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위해선 진정성과 실력 겸비해야
통합 위해선 진정성과 실력 겸비해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09.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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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 지금 필요한 건 대중적 힘
희망버스에서 노동운동 한계 넘어설 가능성 봤다
[특집 04] 노동계가 풀어야 할 과제 |인터뷰|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지난 8월 27일 금융·공공부문 양대 노총 공동결의대회에서 이용득 위원장은 “병석에 누운 이소선 어머니를 양대 노총 위원장이 함께 문병하겠다”고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양대 노총 위원장이 방문했을 때, 어머니는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셨고 많은 이들의 바람과 달리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시지 못했다. 어머니의 소천을 지나면서 노동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양대 노총 위원장의 생각을 들어본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서면으로 답변했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면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소선 어머니의 임종을 지켰다. 당시 느낌은? 마음속으로 했던 마지막 인사는?

병문안 늦은 불효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병문안이 문상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병문안 한다고 갔는데 첫 번째 문상객이 돼버렸다. 사전에 못 찾아봬서 너무나 제가 죄송스럽다. 이용득 위원장도 아마도 비슷한 마음일 거다.

마지막 드렸던 말씀은, 모든 것을 이제 내려놓고 그냥 편안하게 아들 만나러 가시라는 것이었다. 그날 주치의가 그러더라. 어머니는 지금 영결식장 가는 게 아니라 퇴원하는 거라고, 아들 만나러 하늘나라 가는 거니까 얼굴 덮지 말라고. 그 마음이 내 마음이었다.

이소선 어머니는 양대 노총에게 어떤 분이셨는가?

말 그대로 어머니,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장례명칭을 정할 때에도 노동자의 어머니, 그보다 더 명쾌하게 이소선 어머니를 규정할 그 어떤 극존칭도 없다고 했다. 우리 민주노총에 이소선 어머니는 ‘어머니’ 그냥 어머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노동자의 어머니다.

이소선 어머니는 평소에 “양대 노총이 하나가 되어 싸워라. 노동자가 하나가 되면 못할 게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장례 기간 내내 이 말씀을 되풀이해서 들으셨을 텐데,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작년 전태일 40주기 전국노동자대회 때 어머님이 말씀하신 게 그대로 유언이 돼버렸다. 그때 말씀하셨던 게 바로 ‘노동자 하나 돼야 한다. 하나 돼서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거다. 이소선의 정신은 단결의 정신이다. 그 이소선 정신과 함께 중요한 태도는 바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살아오셨듯이,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게 이소선 어머니가 실천으로 보여준 메시지다.

그 유언을 실천해야 한다. 어머니의 사상을, ‘단결해서 투쟁하라’는 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소선 어머니와 전태일 정신을 계승한 민주노총이 유언을 받들어서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부터 총단결을 이루는 통합적 지도력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열된 진보진영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아주 작은 거라도 실천해야 한다.

이소선 어머니의 영전 앞에서 양대 노총은 어머니의 당부와 뜻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통합하고 단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을 정확히 잡고 가는 것이다. 단결해서 투쟁했을 때 그 이득을 보는 이들이 노동자 민중이다. 단결의 중심은 바로 노동자들인데 노동자들을 어떻게 단결시킬 건가. 진정성과 실력이다. 민주노총이 지금 필요한 것은 실력, 조정하고 조율할 힘, 대중의 힘을 빨리 키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소선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것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할 때, 양대 노총은 지금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민주노총 내의 단결을 가장 우선시하고 싶다. 거기에 기초해서 진보진영을 하나로 세우는 데 민주노총이 역할을 해야 한다. 갈라진 진보정당들을 하나로 모으고, 올 상반기에 만들어졌던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준비위원회’를 본조직으로 출범시켜야 한다. 이번 노동자대회 전야제 때 출범식을 반드시 성사시킴으로써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겠다.

<참여와혁신> 9월호를 보셨는가? 올해만 해도 총연맹이 주관하든 산별조직이 주관하든 굵직한 집회를 자주 열었는데, 그런 집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인가?

일단 민주노총이 해결능력이 없다는 비판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해결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굳이 변명하자면, 봉합하려면 봉합능력은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능력이 없다는 건 동의한다. 정리해고 없고 비정규직 없는, 노동악법을 철폐해야만 해결되는 그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해결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보는 각도와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다만 총연맹 위원장으로서 과연 소속 산별연맹을 잘 지도하고 있는가, 또 큰 방패나 바람막이 속에서 산별이 실질적인 해결을 모색할 수 있도록 그런 역할을 내가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그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 노동문제에 대해서마저도 당사자인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의 목소리보다 그야말로 ‘외부’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고,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그러기 위해 양대 노총은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희망버스 문제와 관련해서 어떻게 봐야 할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심지어 노동이 주변화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집회라든지, 아까 해결능력 없다는 말도 포함돼 있는데, 한계에 도달했다. 그걸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희망버스는 민주노총이 묻어가는 콘셉트다. 오히려 민주노총 깃발 들고 나가면 이상해지고, 김진숙 지도위원 보러오는 사람이 이상해진다.

그런데 묻어가는 데도 한계가 있다. 캠페인 이상으로는 안 된다. 작년에 단식 마치면서 내 임기 중에 두 번 다시 단식 안 하겠다고 했지만, 잘못하면 85호 크레인도 그렇고 우리 해고 동지들이 더 깊은 절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전선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 건지 고민하다가 솔직히 모양 빠지게 그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여튼 희망버스는 우리 조직된 노동자의 운동방식이 한계에 왔고, 거기에 대해 절망하고 있을 때 한줄기 희망 같은 것을 보여준 거고 가능성을 보여준 거다. 우리는 조직된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자유롭게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서로의 장점들을 잘 살려서 결합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