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섭섭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
어딘지 ‘섭섭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1.11.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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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무기계약직 전환 … 정규직과 차별 해소될까?
노동계, “근본적 해결 방안으론 여전히 미흡”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놓고 기존의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을 합리화시키고 이른바 ‘중규직(비정규직과 정규직 중간직군, 무기계약직)’이라는 새로운 차별 직군을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와 여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28일 오전 발표했다.

기관별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직무분석과 평가 기준에 따라 일정 해당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정부 발표안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2년 이상 계속해 근무했으며 향후에도 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며, 9만7천 명 정도가 검토 대상으로 추정된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이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 중 해당 기준을 각 기관에 시달할 예정이다. 각 기관은 분석과 평가를 거쳐 일정 기준 해당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실적을 반기별로 제출하게 된다. 정부는 또한 앞으로 기관별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분석, 점검할 계획이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현황
무기계약직, 제2의 차별 직군?

노동계는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 아닌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근로조건의 차별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근로계약기간의 제한이 없고 이번 대책으로 차별이 개선된다면 무기계약직은 사실상 정규직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쯤에 어중간하게 위치한 ‘중(中)규직’을 만드는 수준에 그쳤다”며 “무기계약직은 근로기간에서는 정규직과 같지만 임금 및 처우 등 각종 노동조건은 비정규직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며 “공공부문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합리화시키고, 또 다른 중규직을 탄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고용개선 컨설팅 및 차별시정 점검 강화 등으로 합리적 고용관행을 정착”시키고 “맞춤형 복지제도, 상여금,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의 수혜를 확대해 복지확충과 처우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선 대책에 대해 노동계는 “재탕에 불과”하다거나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미흡함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또 “이번 대책의 첫 머리부터 비정규직 활용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것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경기 하강기에 민간의 고용여력이 떨어지면 공공부문이 대신하는 것처럼, 정부 스스로도 ‘행정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이번 대책의 기본 방향으로 삼았음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은) 이해되지 않는 처사”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또한 “이미 2007년부터 추진해 온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대책을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전면 중단한 바 있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확산을 부추겨 온 잘못된 정책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부문 간접고용은 ’06년부터 증가세

공공운수노조·연맹 한대식 정책부장은 “무기계약직이라는 제2의 차별이 고착화되는 지점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 자체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2006년부터 각 기관에서 직접고용한 비정규직은 4만여 명이 대폭 감소했다지만 파견·용역직은 3만5천여 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정부나 각 기관이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왔다는 점을 반증하는 통계”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용역업체 적격심사 시 ▲ 4대 보험 적용 ▲ 포괄적 재하청 금지 ▲ 노동법 준수 확약서 제출 등을 강화토록 주문하는 한편, 계약체결 시에는 ▲ 고용승계 ▲ 계약내용 공개 ▲ 분기별 임금명세 제출 등의 용역근로자 보호 사항을 명시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전교조, 여성연맹, 민주일반연맹 등 6개 산별노조와 산별연맹, 비정규직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비정규직 대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재계 역시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금 일자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시키는 것”이라며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폐지 또는 연장, 파견근로자 허용업무 확대 등 고용유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