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새싹은 봄에만 돋아나는 게 아니군요
어머니의 부음을 전해 들은 어젯밤
울컥, 목매이는 통증을 참으려고
대문을 열고 나와 동네 한바퀴 걷다
가로공원 공터에 주저앉았어요
벌써 쌀쌀한 가을 바람에 이슬 머금은 달빛
그 달빛 아래 손톱만한 작은 새잎들이
샛노랗게 돋아나고 있었어요
보도블럭 틈새마다 초롱초롱 빛나는 것들
수없이 흩뿌려진 개망초였지요
비바람 부딪쳐 봄 여름을 살다가
이미 늙어버린 몸을 가누고 선 어미 망초대
아직도 끈질기게 꽃송이를 피우고 있었어요
희디 흰 별처럼!
아, 어머니
별은 하늘에서만 빛나는 게 아니군요
밤은 깊어가고
달무리 조용히 내려앉고
이젠 누구 있어 어머니의 망초대 같은 손을
울며 웃으며, 잡아드릴 수 있을까요
또 누구 있어 세상의 슬픈 진실 깨우쳐
어머니의 고단한 팔다리를
지신밟듯 나긋나긋 주물러드릴 수 있을까요
이토록 깊어가는 가을밤
헌옷을 주워 깁던 어머니의 재봉틀 소리
밤새도록 끊이질 않고
정 붙일 곳 없는 땅 어딜 가나 객지에서
언제나 이 자식들 뼈아픈 불효를
너그러이 용서케 할른지요
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어머니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