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를 할 때다
이제는 문화를 할 때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1.05.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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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의 선구자들…방송에서부터 화장품까지
연결된 직업들도 유망직업으로 급부상 해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한류열풍이 거세다. 한류를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권에서 부는 지역풍 정도로 얕잡아 보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지난 5월초,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입구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는 이색 시위가 벌어졌다. 6월 10일 열릴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K-pop 그룹의 파리 공연을 보려는 프랑스 한류 팬들이 티켓을 더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시위를 벌였던 것. 공연 티켓 인터넷 판매는 15분 만에 매진됐고 인터넷 판매 당일 이미 399유로에 VIP석 암표가 나왔다고 한다. 한류가 아시아를 뛰어넘어 서구문명의 중심인 파리지앵의 감성마저 흔드는 중이다.

방송에서의 한류를 이끄는 자

그럼 이 같은 한류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무엇보다 수준 높은 대중문화를 신속하면서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연예기획 시스템을 꼽는다. 그 핵심에 있는 이가 국내 연예인 ‘주식부자’ 1위이자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인 이수만이다. 그는 연예기획사를 세워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글로벌 아이돌 그룹을 키워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연예기획 시스템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연예기획가는 훌륭한 잠재력을 가진 연예인을 조기에 발굴해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스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예비 스타가 자신이 가진 끼와 재능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대다. 무대에 서려면 실력은 필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 구축, 방송국의 인맥과 네트워크 활용, 연예 트렌드를 읽는 능력, 철저한 자기관리 등 신경 쓰고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연예인 지망생이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연예기획자가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해서 상품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다.

한류열풍이 불고 연예인이 부상할수록 함께 성장하는 직업은 연예인 매니저이다. 연예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루 일정을 함께 시작하고 그림자처럼 연예인과 항상 붙어 다니는 것이 그들이다.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에서부터 일정체크, 운전, 경호, 소품 등 중요한 것에서부터 자질구레한 것까지 일일이 챙기고 세심하게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매니저에 입문하는 방법은 크게 연예기획사, 학원, 연고를 통한 방법이 있는데 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들어가거나 인맥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니저는 운전이나 수행 등과 같은 실무적인 능력이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연예분야에 대한 이해, 기초적인 지식은 필수다.

ⓒ MBC '쇼!음악중심' 갈무리

탄탄한 스토리 만드는 방송작가

최근 벨기에 프로덕션이 유럽 공급을 목표로  ‘아이리스’, ‘추노’, ‘전우’ 등 한국 드라마 3편의 판권을 구입해서 화제다. 2월 프랑스 브줄에서 열린 아시아영화제에선 한국특집 주간에 상영된 36편의 영화가 매회 300석이 넘는 좌석을 채우기도 했다. 탄탄한 스토리 구조, 긴장감 높은 전개방식, 여기에 한국적인 전통과 문화, 한류스타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 한류 드라마와 영화는 인기다. 탄탄한 스토리를 만드는 방송작가는 특히 중요하다.

방송작가는 타인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능력만 있다면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을 수도 있는 유망직업이다. 방송작가는 드라마, 쇼, 예능, 다큐, 교양 등 방송의 콘텐츠를 채우는 일을 담당하는데, 드라마 대본을 쓰는 드라마 작가와 드라마를 제외한 모든 방송 프로그램(쇼, 예능, 라디오, 다큐, 교양 등)을 집필하는 구성작가로 나누어진다.

‘드라마 작가=고수익’이라는 등식을 만든 이는 김수현이다. 그녀는 1992년 최고 평균시청률 59.5%를 기록한 MBC의 ‘사랑이 뭐길래’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다.

방송작가는 공채시험이 따로 없고 회사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방송 프로그램별로 방송국, 제작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이밖에도 방송과 관련된 직업은 무수히 많다. 가수, 개그맨, 영화배우 등과 같은 연예인은 물론이고 이 밖에도 프로듀서, 작가, 조명, 의상, 분장, 소품 등 방송과 관련된 직업들은 다양하다.

문화상품으로 확산되는 한류

방송, 영화, 음악 등을 통해 접하는 한류는 이제 연예영역을 뛰어넘어 음식, 미용, 성형, 의류 등 한국 문화상품 전반으로 급속히 파급되는 양상이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와 팝송을 보고 들으면서 청바지, 햄버거, 코카콜라를 소비했듯이 지금 불고 있는 한류열풍은 외국인에게 김치, 막걸리, 화장품, 의류 등의 문화상품 소비로 자연스럽게 번지는 중이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유명한 한류스타 이영애를 앞세운 김치와 산삼배양근이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나아가서는 세계시장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대장금>은 전세계 87개국에 방영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최고의 한류코드로 김치, 산삼 등을 마케팅 하는 데 최적이라는 평가다. 일본에서 시작된 막걸리 열풍은 이제 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음식, 주류 등이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 김치전문가, 퓨전요리사, 요리개발자, 푸드코디네이터, 조주사 등의 직업이 부상할 것이며, 우리나라 농산물의 판로 역시 확대가 예상된다.

한류스타를 따라잡고 싶은 외국인들이 미용, 성형 등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우리나라를 찾는 의료 관광객은 지난해에 8만 명을 넘었고, 올해는 11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환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술을 배우려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의사들이 증가하여 지난해에만 6백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위암 수술은 한 해 2만 6천 건으로 세계 최다 수준. 5년 생존율도 63%로 미국은 물론 일본보다 높아지면서 우리 의술을 배우려는 외국인 의사들이 늘고 있다. 외과나 성형외과뿐만 아니라 치과에서도 한류열풍이 거세다.

▲ 명동 거리.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의류, 화장품도 한류열풍 동참

지금 세계 관광시장의 큰 손은 중국인이다. 중국인들이 통 크게 명품을 구매하는 패턴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 관광객처럼 꼼꼼하게 따져 찔끔 구매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맘에만 들면 그야말로 씀씀이가 크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샤넬, 구찌, 에르메스 등이다. 그런데 이들 쟁쟁한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 같은 반열에 오른 우리 상품들도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간 브랜드 10위권 안에 남성정장 솔리드 옴므, 여성정장 도호, 동우모피, 여성캐주얼 오브제 등 의류브랜드가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였다는 사실. 의류의 경우 서양브랜드는 아무래도 동양인 체형에 맞지 않기 때문에 품질이 좋으면서도 몸에 딱 맞는 우리 브랜드가 부상하였다는 평가다. 또 한류스타들이 입는 의류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작용했다고 한다.

최근 신라면세점은 매출 1위 브랜드가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라고 발표했다. 루이비통이나 샤넬과 같은 세계적 명품을 제치고 우리 상품이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이 면세점뿐 아니라 서울 명동거리와 시내 백화점에서 우리 화장품을 쇼핑하는 모습은 흔하다. 여기에는 우리 화장품의 품질이 높다는 점과 더불어 한국 미녀스타를 미의 표준으로 인식되도록 만든 한류열풍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작가 토마스 만은 “할아버지 세대는 경제를, 아버지 세대는 정치를 했다. 이제 우리 세대는 문화를 할 때다”라고 말했다. 한류가 방송연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상품 전반으로 확산되어 그중 일부는 충성도가 높은 문화상품으로 격상되고 그 속에서 관련 직업이 고급화, 명품화하고 있다. 의류디자이너, 패션악세서리디자이너, 화장품연구원, 조향사 등은 의류, 화장품 등에서 불고 있는 한류와 더불어 유망한 대표적 직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