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같이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 참여와혁신
  • 승인 2011.04.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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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연대 투쟁까지 가시밭길 험난…내부 반발 잠재워야
“일단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

▲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 공동 시국선언 및 좌담회에 앞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국노총이 노조법 전면 재개정과 4.27 재보선에서 야당통합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이명박 정부와 본격적으로 ‘한 판’ 뜰 태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조 문제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노동계가 뭉치지 않으면 사측이나 정부와 싸우기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이후 양대 노총은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또다시 양대 노총은 노조법 재개정 투쟁과정에서 이른바 ‘어용’과 ‘빨갱이’로 나누어졌다. 과연 이 같은 상태에서 양대 노총의 공조는 가능할까? 양대 노총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한국노총은 왜 양대 노총 공조를 바라나

▲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양대 노총 공조를 바라는 마음은, 현재로서는 한국노총이 더 커 보인다. 이용득 집행부 등장 이후 한국노총은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내걸고 대정부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나 한나라당은 한마디로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지난 4월 13일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4월 10일 기준으로 노사분규 건수가 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건에 비해 25% 감소했다”며 “중앙과는 달리 현장은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상층단위의 연대를‘떼쓰기’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시행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인데 이를 뒤로 후퇴시키는 것은 이명박 정권 전반에 대한 후퇴로 여겨질 수 있다”며 “한국노총의 요구는 논의조차 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정부와 한국노총이 이렇게 대립각을 세운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한편으로 위와 같이 확고한 정부 입장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대정부 강경투쟁 선언으로 한국노총의 최대 장점이었던 정부·여당과의 조율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암시하는 것이고, 자칫 장기화될 경우 현재 민주노총이 처한 현실인 정부와의 대화채널 상실 상태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대화채널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반응이 냉랭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하튼 정면돌파 외에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전 장석춘 집행부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한시적 파견전임자 임금지급이 4달째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한국노총 내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문제다.

이용득 집행부가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을 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정부 투쟁에서 일정정도 성과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연대 투쟁이 필수라는 사실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노총과의 연대 투쟁은 다각적인 전술적 포석에 기인한 것이다.

첫째, 공조 복원을 통해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양대 노총뿐 아니라 정치권까지도 포함된다. 특히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민주노총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양대 노총의 연대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 4당을 동시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 또한 계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한국노총은 근래 들어 투쟁의 경험이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노총만의 투쟁이 될 경우, 노동자대회 등 일회성 투쟁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 투쟁에 돌입할 경우 자칫 동력 상실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연대 투쟁이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양대 노총의 공조는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가칭 ‘국민노총’인 제3노총이 오는 7월 설립을 준비 중인 상태에서 기존의 양대 노총이 제3노총을 견제하며 조직세를 다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양대 노총 공조를 통해 서로의 취약 조직에 대한 불가침 협정 같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한국노총이 양대 노총 공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바로 조직 내 내홍 때문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vorplus.co.kr

내부 조직 단속이 문제

한국노총에는 민주노총이라면 이를 가는 조직들이 있다. 특히 전주버스 파업 사태로 인해 민주노총과 ‘웬수’가 된 자동차연맹을 비롯해 교운총련(KTF) 소속 일부 연맹과 지역본부는 이용득 집행부가 민주노총과의 연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한 연맹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양대 노총 공조에 반대하고 만약 공조를 한다면 조직 동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과 그에 따른 전통이 있다. 민주노총과 공조한다고 문제가 풀릴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라며 투쟁 중심의 민주노총 방식에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연맹 위원장은 더 심하게 반발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자동차나 지방조직 등을 쑤시고 있는 판에 양대 노총 공조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공조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활동가들을 풀어 우리들의 조직을 쑤시려고 들게 뻔한데 (이용득)위원장 혼자 ‘쑈’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집행부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또 다른 연맹 위원장은 “공조가 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단 한마디만 하기도 했다.

반면 양대 노총 공조에 찬성의 뜻을 나타낸 연맹 위원장들도 있으나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 양대 노총 공조에 찬성하는 한 연맹 위원장은 “노동자끼리의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연대의 분위기가 예전에 무너진 적이 있기 때문에 다시 연대의 틀을 짜려면 강고한 신뢰가 필요한데 그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작 집행부 내에서도 이런 기류는 존재한다. 한국노총의 간부는 “신뢰가 쉽게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조법 재개정 문제는 장기 레이스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자주 만나고 사안별로 공조하면서 양대 노총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렇듯 한국노총 내부조차 양대 노총 공조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단 민주노총의 투쟁 성향에 대한 반감뿐만이 아니라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의 후유증, 복수노조에 대한 불안감,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로 인한 각 지도부의 정치력 감소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위원장 선거에서 패배한 그룹, 특히 한국노총 내 KTF그룹은 현 이용득 위원장의 행보가 못내 불만족스럽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노총의 힘은 상층 단위의 교섭력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산하 조합원들의 투쟁을 독려하는 체제는 오히려 민주노총식의 투쟁 성향만 강화시키고 현 지도부에 대한 반발만 쌓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비록 투쟁할 때 투쟁하더라도 정부와의 소통은 유지해야 함에도 이용득 집행부가 막무가내로 반정부 성향을 띄어가고 있고, 민주노총과 연대하는 순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공조보다 신뢰가 우선

지난 3월 28일, 양대 노총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과 함께 국회 귀빈식당에서 노조법 재개정을 추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다. 지난 2006년 노조법 재개정 투쟁 당시 깨진 양대 노총의 공조가 복원되리라는 기대감은 기자들을 국회로 불러 모았다.하지만 기자회견이 임박한 9시 40분께 국회로 향하던 기자들의 휴대전화에는 기자회견이 취소됐음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이 취소된 이유는 재개정이 필요한 노조법 조항이 크게 8가지인데, 민주당이 그중 전임자 임금 문제와 복수노조 문제만을 우선 재개정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조법 개정안 공동발의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양대 노총 공조 문제는 계속해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4월 초, 양대 노총 위원장이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회동을 한 데 이어, 지난 4월 25일에는 양대 노총 위원장이 참여하는 시국좌담회도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양대 노총은 공동 시국선언문을 채택해 노조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와 여당에 국정기조의 전면 전환을 요구했다.그러나 양대 노총의 공조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열린 민주노총 제4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양 조직의 신뢰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노총의 입장에서는 지난 2006년 노조법 재개정 당시 한국노총과 공조했지만,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을 배제한 노사정 합의에 한 당사자로 참여했던 것이다.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2006년 노사정 합의 당시에도 한국노총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이용득 위원장의 노사정 합의에 분노한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한국노총 사무실을 점거하고 건물 난간에서 “한국노총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친 일이 있었다. 한국노총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주선하겠다며 이들이 난간에서 내려오도록 했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내려오자마자 경찰에 연행됐다. 이 일이 있은 후 한국노총은 폭력노총이라며 민주노총에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양대 노총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이런 사정으로 양대 노총 사이에는 묵은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또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양대 노총이 공조하려면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날 중집에서는 “당면한 노조법 재개정이라는 사안과 관련해서는 공조를 추진하되, 지속적인 공조는 현재 상태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결정했다.

앞서 양대 노총이 야4당과 함께 노조법 개정안 공동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열려다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양대 노총의 이야기가 다르다. 당초 야4당과 함께 노조법 개정을 추진한 것은 민주노총이었고, 한국노총은 이후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앞두고 3월 25일 열린 회의에 대해 양대 노총은 서로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2개 항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데 대해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은 반대한 반면 한국노총은 동조했다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참관인이었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26일 작성해서 보낸 기자회견문 초안은 ‘25일 회의에서 합의된 바와 달리’ 8개 항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한국노총이 이를 2개 항 우선 처리로 수정해서 다시 보내자 민주당은 수락한 반면 민주노총은 “이대로 가면 조직에서 난리가 난다”며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놓고 보면 일단 한국노총이 2개 항부터 우선 처리하자는 데에 동의하는 입장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25일 회의에서 2개 항을 우선 처리하는 데 합의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합의했다면 한국노총의 의결권이 있었는지도 양대 노총의 설명이 다르다. 이같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이면에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놓여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vorplus.co.kr

할 것 있나 vs 그래도 해야

사정이 어찌됐든 양대 노총은 일단 노조법 재개정에 대해서는 공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양대 노총의 공조는 일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볼 수 있다. 2개 항을 우선 처리하든 8개 항을 일괄 처리하든, 3월 28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노조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면, 4월 재보선 국면에서 이를 이슈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자회견과 공동 입법발의는 무산됐고, 4월 재보선에서는 노동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노총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지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조를 한다 한들 상층부에서 기자회견 한 번 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며 양대 노총 공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산별연맹 위원장은 “분명 한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은 맞다”면서도 “노조법 재개정 문제가 하루 이틀 사이에 정리될 문제도 아니고, 노동 문제가 노조법 재개정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닌데, 한 번 기회를 놓쳤다고 공조를 추진하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유력한 카드 중 하나를 그냥 버리는 꼴”이라며 양대 노총이 공조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민주노총의 한 임원은 “지금 노동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지만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면서 “양대 노총이 한 목소리를 낼 때 그나마 국민과 정치권에서 노동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느냐”고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임원은 또 “양대 노총이 공조한다고 어느 한 순간 정책기조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재보선에서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한다고 결정하는 것은 내부 구조상 만만찮은 일이었을 것”이라며 그 진정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산별연맹 위원장은 “조합원들은 당장 닥친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때라야 비로소 양대 노총 공조를 돌아볼 것”이라면서 “적어도 지금은 상층 단위에서 양대 노총이 공조를 하든 말든 조합원들에게는 관심사항이 아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공조에 대한 찬반양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논란이 더욱 증폭될지 혹은 사그라질지 여부는 향후 양대 노총의 공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부분공조’가 성과를 거둔다면 ‘전면공조’로 발전할 수 있겠지만, 만약 성과가 없다면 양대 노총은 내부로부터의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나아가 조합원들의 입장에서 공조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은 양대 노총이 주의 깊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어떤 조직도 조직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우성 기자 wsjung@laborplus.co.kr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