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 되다
노동자,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 되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1.11.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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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으로 노동자 대표 참여 길 열려
턱 없이 낮은 퇴직공제부금 현실화될까?
[현장 1] 건설노동자의 공제회 참여

▲ 강팔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왼쪽)이 현대해상화재보험(주)와 건설근로자 단체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건설근로자공제회, 설립 이래 건설노동자의 소득증대와 복지확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일하고 있는 기관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올해부터 노동자도 주체로 참여하게 됐다. 건설노동자를 위해 일하는 기관이지만 지금까지 노동자의 참여는 배제돼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노동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5명 중 2명 … “이제 출발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1997년 12월에 설립됐고, 1998년 1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법에 정한 대로 퇴직공제사업, 복지증진사업,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 개발·향상, 취업지원사업 등을 수행해왔다. 모두가 건설노동자의 소득증대와 복지확대를 위한 일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건설노동자를 위해 일하는 기관이면서도 정작 노동자의 참여는 지금까지 배제돼 왔다. 법뿐만 아니라 건설근로자공제회 정관에서도 노동자가 공제회의 운영에 참여할 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기관은 지금까지 운영위원회와 이사회였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사업과 운영방향, 임원 선임 등을 심의하는 운영위원회는 이사장과 고용노동부 및 국토해양부 공무원, 8개 건설업 관련 사업주단체의 장으로 구성된다. 정부와 사업주 단체는 참여할 길이 열려 있지만 노동자의 참여는 배제된 것이다. 또 예산 및 결산, 사업계획 및 자금계획, 정관 변경 등을 심의·의결하는 이사회에도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규정은 없다.

그동안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산업연맹) 등 노동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건설산업연맹 이영록 정책국장은 “건설노동자를 위한 사업을 운영하는 기구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없다는 건 모순”이라며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사업과 예산을 심의하는 데 건설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져 올해 7월 25일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개정된 법 제9조의4 제3항에 ‘전국적 규모의 노동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추가된 것이다.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로 이원화돼 있던 의결기구도 이사회로 일원화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노동자도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사업결정에 참여할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아직은 그 길이 넓지 않다.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산하의 건설산업연맹이 각각 추천하는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해도 2명에 불과하다. 전체 15명 내외(법에는 20명 이내로 규정돼 있다)의 이사 중에서 겨우 2명이 참여한다고 해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건설산업연맹 이영록 정책국장은 “이제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노사정이 동수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건설산업연맹이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퇴직공제부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노동자 목소리 얼마나 반영되나?

지난 11월 5~6일, 인천건설기술교육원에서는 건설산업연맹이 주최하는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건설기능학교에서 기능을 갈고 닦은 노동자들이 그동안 익힌 기능을 선뵈는 자리였다. 건설기능학교는 건설산업연맹이 주도해 우수 기능인을 육성하기 위해 전국 7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기관이다.

다른 산업부문에서 노조의 참여가 경영에 대한 감시 등에 치중되고 있는 데 반해, 건설산업에서는 이처럼 교육훈련에도 노조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노동자는 특정 기업에 소속되기보다 일용직의 형태로 고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건설노동자를 대표하는 건설산업연맹은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교육훈련을 통한 양질의 기능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건설산업연맹은 이와 같은 기여 외에도 “다른 한편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자립적 경제활동의 기반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공공성의 측면에서도 크게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산업연맹이 노력하고 있지만, 임시일용직이라는 고용형태의 특성상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은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건설노동자가 고용되는 기간은 1년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통상 1년 이상 고용돼야만 적용받을 수 있는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노동자의 노후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퇴직공제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이 같은 건설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노동자의 참여가 배제돼 왔기 때문에, 퇴직공제제도의 운영에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실제로 퇴직공제제도는 전체 건설현장에 적용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립금액도 하루 일할 때마다 4천 원씩 적립되는 데 불과하다. 그 결과 건설노동자 개인당 1년 평균 적립금액이 3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후가 불안한 건설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노후소득 보장에는 턱 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이 때문에 건설산업연맹은 현재 5천 원인 퇴직공제부금 상한액을 폐지하고, 2012년부터 우선적으로 공제부금을 하루 1만 원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영록 정책국장은 “정부와 산업 차원에서 건설노동자의 고용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재원과 기금을 적립해 다양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면서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게 된 만큼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복지를 위한 노동자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과제를 제시했다.

노동자 대표의 참여로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사업에 노동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