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영화산업노조 그들만의 레드카펫을 밟다
전국영화산업노조 그들만의 레드카펫을 밟다
  • 승인 200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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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욱 초대위원장 “노동운동의 대중성 만들어 갈 것”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영화산업, 빛나는 별천지의 그늘에 있던 스탭들의 이야기가 표면으로 드러난 후 ‘이름 없는’ 이들의 ‘투쟁’은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는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오면서 처우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누가 이러한 문제를 위해 싸워 왔는지 어디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는 드러나지 않은 채 베일에 가려 있었다.


드디어, 4년간, 아니, 더 긴 시간 동안 ‘물밑작업’을 진행했던 이들, 그동안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설립을 위해 뚝딱뚝딱 배를 만들어 온 바로 그 사람들이 배를 띄우고 항해를 시작했다.
4부 연합(연출, 제작, 촬영, 조명)과 비둘기 둥지, 그리고 영화인 신문고 등 영화스텝들의 부당한 처우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운영돼 왔던 곳들이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하나가 된 것이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최진욱 위원장을 만났다. 

 

10분의 1도 못 왔다, 이제 탄탄한 밑그림 그릴 때
만들었으니 ‘완성’이 아니다. 최진욱 위원장은 이제 ‘정말 진지하게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산별노조로 출범했으니 사용자 단체 구성을 해야겠고, 조합원 가입절차와 가입범위, 지부 운영 또한 이제 초기상태이다. 또 상급단체 결정 문제와 조합원 교육도 필요하겠다. 노동조합 간 연대, 임단협을 위한 준비부터 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 수립까지.


하지만 초기라 아무것도 돼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가지 않았다. 탄탄한 기반공사 아래 크게 또 세밀하게 준비되어 가고 있었다. 최 위원장은 “길게 보고 있지만, 특별히 안 되고 있는 것은 없다”는 말로 준비과정을 이야기했다.
최진욱 위원장은 “이제 시작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잡아나갈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단지, 초기집행부들이 반드시 강한 리더십을 갖고 움직여야 긴 역사를 만들어 가는 디딤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다져먹고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 모두가 심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정부분을 동의하고 가지만, 먼저 판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냐는 논리인데,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선 성장 후 분배’에 동의하고 갈 수는 없습니다.”
<쉬리>(1998, 감독 강제규) 이후 영화산업은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해 왔다. 하지만 내부의 제작 시스템은 70년대의 고전적인 방식에 그대로 머물면서 그로 인한 문제점을 고스란히 떠안고 왔던 것.


최 위원장은 “발전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발전이지요. 또 얼마 간 개선된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아직 우리가 받아야 할 ‘일한 만큼의 대가’는 저 위에 있습니다.”

 

조직 확대 필요하지만 목적 되어선 안 된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전화와 팩스로 계속해서 가입신청이 들어오고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중간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감독들이 가입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즉 가입 범위와 대상에 대한 문제들이다. 
아직, 집행부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강조한 최 위원장은 “결국은 모두를 포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한다. 따져보면 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며 일정부분 제작사의 요구와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제작물을 만들어 내는 ‘노동자성’을 갖고 있다는 것.


물론 스타급 감독 등 ‘빛과 그림자’론을 형성하는 몇몇 예외가 존재하고는 있지만 함께 감싸 안고 가야 할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이 ‘조직 확대를 위한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에 앞선 원칙이다.


“연대도 중요하고, 일정부분 대립구도를 통해 건전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 갈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직 확대를 위해 무분별하게 가입 조건을 형성하거나 또 벽을 만들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내몰아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모두가 바라보는 관점과 의견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발전’이라는 목표가 같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노동운동의 대중성에 기여할 것
2005년, 노동계의 위기는 너나할 것 없는 화두였다. 이제 막 ‘노동운동’이라는 화두를 조합원들에게 던지기 시작한 최 위원장은 ‘원칙만 지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노동조합을 만들 때는 규약을 만듭니다. 하나하나 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만들어놓고 그대로 하지 않으니까 생기는 일이라고 봅니다. 원칙은 지키기 위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첫 위원장의 임기는 2년. 노조를 세우고 창립과 함께 선출된 만큼 하고 싶은 일, 만들고 싶은 것들에 비해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는 2년이면 충분합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2년 넘게 현장에서 멀어져 있으면 감각을 잃기도 하고요.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에게 넘기고 현장으로 돌아갈 겁니다. 제가 사랑하는 일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에 임기 동안은 최선을 다할 겁니다. ”


그가 처음 영화 제작에 ‘조명부’로 뛰어 들게 된 것은 친구 따라 ‘구경’을 갔다가 주섬주섬 일을 배우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이제 생활이 됐고, 삶이 됐다. ‘제대로 된’ 노동영화를 한 편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는 “영화산업노조의 출범이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노동운동이 대중운동으로 나오기 위한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그만큼 영화산업의 힘과, 이 산업에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반증이다.


노동자임을 ‘당연하게’ 인정받고 모두가 처우개선을 해야 한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제, 이들이 길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고, 투쟁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영화산업은 생산을 통한 가치창출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마케팅, 브랜드 이미지 등 무한대의 부가가치를 갖고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보장, 즉 영화산업의 공공성에 따른 국가적 재원의 투입부터 산업 전반의 인력구조 개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고민 역시 무한대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위원장의 말이 영화산업노조의 힘찬 스타트를 대변해주고 있다.
변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는 위원장의 리더십이 크고 넓은 길을 닦아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