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교육 민간이양, 그 이후는?
직업훈련교육 민간이양, 그 이후는?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1.07.29 16:53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훈련기관 재전환 VS 민간훈련기관 확대
“미취업자 구직 교육이 우선” VS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이 우선”
[현장 1]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 민간전환 논란

올해 초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업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공공단체의 범위에서 대한상공회의소를 삭제했다. 이로써 지난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신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8개 공공직업훈련원을 대한상공회의소로 이관한 이래,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은 공공직업훈련기관에서 민간직업훈련기관으로 그 법적 지위가 전환됐다.

민간전환 이후 기관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공모제를 통해 여타 민간직업훈련기관과 훈련생 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배정된 훈련생의 규모에 따라 정부의 재정지원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산하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지부(위원장 김대균, 이하 인력개발사업단지부)는 이와 같은 민간전환에 반대하며 공공직업훈련기관으로의 재전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민간단체인 대한상의와 분리해 독자적인 공공훈련기관 혹은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가능한 공공단체로의 이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조, 공공직업훈련기관으로 재전환 요구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은 서울에 위치한 본부와 부산, 인천, 광주,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등 전국의 8개 인력개발원을 중추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국가기간·전략직종(우선선정직종훈련이라는 명칭이 지난해 5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의 개정에 따라 변경됨. 우선선정직종훈련이란 국가기간산업 및 국가전략산업 중 인력부족 직종이나 산업현장의 인력수요 증대에 따라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한 양성훈련으로서, 우리나라 전체 직업훈련 재정투자의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사업 중 하나) 위주의 직업훈련을 담당했으며, 1994년부터 2007년까지는 매년 4,000명,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3,100명씩의 훈련생을 배정받아 훈련을 실시해 왔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이 민간기관으로 전환됨에 따라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훈련기관은 한국폴리텍대학, 한국기술교육대학, 한국장애인공단 등 3개 산하기관 40개소로 축소됐다.

이른바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국가기간·전략직종훈련을 위해 정부의 개입이 일정 수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선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인력개발사업단지부와는 반대로 이를 점차 민간위탁훈련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인 점이 다르다.

고용노동부 인적자원개발과 신재리 사무관은 “훈련기관의 시장 진입과 탈퇴가 용이하도록 하되 훈련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종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민간위탁의 확대로 불거질 문제점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느슨한 통제는 민간훈련기관이 자율적으로 창의적인 훈련과정을 개발할 수 있게 함으로써 훈련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인력개발사업단지부는 “교육인력이나 시설·장비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비교해 보더라도 민간훈련기관과 인력개발사업단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크다”며 “애초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간끼리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인기 직종 위주의 직업훈련으로 사업이 쏠리게 될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기계, 건설, 재료, 전기전자, 정보통신 등 모집이 어려운 국가기간·전략직종훈련이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 전환 이후 공모제 적용 방식으로 민간기관들과 경쟁해 훈련인원을 배정 받는 가운데 올해의 경우처럼 전체 4,000명 규모에서 2,780여 명(70% 수준)으로 시설과 장비에 못 미치는 인원을 배정받아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지부 김대균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민간위탁훈련 늘리는 게 정부 입장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이 실시해 온 직업훈련은 크게 양성훈련과 향상훈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양성훈련이란 각 지역별 고졸 학생들이나 전역자, 대졸 미취업자 등 구직자를 대상으로 2년 과정의 집중적인 직업능력교육을 통해 수료 후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력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에 반해 향상훈련은 재직자들의 직무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컨소시엄 사업 등을 통해 각 산업현장에서 훈련센터를 운영한다든지 사이버 훈련 등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향상훈련의 경우 각 과정의 필요에 따라 훈련기간이 다르다.

지난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인력개발사업단은 고용안정기금을 통한 정부의 전액 재정지원을 통해 4,000여 명 인원의 양성훈련에 필요한 운영비 약 32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08년부터는 양성훈련 인원이 3,000여 명 규모로 축소되고 예산지원 역시 감소하면서 부족 재원의 경우 내부 운영비 절감과 함께 단기훈련, 재직자 향상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충당해 왔다.

김대균 위원장은 “전국 8개 지역 인력개발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력개발사업단이 과연 양성훈련과 향상훈련 중 어느 목적에 더 적합한 기관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다든지 해서 재직자들의 향상훈련이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일부 낙후되거나 소규모 사업장밖에 없는 지역에서는 향상훈련보다는 양성훈련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올해부터 민간훈련기관으로 전환됨에 따라 2년제 양성훈련 과정이 1년제로 축소 됐는데 이는 사실상 단순기능훈련만 가능한 일정이라 기업이 요구하는 다기능, 숙련공의 배출이 불가능하다고 인력개발사업단지부는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결국 전체적으로 훈련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돼 비인기 직종의 경우 지원자가 감소해 결국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재직자 향상훈련의 비중을 2007년 5,860억 원(47.3%)에서 2009년 7,465억 원(49.4%)으로 점차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2008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해 지난해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한 직업능력개발계좌제의 경우 사전에 정부가 승인한 훈련기관이나 훈련과정 이외에 재직자들의 훈련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결국 민간직업훈련기관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유도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정부와 노조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양성훈련이냐, 향상훈련이냐?

문제를 제기한 인력개발사업단지부와 정부와의 입장 차이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사용자인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과의 관계는 조금 모호한 상태이다. 우선 지부는 2008년 취임 이후 사업단의 민간전환을 막지 못한 박용웅 단장이 물러나길 요구하고 있다.

김대균 위원장은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고 유휴 시설이나 장비가 발생하게 되면 그 다음 필연적으로 교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단장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상의는 2003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훈련시설 및 장비 감가상각충당금 505억 원을 시설장비의 교체에 사용하지 않고 건물 매입 및 임대사업에 썼다”며 “민간훈련기관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영리추구 사업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상의 측은 이와 같은 노조의 우려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당시 운영 예산을 조금씩 알뜰살뜰 모아서 건물을 하나 매입하고 서울 시내에 인력개발원이 없으니 그곳에서 교육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며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로 인해서 바로 교육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치 정부가 지원한 예산으로 대한상의가 건물을 사서 임대수익을 올린다고 오해사기 딱 좋았던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또 “결국 해당 건물을 매각한 금액인 약 600억 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제시되면서 정부에 환원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며 “그 돈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도 잘못 축적된 것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금액은 회계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대한상의나 서울상의로 흘러갈 우려 없이 고유목적 사업인 교육훈련 부문에 쓰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그밖에 전국 8개 지역에 위치한 인력개발원의 물적 인프라와 우수한 교수진이 민간훈련기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점, 그리고 그동안 성과 부분에 있어서 인력개발원 출신 학생들이 매년 거의 100%에 육박할 정도의 취업률을 보였다는 점 등은 지부와 사업단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다만 대한상의측은 “직업훈련 교육을 점차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두고 노조에서 그런 것처럼 대놓고 반박하지는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어찌됐든 사업단이 민간으로 전환됐고, 공모제를 통해 인원을 배정하는 몫 역시 정부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대한상의가 정부 추진 정책에 강하게 브레이크를 걸 수는 없는 입장이다. 괜히 밉보여서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인력개발사업단지부는 “애초에 직업훈련을 위한 기관이 대한상의에 이관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정부의 책임 있는 관리·감독이 가능한 기관으로 사업단을 이관하고 공공직업훈련기관으로 재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노사 파트너십 증진과 고용·인적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노사발전재단으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조, 차라리 노사발전재단으로 이관해야

지난 2008년 취임한 박용웅 단장의 3년간 임기가 올해 8월 말이면 만료된다. 사업단장의 경우 통상 연임을 해오던 것이 관례였으나, 노조에서는 이를 저지하고 공공기관으로 재전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폴리텍대학과 더불어 직업훈련교육의 양대 산맥이었던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의 미래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