴 보기 싫은 놈들도 많고 살기도 어렵고…”

석 달째 파업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월급 한 푼 못 받아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선 저라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26일부터 이틀간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 이민·투자 박람회가 대성황을 이뤘다고 합니다. 이들이 다 파업을 하고 있어 생활비를 벌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왜들 그리 한국을 떠나려 할까요?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도 있죠. “돈만 많으면 한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라고. 반대로 일반 서민들이 살기에는 팍팍한 곳이 바로 한국이란 말이 되겠죠. 작년에 무섭게 치솟은 채소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르고, 구제역으로 모든 식당의 음식값이 올랐고, 전세값은 60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고, 리비아 사태 등으로 휘발유값은 2천원대를 훌쩍 넘었고, 쉽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우유가 제한적으로 공급된다고 하고, 일본 대지진에 의해 방사능이 누출돼 일본산 해산물과 채소의 수입이 중단되고…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요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고 이미 불이 났던 집은 지금도 활활 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비와 주택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빚으로 빚을 갚는 위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정경제의 붕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 또한 계속되고 있습니다. 돈 있고, 기술이 있고, 비전이 있다면 한국을 떠나겠다는 사람이 주위에 많습니다. 한국사회에서 희망을 발견할 순 없을까요? 사회공동체 전체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해봅니다.

이번 호에는 전주버스 파업 사태를 통해 복수노조의 생성 이유와 그에 따라 현장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했습니다. 복수노조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은 분명합니다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복수노조로 벌어질 수 있는 현장의 혼란 또한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의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또 다른 특집 기사로 한국형 사회적기업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이 또 다른 사회 안전망으로서 역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사회적기업 CEO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 사회적기업의 발전 방향이 녹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