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참가자 전원 퇴직이 원칙
파업 참가자 전원 퇴직이 원칙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9.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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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 구조조정 계획 문서 폭로
관공서 협조체계 … 묵인 의혹 제기될 듯

▲ 지난 27일 대구지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이미경 의원이 폭로한 ‘KEC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 ⓒ 이미경 의원실
1년 가까이 노사갈등을 겪었던 경북 구미의 KEC에서 사측이 파업 참가자를 전원 퇴직시킬 계획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북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KEC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이라는 8장짜리 파워포인트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는 2011년 2월 24일에 작성된 것으로 돼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KEC 사측은 파업 참가자의 회사 복귀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전원 퇴직을 원칙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심리적, 경제적 압박을 통해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되, 자발적 퇴직자 수가 계획한 기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복수노조에 대비해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친 기업 성향의 노조 설립을 추진한다고도 돼 있다.

이 문서의 두 번째 장에는 인력 구조조정 실시 순서를 플로우차트로 정리해 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5~6월 사이에 구조조정을 발표하고, 8월까지 3차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9월에 정리해고를 실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이 장의 하단에는 ‘대외 관공서 공감대 형성 및 협조체제 유지’라는 문구도 보인다.

이어 세부 추진계획을 명시한 뒤, 마지막 장에서 ‘검토사항’이라며 예상되는 논란을 정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복귀 신청자에게 ‘자리가 없으니 대기하라’고 대기발령을 내는 경우, 이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식이다. 또 ‘구조조정 후 3년간 채용을 금지’하고 ‘사후 채용 시에는 희망퇴직자 중 선별채용’한다고 밝히는 등 현행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문구도 들어 있다.

이 문서를 공개한 이미경 의원은 “일상적 임단협 과정에서 일어난 합법적 파업이 극단적 노사 갈등상황으로 간 점에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결국 회사가 아웃소싱을 위해 반 인권적 행위까지 하는 극단적인 노사관계로 갔던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과정에서 있었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서 외에도 이미경 의원은 ‘[기조]노사협력과 주간업무’라는 문서도 공개했다. 주간업무 문서는 2010년 5월 24일부터 5월 29일까지 1주간의 업무보고 형식으로 돼 있다. 특히 주간업무 문서 중에는 ‘관공서 지속적 공조체계 구축 - 경찰서, 노동부, 시청, 지노위, 경총’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이미경 의원은 이를 근거로 “5월 24일 주간업무에 관공서와 ‘지속적’ 공조체계 구축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KEC 사측은 파업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해 4월부터 관공서와 협조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미경 의원이 문서 공개로, KEC 사측이 파업 참가자의 업무복귀 차단과 친 기업적 노조를 설립하려 했다는 의혹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과정에 고용노동지청과 지방노동위원회 등 관공서가 깊숙이 개입돼 있거나 묵인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년 가까운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작 임·단협과 관련한 교섭은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문서공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금속노조 KEC지회(지회장 양태근)는 지난 5월 25일자로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6월 13일에 사측이 직장폐쇄를 해제한다고 밝혀 1년여 만에 사태가 해결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KEC지회 조합원들은 업무 복귀 후 교육을 명분으로 인격모독에 해당하는 처우를 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