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삭감은 근기법 위반?
초임 삭감은 근기법 위반?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1.08.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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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적 문제 소지, 있다 VS 없다
노동계와 정부 입장, 여전히 평행선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정부의 대졸초임 삭감정책, 일자리 나누기인가? 부당한 임금삭감인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금융 및 공공부문의 ‘핫이슈’인 신입직원 초임삭감 정책에 대해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노정간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정부의 대졸초임 삭감정책, 일자리 나누기인가? 부당한 임금삭감인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가 김성태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계와 정부는 신입직원 초임삭감 정책에 대한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가 발제를 맡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유강현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고경섭 노무법인 참터 대표, 이호동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제도기획과 과장, 이철우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 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김형동 변호사는 “초임삭감 대상 공공기관, 금융기업 내에 조직된 노조가 대부분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초임삭감 정책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신입직원의 보수 규정은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변경하는 것이 자유롭지만, 사용자가 다수 근로자의 근로계약 내용을 불이익하게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11조와 근로기준법 제6조도 위반”하고 있으며 “형식상 초임삭감에 관한 취업규칙을 인정하더라도 단체협약 상의 근로조건 관련조항 등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노조법 제33조 위반”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이호동 과장은 “정책 수립 시 여러 가지 법률적 견해를 검토한 바 있으며 크게 문제가 될 여지가 없다는 결론에서 시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정책의 취지는 크게 일자리 나누기와 공공부문의 임금 거품빼기였다”며 “실질적으로 시행된 것은 1년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신입 직원들이 많이 들어온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 규모로 보면 사소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계측 토론자로 나선 유강현 수석부위원장은 “초임삭감 정책은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단기 인턴을 늘려 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낮추기 위한 ‘일자리 돌려막기’였다”고 비판했다.

김유선 소장 역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는 방법이 일자리 나누기 정책의 핵심인데, 초임삭감은 ‘이번 기회에 임금을 삭감하자’는 본말이 전도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것)’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반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부문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철우 과장은 “3년에서 길게는 5년 사이에 임금체계가 일원화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국민들에게 공공부문 근로자는 고임금에 안정적이라는 정서가 일반적인 만큼 임금삭감 부분의 보전을 위한 추가적 재정 투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토론회가 진행되는 시각에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공공부문 대표자들을 면담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원화된 임금을 원상회복 하자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 “다만, 민간부분 및 외국과 비교하여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높다는 지적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과 공공부문 노동계가 신입직원 초임삭감을 핵심 이슈로 하반기 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노동계가 이처럼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노정간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