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두 개였다? 뒷면에서 찾아 봐!
달이 두 개였다? 뒷면에서 찾아 봐!
  • 참여와혁신
  • 승인 2011.09.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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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신비를 벗기는 도전 … 쌍둥이 탐사선 9월 8일 발사
느린 속도로 달에 충돌한 소형 천체가 합쳐졌을지도
동아사이언스 기자

“수천만 년 동안 지구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다소 충격적인 진술이다. 눈을 씻고 봐도 하나밖에 없는 달이 과거에는 두 개였다니! 그럴 수가 있을까? 지난 8월 4일자 ‘네이처’지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실은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에릭 애스포그(Erik Asphaug) 박사와 스위스 베른대의 마틴 젓지(Martin Jutzi)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의견의 증거물을 찾을 수 있는 우주선도 발사됐다. 오래 전 지구 주변을 돌던 두 개의 달은 어떻게 하나가 됐을까?


달의 앞면과 뒷면이 다르다?

우리는 늘 ‘달의 앞면’을 본다. 달의 자전주기(달이 스스로 한 바퀴 도는 시간)와 공전주기(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가 같아서 지구에서는 늘 한 쪽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15호가 만든 달 지형도를 통해서 인간은 드디어 ‘달의 뒷면’을 보게 됐다.

그런데 달의 뒷면은 앞면과 조금 달랐다. 앞면은 우리가 ‘달의 바다(마리아)’라고 부르는 낮고 평평한 땅이 많다. 마치 용암이 흘러내린 것처럼 보이는 이곳은 광활한 화산석 들판이다. 반면 뒷면에는 평지가 적고, 높은 산지로 이뤄져 있다. 뒷면은 앞면보다 평균 고도가 1.92㎞ 높고 3,000m가 넘는 산도 많다. 똑같은 달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달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달의 탄생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은 여러 가지이지만 이중 ‘대충돌설’이 가장 유력하다. 여기에 따르면 태양계 초기 지구는 화성만한 크기의 행성과 부딪혔다. 두 행성은 합쳐져서 지금의 지구가 됐고, 나머지 물질이 지구를 돌다가 다시 뭉쳐서 달이 됐다.
과학자들은 대충돌 때 생긴 영향이 커서 지구뿐 아니라 달 전체에도 마그마가 바다처럼 넓게 퍼졌을 거라고 예상한다. 이 마그마가 식으면서 딱딱해지고 달의 맨틀과 표면을 이루게 됐다. 대충돌 후 나머지 물질은 중력 때문에 지구나 달로 끌려갔다.

하지만 달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에 있던 작은 천체들은 어느 쪽으로도 끌려가지 않았다. 덕분에 여기에 머무르던 천체는 오랫동안 살 수 있다. 여기를 ‘라그랑주 지점’이라고 하고, 여기에 머무는 천체를 ‘트로이 소행성’이라고 부른다.

달의 아우, 빈대떡처럼 붙어서 합쳐지다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과거 지구와 달 사이에도 이런 ‘트로이 달’이 있었다. 지름은 달의 1/3정도로 작고 질량도 달의 4%밖에 안 되는 작은 크기였다. 두 개의 달은 각각 따로 지구를 돌고 있다가 어느 날 아주 느린 속도로 부딪치게 됐다. 그 결과 달의 뒷면에는 산지가 있고, 앞면과 다른 물질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행성이 지구나 달에 부딪치는 속도는 초속 7~20km다. 빠른 속도로 떨어진 운석은 커다란 구덩이(크레이터)를 만들고, 녹아서 없어진다. 하지만 초속 2.4km 정도로 느리게 부딪친 트로이 달은 녹지 않고 그대로 달에 합쳐졌다. 빈대떡처럼 납작하게 들러붙은 달의 뒷면에는 높은 산이 만들어 졌다. 이때 원래 달에 있던 마그마도 옆으로 밀렸다. 그래서 마그마가 식으면서 생긴 물질은 달 전체가 아니라 달의 앞면에만 주로 퍼져 있다.

달의 중력장 지도 만들 쌍둥이 탐사선 출발

연구팀은 이 시나리오를 증명하기 위해 2009년부터 활동 중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궤도 탐사선(LRO)의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또 이번 9월 8일에 발사된 달 중력장 탐사선(GRAIL)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쌍둥이 탐사선인 GRAIL은 달 표면 55km 상공 궤도를 돌 예정이다. 이때 두 탐사선은 64~225km 간격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두 탐사선의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탐사선의 속도는 어디를 지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형과 내부 구조에 따라 중력의 세기가 다르고 이 영향을 받는 탐사선의 속도도 달라지는 것.
NASA는 중력의 차이 때문에 달라지는 두 탐사선의 속도와 위치를 파악할 예정이다. 매초마다 0.1미크론(0.0001mm) 단위까지 정밀하게 위치를 추적해 달의 중력장 지도를 만드는 게 GRAIL의 목표다. 이것을 분석하면 달의 구조를 알 수 있고, 더불어 달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달의 뒷면에서 암석을 찾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증거가 된다. 천체의 크기가 클수록 마그마는 더 천천히 굳는다. 따라서 크기가 작은 트로이 달이 먼저 굳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달의 앞면에서 발견된 암석보다 뒷면에서 발견된 암석이 더 빨리 만들어졌다면 이 시나리오의 증거가 될 것이다.

달은 오랫동안 지구, 그리고 인간과 함께 해 온 천체다. 우리는 달을 보며 노래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가 달에 대해 아는 것은 적다. 40여 년 전부터 달의 신비를 벗기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지만 아직 우리가 알아낸 게 적은 까닭이다.

새롭게 나온 흥미로운 연구결과 덕분에 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때마침 발사된 쌍둥이 탐사선이 달의 신비를 한 꺼풀 더 벗겨주길 기대한다. 달, 그리고 지구에 대한 역사의 실마리를 기대하며 GRAIL이 무사히 우주여행을 마치고 달에 도착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