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의 필요충분조건
성공기업의 필요충분조건
  • 참여와혁신
  • 승인 2006.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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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보수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 아니다

기업 영속성 보장과 인재관리에 투자해야

황 동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 선임연구원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1869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이다.
노드스톰(Nordstrom). 시애틀의 작은 구두회사로 시작하여 현재 미국 전역에 패션 관련 양판점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유통 회사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1998년 이후 S&P 500 (기업의 시장가치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시가총액식 산출방법으로 계산했을 때 상위 500개 기업) 평균 보다 두 배에 가까운 주가 수익률을 주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회사이다.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이들 기업들이 매년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뽑힌 100대 기업에 포함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에서는 다른 직장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장점들이 몇 가지 있다. 다소 진부해져 버린 얘기 즉, ‘단기적인 이윤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들의 장점들을 기업 고유의 가치로 승화시켰다.’ 모두들 알고 있는 얘기인 것 같지만 다른 많은 기업들은 이들과 같이 하지 못했다. 어떠한 요인들이 ‘실적도 좋고, 일 하기도 좋은 회사’를 만들었을까?  다음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하나. 감원 조치는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삼는다
무엇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핑크 슬립(pink slip; 해고 통지서)’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반 직원들은 물론 경영자들에게도 해당된다.
고용의 불안정성은 직원들의 근로 의욕 및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특히 임원들의 경우 단기 이윤에 집착하는 의사 결정을 유도하여 기업의 장기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우려가 존재한다. 


리바이스(Levi Strauss)나 휴렛패커드(HP)의 경우 직원들을 대량 해고시키면서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물론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에서 빠졌다는 것이 기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뽑힌 기업들에는 필히 좋은 인재들이 모이고 이것이 기업의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둘. 기업 성과는 모든 임직원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기업의 성과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임원들에게 집중되는 경우 자칫 여타 직원들에게 불만의 소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불만들이 조금씩 싹트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그 조직은 내부 불화에 시달리게 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애로를 겪게 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신규로 상장되는 자기 회사 주식의 약 20%를 직원들에게 배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은 임직원들로 하여금 기업의 성과가 합리적으로 분배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하여 업무에 보다 충실하게 임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결국은 기업의 생산성 증대로 이어져 ‘일하기 좋은 회사가 성공한 회사’라는 메커니즘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셋. 오랜 시간에 걸쳐 강한 기업문화와 소속감을 확립한다
최근에 와서 기업문화는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주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때론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1등 주의’라는 기업문화를 이끌어 낸 삼성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1등 기업이 되었다. 독특한 친화력과 결속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기업 문화와 직원들의 소속감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스웨덴 계 이주민 가족에서 뿌리를 두고 있는 노드스톰(Nordstrom)은, 현재 주식회사로 전환되었지만, 창업 초기 형성된 친화력과 결속력을 바탕으로 미국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에 손꼽히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젊은이들은 사적(private) 회사를 공개된 기업들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들의 선호는 회사가 뛰어난 인재풀(pool)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것이 기업 실적의 높은 신장세로 연결되고 있다.

 

넷.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고객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 즉, 고객만족 활동은 경제 내 초과 공급 상태가 지속되는 한 기업 경영에 있어 최대 화두가 아닌가 한다. 고객에 의해 선택 받지 못한 기업이 도태되는 것은 최소한 우리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절대 진리이다.


창업 초기 구두 회사로 출발한 노드스톰(Nordstrom)의 경우 직원들이 무릎을 굽혀 고객을 대하였다. 이후에도 창업 초기의 고객 만족 정신을 계승하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늘 고객에게 허리를 굽히는 자세로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한 결과 미국 전역에 체인망을 가진 대형 양판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직원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회사 가치가 높아지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친밀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더욱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다섯. 해외 자회사 인력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라 
글로벌 생산 및 판매 거점 확보가 기업의 주요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처럼 해외 생산 등이 보편화되면서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직원들의 관리도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다. 특히 각국마다 노동 관리 기준이 상이해 기업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자칫 노동 관리 기준에 대한 모니터링에 소홀할 경우 소송 위험 등이 상존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네트워크가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네트워크의 핵심이 되는 인력 관리를 어느 기업이 더욱 잘 하느냐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이 아닌가 한다. 

 

보상이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는 아니다
‘단기 이윤보다는 고객 및 종업원 만족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고객에게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종업원에게는 성과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보상 등을 통해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


기업이 꼭 실천해야 할 명제들이긴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를 실천함에 있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일하기 좋은 여건 조성 즉, 인적자원 관리의 효율화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 및 실적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일본의 대표적인 IT 기업 후지쯔가 일본 기업의 전통과 문화의 고려 없이 미국식 성과제도를 도입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현실을 잘 반영하는 성과 지표 개발도 미흡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과 보상 체계를 도입하여 조직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델파이의 파산 신청, GM, 포드 등 미국 대형 자동차업체들의 경영 위기는 기업들이 과거 노동자에게 지급을 약속했던 과도한 퇴직연금, 건강보험 등과 같은 비용 부담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직원들에게 많은 보상을 주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회사의 어려움은 결국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는 보상 체계로는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지언정 성공한 회사를 만들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단기 성과주의·유행 좇는 인사관리 기법 지양해야
최근 들어서 기업들은 과도한 비용을 들여서 최신 유행 인사관리 시스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많이 있다. 개별 기업에 절실히 요구되는 개선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최신 인재 관리 기법의 도입만으로는 효율적인 인재 관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엄청난 비용을 들여 외부로부터 영입한 경영자가 내부에서 발탁된 경영자에 비해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미국의 유명 HR 컨설팅 회사 휴이트(Hewitt)에 따르면 미국에서 경영 실적이 좋은 선도 기업의 85%가 조직 내부에서 경영자를 선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외부의 구세주는 단기 경영 성과에 치중하여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기업 문화 형성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이 발전해온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최신 전자제품을 구매하듯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업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정도의 과도한 보상 제도를 채택하는 것으로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고 이것이 기업의 실적에 바로 반영될 것이라는 환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