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조남호 회장, 끝내 국회 불출석
한진중 조남호 회장, 끝내 국회 불출석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6.22 18:2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노위, 조 회장 질타하며 29일 청문회 열기로
경총, “정치권 개입 말라” 성명 … 야당의원, “재벌 반노동 정서 실증” 반박

▲ 22일 오전 국회 환노위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진중공업 대량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 자진 출석하기로 했던 중요 참고인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불출석하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김형오 의원(맨 왼쪽 발언대)이 조 회장의 행동에 대해 "고의적인 도피성 출국"이라며 비난을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정리해고에 맞선 한진중공업지회의 파업이 6개월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 환노위의 노력이 핵심 당사자인 조남호 회장의 불출석으로 물거품이 됐다. 환노위는 조남호 회장을 질타하며 오는 29일 청문회를 개최키로 했다.

“국회 불출석은 국민 모독행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김성순 의원, 이하 환노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6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진중공업사태 해결을 위한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환노위는 이날 전체회의에 노사 당사자인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과 한진중공업지회 최우영 사무장, 한진중공업홀딩스 조남호 회장과 한진중공업 이재용 대표이사, 한울회계법인 송덕용 공인회계사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하지만 조남호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조남호 회장은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출석 날짜를 이틀 앞둔 지난 20일 갑작스레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이재용 대표이사만 출석시키겠다고 ‘통보’했고 결국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성순 위원장은 “조 회장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국회와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조 회장이 직접 출석한다고 해서 청문회 대신 전체회의에서 진술을 들으려 했으나, 오늘 조 회장이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도 “조남호 회장의 도피성 출국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재벌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청문회를 진행하되 청문회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 같은 날 오전, 환노위 전체회의에 앞서 야당의원들과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회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특히 한진중공업이 위치해 있는 부산 영도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전 국회의장)은 이날 환노위 소속이 아님에도 발언을 자청해 “조남호 회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내가 만나자고 해도 만나기는커녕 전화조차도 받지 않는다”며 “한진중공업사태는 노조의 주장은 있지만 사측은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심지어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특이한 사건”이라고 조남호 회장과 사측의 태도를 싸잡아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어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수주가 한 건도 없는 것이 왜 노동자가 책임져야 할 일이냐”며 “부산 시민이 키운 기업이 부산을 떠나려 하는 이 마당에 정부와 국회, 관련기관은 이 문제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하며, 공정거래위도 지역에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하청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조남호 회장이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김성순 위원장은 출석한 다른 참고인들의 진술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참고인들을 돌려보냈다. 이어 환노위는 오는 29일 한진중공업 문제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이날 참고인들들 증인으로 다시 부르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이 수주책임자이자 조남호 회장의 아들인 한진중공업 영업본부장 조원국 상무와 역외탈세 여부를 증언할 수 있는 국세청장을 증인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재벌 공화국이 아니다

환노위에서 청문회가 결정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이희범, 이하 경총)은 이날 오후 ‘정치권의 한진중공업 노사문제 개입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정치권의 한진중공업 문제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경총은 이 성명에서 “정치권이 노사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오히려 노조의 막연한 기대심리만을 부추겨 경영정상화를 저해할 뿐”이라며 “노조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노사문제에 개입하려는 불공정한 행보를 즉각 중단”하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경총은 또 “기업인들이 국회 요구에 대응하느라 사업경영에 전력을 쏟지 못하고, 사실관계를 떠나 국회에 불려왔다는 것 자체가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다”며 “기업인에 대한 국회 출석 요구는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사관계는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노조가 국회로 몰려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치권의 현장개입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악화시켰을 뿐이므로 정치권은 사업장 노사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이 노사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노위 야당의원들은 즉각 반박성명을 내 “(경총의 성명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대한 모욕이며 무시”라며 “근본적으로 이 시대의 재벌 대기업들이 얼마나 反노동, 反국회, 反국민 정서를 갖고 있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실증사례”라고 규탄했다.

▲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의 한 회원이 생후 11개월 된 자신의 아이를 꼭 안은 채 머리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환노위 야당의원들은 또 “대한민국은 노동자들을 억압하며, 사익만을 추구하는 재벌을 위한 공화국이 아니다”며 “경총은 성명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노동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공동성명을 내고 “경총의 태도는 오만함과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노사자치를 말하려면 경총이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정부에 공권력을 투입하라는 둥의 정치압박이나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양대 노총은 이어 “이런 식으로 협박을 일삼는 경총의 구태야말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오고 사태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며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반노동, 반국민적 협박을 중단하고 청문회를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 회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환노위 야당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가족들에게 하루 빨리 아빠를 돌려 달라”고 호소하며 “정부는 한진중공업사태를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가족대책위 회원들은 또 “조남호 회장은 뭐가 무섭고 두려워 피하기만 하느냐”며 “국회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