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고유의 기능과 역할, 사장될 것”
“산업은행 고유의 기능과 역할, 사장될 것”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1.05.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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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금융 필요치 않아…민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
강태욱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특집 1] 금융산업, 태풍이 불고 있다…③ 우리·산업은행 노조위원장에게 듣는다

▲ 강태욱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공자위 결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공자위의 이번 결정은 작년과 크게 2가지에서 다르다. 일괄매각방식과 최저 입찰비율을 30%로 제한했다는 것인데 일괄매각 자체도 우리금융지주의 덩치를 봤을 때 사실 일정부분 다른 기관들의 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있고, 특히 최저입찰 기준을 4%에서 30%로 올렸다는 것은 그 정도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로 사실상 입찰자격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시도 때문에 입찰이 어렵고, 신한금융지주도 공식적으로 입찰이 어렵다고 했고, KB금융지주도 난색을 표하니까 가능성 있는 것이 산은지주밖에 없다.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게 제한을 하고서 입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금융지주를 산은지주가 인수했을 경우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기반이 달라 조합원들의 피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산업은행이 소매금융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만약 산업은행이 민영화가 되면 정부의 보조가 약해져 자본 조달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신기반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소매금융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은 기업금융을 담당하며 많은 부실기업들을 정상화시키는 작업을 했다. 한마디로 시장의 안전판이자 마지막 보루의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수신기반을 보완해 산업은행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하는 것이지 소매금융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목적 자체에 부합되지 않는다. 실제로 소매금융을 하면 지점이라는 것을 운영하는데 이것이 굉장히 고비용이다. 산업은행이 독자생존하기위해 수신기반 보완으로 900개나 되는 우리은행의 지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지금 투웨이, 투뱅크 이야기가 있지만 어쨌든 몇 년 내에 두 은행의 합병은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대규모 시중은행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정책금융, 기업 구조조정, 투자금융 등을 해왔던 산업은행의 고유 기능이 사장되고 소멸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렇다. 민영화 자체가 깊이 있는 논의를 하지 않고 졸속적으로 진행됐다. 산업은행의 기능과 역할은 대한민국에서 특수한 역할인데 이것을 민영화시키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만약 민영화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정부분 정부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자율권을 보장해 그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간다든가 민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데 단순히 은행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갔다. 지금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해 시중은행으로 가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