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조조정은 불 보듯 뻔해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 보듯 뻔해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5.3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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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은행권 합병에는 인력 구조조정 반드시 뒤따라…학습효과 나타나
각 금융기관 중 부실기관은 없어…독자생존 가능
[특집 1] 금융산업, 태풍이 불고 있다…② 노동조합은 왜 반대할까?

▲ 지난 5월 27일, 명동YWCA 강당에서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내 금융산업 재편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금융노조 소속 간부들이 메가뱅크 철회를 주장하는 플랭카드를 들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방안 확정은 금융계뿐 아니라 금융권 노조에 있어서도 커다란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른바 ‘메가뱅크’가 향후 금융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요 핵심 이슈가 됐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금도 항시적인 고용불안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산업 노동자들이 금융권 빅뱅에 따라 또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얽혀있는 노조는 대부분은 “그냥 두세요”를 외치고 있다.

투뱅크 시스템이라굽쇼?

만약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가 합병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1만4천여 명이고 산업은행의 경우 2천2백여 명이다. 우리은행은 점포수가 900여 개에 이른다. 산은금융지주에서는 합병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투웨이, 투뱅크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설령 두 은행이 합병된다 해도 산업은행이 소매금융 분야 지점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일부의 해석이 있다.

이전에 진행됐던 은행권 합병, 특히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에서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고용안정확약서를 노조와 교환하지 않은 경영진은 없었다. 그러나 합병 이후 2~3년이 흐른 지금, 현장을 보면 거의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은행을 떠났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2001년 주택, 국민은행지부의 일산 파업도 결국 고용불안을 막지 못했다. 당시 고용조정은 경기침체에 의한 것이라고 정부와 경영진은 주장하지만 몸집 불리기에만 매몰돼 거대 은행을 만들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들이미는 순간 직원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임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도 “지점을 제외한다 해도 본사 인력인 우리은행 2천3백여 명과 산업은행 7백여 명은 어쨌든 고용조정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이익집단이지 시민단체가 아니다. 조합원의 고용불안을 받아들일 노조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변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주회사 내 은행만 있는 것 아니다

은행은 지점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최대한(?) 수용한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 임직원 약 3천 명과 산은금융지주 자회사인 대우증권 임직원 약 3천 명은 어찌되는 걸까? 현재 양 증권사는 점포수에서도 우리투자증권이 117개, 대우증권이 107개로 엇비슷한 상황이다. 심지어 양 증권사는 같은 건물에 점포가 따로 있기도 하는 등 약 100여 개의 점포가 비슷한 위치에 존재한다.

본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리서치센터, 퇴직연금, IB사업 등 본점에서 행하는 영업부서도 똑같지만 인원도 거의 비슷하다. 만약 두 증권사를 합치게 될 경우 노조는 6천여 명의 양 증권사 직원 중 약 2천여 명이 정리해고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부실기업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은행은 작년에 1조 이상의 수익을 냈고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도 매년 수천 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아비바생명과 산은금융지주 자회사인 KDB생명도 마찬가지다.

결국 2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하나는 양 은행이나 양 증권사가 결국 합병의 수순을 밟아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만약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일부를 되팔게 되는 것인데 후자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재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을 되팔았을 경우 현재 시가로 약 5조원을 거둬들일 수 있다. 그럴 경우 산은금융지주는 약 7조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독자생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이니 산은금융지주 산하 노동조합이나 우리금융지주 산하 노동조합이나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노조를 비롯한 각 기업의 노동조합은 독자생존을 통한 고용불안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기업의 독자생존은 가능할까?

실제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산업은행 등은 MB정부 출범 이후 민영화 논의가 시작되자 다양한 독자생존 방안을 모색해 왔다. 우리은행의 경우 포스코 민영화 방식인 국민주 방식을 준비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정부지분에 대해 블록세일을 진행해 지분율을 계속 낮추고 있었던 것을 강조한다.

임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은행 내 비즈니스클럽 등을 통한 주식 매입과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 산업자본인 백기사론 등을 통해 독자 민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노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메가뱅크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조건 합병을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소매금융을 합병해야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강태욱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수신기반 확충이라는 것이 소매금융으로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소매금융 합병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수신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정도의 지점 운영으로 충분하지 900개나 되는 우리은행의 지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은행이라는 특수성을 최대한 살린다면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광주은행지부의 한 관계자는 “광주은행의 경우 지역 소매금융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안정적인 수신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지역밀착형 금융서비스로 광주전남지역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은행에 포섭된다는 것은 광주전남지역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조합들은 “현재 수익구조를 자세히 보면 독자생존이 가능한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에 대해 이제 정부와 금융위가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또다시 금융산업 전반을 쓸데없는 소모전과 구조조정의 회오리로 몰아넣을 것인가,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통해 안정적인 금융산업 구조를 만들 것인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