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를 벗어나는 방법
교착상태를 벗어나는 방법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6.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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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쟁점 잠시 보류하고 관심사 전환 시도해 보자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창원에 소재하고 있는 D중공업은 현재 10개월째 협상이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특정 연령대에서 임금을 줄여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노조전임자 축소를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오히려 정년 연장과 노조전임자 확대, 노조재정자립기금 출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은 서로 양보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은 채 상대방의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길어지다 보면 협상이 교착상태나 답보상태에 놓이거나 아니면 결렬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가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다는 것은 노사 양측이 더 이상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없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을 말한다.

 

이것은 노사가 서로 대화는 지속하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답보상황과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노사 모두 협상의지가 좌절되어 더 이상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하는 결렬상황과 유사하다.


노사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인데도 초보협상가들은 교착상태를 협상결렬(deadlock)로 오해하거나 나의 협상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반면에 노련한 협상가는 협상의 어느 지점에서 교착상태를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교착상태를 하나의 협상과정으로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느끼면 무언가 해결책을 찾아내어야 하는데, 그 해결책은 반드시 문제의 핵심일 필요는 없으며, 조그마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협상의 교착상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 협상대표 즉, 교섭위원을 한 명이라도 바꿔보자. 우리는 종종 비교적 단순한 협상이슈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슈와 사람이 결부되어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장기간의 협상레이스에서 상대방과의 사이에 감정이 결부되게 되면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문제는 자꾸만 꼬여가게 된다. 단지 마주앉은 상대방이 싫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라.

 

둘째, 협상장소를 변경해 보자. 장소는 협상자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회사 내 회의실 등의 장소에서 협상이 이루어져 왔다면 상대방의 안방에 들어가 협상해 보라는 것으로, 회사 측의 입장이라면 다음 협상장소를 노조사무실로 결정하는 것이다. 회사는 그 자체만으로 손해 없는 양보를 한 것이 되고, 상대방인 노조는 손님을 맞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셋째, 제3자를 활용해 보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나아가 결렬되는 상황에서도 굳이 당사자끼리의 해결을 끝까지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문제를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알게 되거나 관여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이의 해결을 신뢰받는 제3자에게 맡기는 것도 수준 높은 해결책이다. 이 경우 조정자(mediator)는 협상당사자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고 적대감이나 긴장을 완화시켜 협상의 실마리를 찾아주고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만들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넷째, 핵심쟁점에 대한 논의를 일시보류(set-aside)하고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앞의 사례에서 정년 연장이나 노조전임자 문제가 아닌 사소한 다른 문제부터 먼저 해결함으로써, 본질적인 협상의제로 들어가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비록 외형상 단일한 협상안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여러 개의 협상안으로 분리할 수 있고, 그 중에서 핵심과 주변을 정리할 수 있다. 초보협상가들은 중대 사안부터 먼저 해결하려고 덤벼들지만 유능한 협상가는 사소한 것부터 우선 해결하려고 한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협상의 교착상태를 결렬상황으로 오해하지 말라. 단지 협상장소를 바꾸는 사소한 변화가 타결의 물꼬를 트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