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멈춰라! 사람이 먼저다
공장을 멈춰라! 사람이 먼저다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1.10.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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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겠다고 농성장을 빠져나왔고 희망퇴직서를 썼습니다

지난 10월 10일 또 한 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가 일어난 후 열일곱 번째 죽음이다.

12일 오전 8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노제가 열렸다. 아래는 노제에서 낭송된 추모시다.

▲ 10월 12일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진행된 노제 ⓒ 오도엽 객원기
 

살인을 멈춰라 사람이 먼저다

-살인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어떤 살아남은 자도 죽은 이를 추모할 수 없습니다.

서른여섯 그대 가는데
가을하늘은 징하게 푸르네요
그대 먼 길 떠나는데
가을바람 모질게 시원하네요
이 치욕스럽게 좋은 가을날
왜들 검은 리본 달고 있나요

누가 죽었나요
사람이 죽었나요
정리해고자가 죽었나요
희망퇴직자가 죽었나요
왜 죽었나요
정리해고 때문인가요
카드빚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선가요
가정이 파탄 나서 아니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입니까
웃기지 마세요
세상의 양심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정의가 죽었고 상식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살겠다고 저항했습니다.
살겠다고 옥쇄파업을 했고 정리해고를 거부했습니다
살겠다고 농성장을 빠져나왔고 희망퇴직서를 썼습니다
오로지 살겠다고 아직도 저 공장에서 자동차 바퀴를 조립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누구도 살지 못했습니다.
정리해고자도 살지 못했고
희망퇴직자도 무급휴직자도 살지 못했습니다.
산자로 간택된 이들마저도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돈 돈 돈 돈만 벌면 되는 세상
약한 자를 더 짓누르는 게 상식이고
없는 자에게 더 빼앗는 게 정의인 세상
땀 흘려 일만한 사람은 지지리도 못난 놈이 되어
쓰다버린 휴지조각처럼 길거리에 버려지는 세상
이 야만의 세상이 살인
백주대낮에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을 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자본이여 살인을 멈추세요
이명박 정부여 살인을 멈추세요
야만의 세상이여 살인을 멈추세요
살인을 멈추고 상식과 양심과 정의를 따르세요
공장을 멈추세요
생명이 먼접니다
당장 공장을 멈추세요
사람이 먼접니다

공장을 멈춰라 생명이 먼저다
살인을 멈춰라 사람이 먼저다

여기 이미 죽은 목숨들뿐입니다. 숨 쉬는 동안 죽도록 저항합시다. 저항이 죽은 목숨 살리는 길이고 나와 내 이웃 그리고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입니다. 살아 반드시 살아 저항합시다. 김철강의 주검 앞에 저항의 삶을 다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