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조남호, 그러나…
고개 숙인 조남호, 그러나…
  • 봉재석 기자
  • 승인 2011.08.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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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8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의원들의 거센 질문 공세 속에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8월 18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는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미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출석하지 않아 한 차례 청문회를 무산시킨 바 있던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이날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조 회장은 의원들의 거센 질문 공세 속에 시종일관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목소리로 답변을 했다. “죄송하다”는 말도 종종 하곤 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는 듯한 기미도 보였다.

그러나 조 회장이 청문회 준비를 위해 자리를 정돈하는 사이 <참여와혁신> 카메라는 중요한 문서 하나를 단독으로 잡았다. 문서에는 ‘청문위원들의 공격적 질의에 대비한 답변 키워드(스토리 형식)’라는 제목 아래 답변속도, 화법, 얼굴 표정 등 답변자세가 자세하게 담겨 있었다.

▲ 청문회 준비를 위해 자리를 정돈하는 조남호 회장이 들고 있던 문건에는 '청문회 위원들의 공격적 질의에 대비한 답변 키워드(스토리 형식)'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 위 사진의 문건을 확대해 거꾸로 한 사진. 문건에는 답변속도, 화법, 얼굴 표정 등 답변자세가 자세하게 명시돼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눈을 감았다 뜨고 심호흡 등 답변속도 조절’

‘인내력의 싸움임’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호소하는 어투로 답변’

‘의원 질문 후 답변시작 전 일정 시간간격을 둘 것(즉답지양, 뜸을 들일 것)’

문서에 적혀 있던 내용들이다.

결국, 조 회장이 보여준 반성의 모습은 치밀하게 짜여지고 연습된 것이었다.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동안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조 회장,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