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도 때가 있습니다
사과에도 때가 있습니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6.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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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조어(造語) 능력은 시인이나 정치인들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더니 과학자도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군요.


황우석 교수가 기자회견장에서 한 ‘인위적 실수’라는 말이 화젭니다. 실수란 기본적으로 모르고 일어난 일을 지칭하는 말인데, 여기에 사람의 손을 탔다는 인위적이란 단어를 붙여놓았으니 생소할 수밖에요.


저걸 그냥 쉽게 풀어 쓰면 ‘조작’이 되겠지요.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과학자‘답게’ 있어서는 안 될 조작이 일어났으니 면목이 없다고 사과하면 될 일을 ‘인위적 실수’라는 희한한 단어를 만들어가면서까지 두루뭉실하게 넘겨버리려 했을까요.

 

대한민국 1호 ‘최고 과학자’의 체면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대한민국 ‘원천기술’에 대한 자존심 때문이었을까요. 이 듣도 보도 못한 단어를 들으면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단어를 떠올린 건 저 뿐이었을까요.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사과할 줄 아는 것도 용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진실하게 사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사과라는 게 때를 놓치면 더욱 하기 힘든 법이거든요.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이번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참 소중하게 생각했던 한 사람을 잃게 됐습니다. 예전처럼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다시 한 번 ‘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병술년은 개띠해입니다. 흔히 ‘개 짖는 소리’라고 하면 참 부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 소리가 쓸데없다는, 그리고 무슨 소리를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지요. 그러나 개가 짖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올해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는 목표를 세우는 건 어떨런지요.

 

<참여와혁신>은 올 한 해 동안도 산업과 노사관계 전반의 중요 이슈들을 추적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을 좀더 채워내고 더욱 폭넓고 풍부한 내용을 담아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올 한해 업종, 부문별 노사관계를 전망해 봤습니다. 노사관계의 중심에 위치할 것으로 보이는 민간제조업, 금융, 공공 부문 노사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또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선거를 통해 노동조합 운동과 조합원의 정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분석해 봤습니다. 도움이 되시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