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차이나와 경제의 암흑대륙, 물류분야
팍스 차이나와 경제의 암흑대륙, 물류분야
  • 참여와혁신
  • 승인 2011.11.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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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성장 타고 한-중 물적·인적 교류 활발
운송수단·물류서비스 관련 직업 ‘장밋빛 전망’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팍스 차이나(Pax China). 21세기 중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예견하는 말이다. 역사상 ‘Pax(특정 국가의 지배 아래서의 평화)’라는 말은 딱 두 번 쓰였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그것. 팍스 로마나는 BC 1세기 말부터 5현제 시대까지의 약 200년을 일컫고, 2차 대전 이후 미국중심의 국제질서를 가리키는 말이 팍스 아메리카나다. 이는 열국을 숨죽이게 만드는 강력한 국가의 등장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중국은 무섭게 성장해왔다. 그리고 한국은 그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가장 많이 챙겼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만년 무역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한국이 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중국에서 얻은 무역수지 흑자였다.

이제 중국은 우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파트너로 부상했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2위 미국, 3위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또, 우리의 해외투자 대상국 1위 역시 중국이다. 인적교류도 폭발적이다. 지난해 해외 유학생 4명 가운데 1명은 중국을 선택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 차이가 불과 2,000명에 불과해 이마저도 역전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류분야 성장잠재력 높아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중국을 잘 활용하느냐, 혹은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번영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의 부상을 우리가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한국경제의 장래는 충분히 밝다는 뜻이다. 이것은 비단 국가에만 국한된 말은 아니다. 개인도 중국경제의 성장에서 기회를 찾고 관련된 직업에 종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산업이나 제품은 곤경에 직면하겠으나, 서로 보완성을 갖는 경우에는 엄청난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

달리는 말과 경주하려고 하기보다 그 등에 올라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즉, 중국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면 입지, 사람의 중요성이 높은 서비스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혹은 제조업이라면 고급화, 첨단화, 디자인 강화 등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때 우리나라의 신발, 의류 등 경공업 제품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거의 고사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첨단소재와 기능성을 접목한 의류, 신발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회복한 것은 물론 중국시장에 역공을 펴는 최근의 상황은 우리산업의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인적, 물적 교류 증가에 힘입어 성장이 예상되는 대표적 산업으로 물류분야가 있다. 한반도는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성장하기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반경 1,200㎞ 이내에 약 7억의 인구가 상주하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3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만 해도 43개에 달한다.

해운, 항공운송은 상해, 청도, 북경 등 우리와 인접한 중국 도시의 성장과 직접적 관련성을 가진 산업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으로부터 대형화물선에 싣고 온 짐들을 우리나라의 부산항이나 광양항에서 나누어 싣고 중국의 각 도시로 향하는 환적은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판명이 나 있기도 하다.

또한, 영종도 국제공항은 동북아의 거점 공항으로서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중심지로 부상하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동북아로 가는 여행객이나 화물이 인천공항을 중간기착지로 삼아 환승, 환적하는 것이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서남아, 중동 등에서 미국으로 가는 여행객이나 화물도 인천공항을 중간기착지로 삼고 있다. 중국이 발전할수록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해운, 항공운송이 더불어 발전할 것이고 중국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한국에 동반성장의 기회가 열릴 것임은 자명하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물류관련 유망직종

물류에 필수적인 것은 운송수단과 물류서비스이다. 운송수단으로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가 있으며, 물류서비스는 운송수단, 물류수요, 물류정보를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사람과 물자를 적기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운송수단 중 우리나라는 자동차, 선박분야에 있어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물류가 확대되면 운송수단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이 경우 자동차 디자이너, 자동차 엔지니어, 선박엔지니어, 시추선(Drill Ship) 선박공학 엔지니어 등과 같은 제조업 직종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친환경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은 친환경 교통, 물류수단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차세대 자동차 연구개발자, 연료전지 개발자, 대체에너지 연구원, 선박환경 기술자, 선박대체연료 개발자, 친환경선박설계 기술자 등의 부상이 예상된다.

이를 직업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시추선 선박공학 엔지니어가 유망한 이유는 원유의 고갈과 관련되어 있다. 육상에서 채굴할 수 있는 원유가 점차 고갈됨에 따라 바다 아래 땅속에서 시추를 통해 유전을 개발하는 시추선(또는 해저굴착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연안 근처 바다 속 원유도 점차 고갈되어 원양으로 나아가는 추세이며 이제는 북극 원유개발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바다가 녹으면서 북극 유전 개발이 힘을 얻고 있으며, 영하 40도의 북극해에서 유전을 개발하려면 극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시추선 개발이 필수적이다.

선박환경 기술자는 선박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환경에 치명적인 각종 물질의 수송이 증대되면서 해양환경 오염에 대한 사전적인 대처를 담당한다. 이들은 수시로 강화되는 국제 선박환경규제 기준을 모니터링하고, 국제 환경기준에 적합한 선박이 제작될 수 있도록 선박설계 및 선박제조 기술자에게 선박환경에 대해 조언을 한다.

선박대체연료 개발자는 친환경선박 운항에 필수적인 대체연료 개발을 담당한다. 이들은 화석연료 대신 대기오염이 없으면서도 거대한 선박을 움직이기 위해 충분한 동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알코올, 디메틸에테르(DME) 등 대체연료에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선박설계 기술자도 있다. 국제 선박환경 기준과 선박에서 발생 가능한 환경오염을 분석해 친환경선박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다음으로 물류서비스 분야에서 유망한 직업으로는 물류관리전문가를 꼽을 수 있다. 주로 회사 내에서 물류의 이동, 보관, 선적 등에 걸리는 시간 및 비용을 철저히 파악하여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운송계획을 수립하는 일을 담당한다. 하역, 포장, 보관, 수송, 정보, 유통가공 등 물류와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통합관리하고, 물류시설 관리 및 상담, 자문 등을 수행한다. 경제의 세계화에 따라 소비자가 전 세계에 퍼져 있고, 기술혁신으로 운송 및 통신수단이 다양해지며, 적기배송의 중요성이 증대하는 만큼 물류관리사는 주목받는 직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3자 물류 및 복합운송의 확대와 더불어 물류컨설턴트의 장래도 밝다. 자사에서 전적으로 물류업무를 처리하는 1자 물류, 분사화를 통한 물류 자회사를 활용하는 2자 물류에 비해, 3자 물류는 물류업무를 물류전문업체에 모두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화물차, 선박, 항공 등 다른 운송수단을 활용하는 복합운송이 확대되면서 화주로서는 최소비용으로 적기운송을 보장하는 물류수단과 방식을 찾기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밖에 종합물류센터 개발자, 물류기기 디자인 설계자, 유통단지 부동산개발 담당자, 종합물류센터 개발과 관리자, 자료 분석 전문가 등도 유망하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미국의 피터 드러커 교수는 물류를 ‘경제의 암흑대륙(The Economy’s Dark Continental)’이라고 표현했다. 물류는 마치 해가 비치지 않는 것과 같은 미개척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에 진출하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부상, IT 등 과학기술의 발전, 교통통신 혁명 등의 공통분모가 물류분야인 만큼 해당분야 직업전망도 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