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안 마시면 불안하신가요?
술을 안 마시면 불안하신가요?
  • 서영민 한의학 박사
  • 승인 2011.11.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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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행동장애·신체적 이상 불러
가족도 함께 치료해야 효과적

서영민 한의학 박사
인천 우보한의원 원장
젊어서는 술을 많이 마셨는데 요즘에는 술 마시는 횟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니 밖에서의 약속도 줄어들고, 한의원을 개원한 이후에는 다음날 진료가 걱정되어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요즘도 가끔 밤에 번화가를 지날 때면 술에 취해서 몸을 못 가누고 다니시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술을 처음 마시게 되면 왠지 모든 고민이 잊혀지고, 친구 사이의 서먹한 거리감도 없어지는 매우 좋은 수단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절제 없이 무모해지며, 과격한 말과 행동을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 한방병원에서 인턴시절에 알코올 중독증 환자를 담당했던 적이 있었는데, 술 마시기 전에는 정말로 신사적이었던 환자분이 병원에서 몰래 외출해 술을 드신 다음에는 병실에서 고함을 지르며 주정을 부렸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다음날 아침에는 다시 신사로 돌아와 저희에게 사과를 하던 모습을 보면서, 어제 그분이 오늘의 그분인지 믿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평소의 불안이나 갈등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고,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건전한 음주의 경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일 없이, 이러한 불안의 해소와 쾌감을 가져오는 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그러나 성격적으로 장애가 있는 경우, 알코올에 대한 친화성이 강한 경우, 음주의 강한 쾌감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경우, 정신적 불안이나 갈등 환경에 지속적으로 놓이는 경우에는 단순히 건전한 음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장애를 나타내는 반복 음주가 지속되고, 이는 결국 알코올 의존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지속적 음주 이후에 술을 마시지 않으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을 금단 증상이라 하는데 처음에는 불안과 고민이 커지고, 이로 인하여 잠들기가 어려우며, 잠을 자더라도 악몽이나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수면장애가 나타나게 됩니다.

조금 더 증상이 심해지면, 손발이 떨리면서 덥지도 않은데 식은땀을 흘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으슬으슬 춥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게 되고, 결국에는 환각이나 환청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질환자와 같은 경련발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이 지속되면 정신적인 행동장애뿐 아니라, 위염이나 위궤양, 췌장염,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부정맥 등의 신체적 이상이 발생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일시적 감금으론 근본 치료 어려워

알코올 의존증의 치료는 조기에 시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스스로 술을 끊겠다는 결심을 가질 때까지 기다리면 좋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의 경우 스스로 술을 끊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정기간의 감금은 일시적인 금주 상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알코올 중독의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환자의 정서를 파악하고 이해와 애정을 가지면서, 현재 생활에서 알코올이 주는 쾌감과 바꿀만한 적당한 가치나 전환의 대상을 찾아내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환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방법보다는 가족을 치료에 참여시키는 집단적인 치료방법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으며, 치료 이후에도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되기 쉬운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나이가 많을수록, 술 마셨던 기간이 길수록, 금단증상이 심할수록, 다른 합병증이 있을수록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전문가의 지도와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협조가 따라 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알코올로 인한 금단증상이 심하거나 신체적인 합병증이 나타난다면 이에 대한 약물치료도 병행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알코올 의존증 자가진단

아래 항목 중 4가지 이상 해당되거나 ⑩번에 해당되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①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한다.
②  혼자 술을 마신다.
③  술 마신 다음날 해장술을 마신다.
④  취기가 오르면 술을 계속 마시고 싶어진다.
⑤  술에 대한 욕구를 참을 수 없다.
⑥  필름이 끊기는 일이 한 달에 2번 이상 있다.
⑦  술로 인해 일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⑧  음주 문제로 가족들과의 트러블이 있다.
⑨  술이 깨면 식은땀이나 손 떨림, 불안 등이 있다.
⑩  술로 인한 신체적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