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입장이 고작 모니터링이라니…
뒤늦은 입장이 고작 모니터링이라니…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8.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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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삼성전자에 자체 보건관리 강화 요구
반올림, “노동부가 기업 홍보대사냐?”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백혈병 등 희귀암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에 보건관리 개선계획 실천을 촉구하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기업의 홍보대사를 자처한다고 맹비난했다.

고용노동부는 17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가 올해 7월 14일 밝힌 자체 보건관리 개선계획에 대한 세부 실천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와 산업보건전문가로 모니터링팀을 구성하여, 국민을 대신하여 당해 세부추진계획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고용노동부는 ▲ 건강연구소 역할 및 위상 강화 ▲ 임직원 종합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 등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밝힌 보건관리 개선계획의 세부 실천방안 마련을 삼성전자에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또 ▲ 독성 화학물질 차등관리 또는 대체 ▲ 전 제조공정으로 화학물질 모니터링 확대 ▲ 유해성 정보 주지 활성화 ▲ 사업장별로 산업의학전문의 확보 등도 함께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영업비밀이라며 밝히기를 꺼려하는 화학물질 사용정보와 관련해서도, 유해성이 강한 벤젠, 톨루엔 등 화학물질을 영업비밀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관련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관련 입장발표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고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4년 5개월, 행정법원 1심에서 산재로 인정받은 지 2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더구나 이번 입장은 전체 반도체 노동자가 아닌 삼성전자라는 특정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입장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그동안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를 자처하며 활동해온 반올림은 즉각 규탄성명을 내고, “140여 명의 전자산업 직업병 노동자와 그 중 이미 목숨을 잃은 50여명의 노동자들의 주검 앞에 노동부는 4년 5개월간 그 어떤 책임 있는 자세도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며, “기껏 내는 공식입장이 ‘역학조사 결과 유해성이 없지만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니, 지금까지도 잘해왔지만 계획하신 것 앞으로 잘 해주십시오’라는 읍소인 것에 전자산업 직업병 노동자들과 반올림은 절망”한다고 규탄했다.

반올림은 이어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권을 책임질 노동부는 스스로 ‘모니터링 기관’임을 자처했다”며 “노동부가 삼성이 ‘언론사 견학’, 인바이론사 조사 결과 발표 , 삼성건강연구소 설립 등으로 직업병과 유해한 작업환경을 은폐하려는 일련의 시도에 동의 및 협조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혈병 등으로 투병 또는 사망한 반도체 노동자 중 일부가 행정법원에서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상급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에 나온 고용노동부의 입장발표가 진행 중인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