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교섭 중인 노조는 교섭대표노조
7월 1일 교섭 중인 노조는 교섭대표노조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8.0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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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노조법 시행일은 2011.7.1”
노동부, “행정해석 안 바꾼다” … 논란 거셀 듯

▲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KEC지회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KEC사태 문제 해결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법원이 고용노동부와 달리 올해 7월 1일 현재 교섭 중이었던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교섭대표노조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해, 향후 노조법 부칙 조항을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금속노조가 KEC를 상대로 낸 단체교섭응낙 가처분신청에 대해, 지난 3일 KEC 사측이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금속노조는 KEC 사측이 올해 7월 1일 설립된 KEC노동조합(기업별노조)과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미비를 이유로 금속노조 KEC지회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법원에 이 같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을 2010.1.1.로 해석하게 되면 2011.7.1. 당시 교섭 중인 노조들은 2010.1.1. 전부터 계속하여 교섭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경과조치 없이 교섭권을 박탈당하게 되고 사용자가 이를 악용하여 2011.7.1. 전에 단체협약 체결을 해태할 우려가 있다”며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부칙 제4조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이 법 시행일은 2010년 1월 1일”이라고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1월 1일 이전부터 1년 6개월 이상 단체교섭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노조만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교섭대표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부칙 제4조의 의미는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부칙 제4조의 입법 취지에 대해 “교섭 중인 노조가 교섭요구권을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과조치”라고 해석했다.

법원은 또 “‘이 법 시행일’을 2010.1.1.로 보게 되면, 원칙규정의 효력이 발생하기도 전에 예외규정의 적용시점을 앞당겨 정한 규정이 되며,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조가 존재할 여지가 없는 2010.1.1.부터 2011.6.30.까지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조항이 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놓고 노동계는 즉각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은 8일 성명을 내고 “구속력이 없는 그야말로 ‘해석’일 뿐인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노사관계의 발목을 잡으며 법률쟁송 등 교섭비용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관련 행정해석을 변경하라”고 주문했다.

한국노총도 8일자 성명을 통해 “교섭중인 노조의 합법적 교섭당사자 지위를 부정하는 노동부의 행정해석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한다”며 “노동부는 그동안 잘못된 법 해석으로 노사관계의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오전 기자브리핑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김성호 노사관계법제과장은 “80% 이상의 교섭창구 단일화 이행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안 판결이 아닌 가처분 판결이고, 1심 판결이미, 유사 사건이 계류된 상태에서 당장 행정해석을 바꾸는 부분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기존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돼서 2년간 지위를 누리게 되면 신설노조는 추가로 2년 동안, 1년 6개월 동안 노조 설립을 못 했는데 법 시행 이후에 또 2년 동안 교섭권 행사를 못 한다는 것은 신설노조에 대한 제한이 심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처럼 “이 결정이 신설노조의 교섭권에 대한 고려 없이 기존 노조의 기득권 보호에 치우쳤다”며 “금속노조의 가처분신청이 개별사건이고,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최종 결정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내세우는 신설노조의 교섭권 보호 주장에 대해 “이런 태도야말로 ‘악어의 눈물’이라 부를 만하다”며 “그토록 신설노조의 교섭권을 보호하고 싶다면 ‘자율교섭’을 보장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자체가 신설노조 및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비록 가처분신청 판결이지만 고용노동부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이행과 관련한 시행일을 2010년 1월 1일로 본 기존의 행정해석을 변경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KEC 외에도 유성기업, 엔텍, 파카한일유압, 청우 등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유로 금속노조와의 교섭에 응하지 않는 사례를 모아 추가로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와 노조법의 시행일을 둘러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의 논란이 더욱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