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생의 입으로 말하다
학교폭력, 학생의 입으로 말하다
  • 김현정 기자
  • 승인 2012.01.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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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대한 선정적 언론보도에 실망
통합진보당, ‘학교평화법’ 제정 추진 시사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문제의 원인은 없고 선정적인 기사만 양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당사자인 학생의 목소리로 제기됐다.

15일 오후 2시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이 주관한 ‘학교폭력 관련 긴급 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집담회에는 20여 명의 중·고등학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소속 교사, 교육 전문가들이 참가하여 학교폭력에 대한 선정적 언론보도를 비판하고 심도 있는 원인 규명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집담회에서는 그간 언론의 학교폭력 보도 경향을 지적하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만 양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자는 “최근 언론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보도를 하는 것은 조회수 올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준다”며 “문제의 원인에 대한 고민은 없고 학교폭력이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 부광여고 심 모 양은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교육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약육강식과 경쟁의 논리로 짜여진 교육제도 속에서 물리적 관계도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의 심화는 교육제도에 내재된 경쟁원리 때문인데 언론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학생은 “친구들로부터 냉정히 무시당한 경험이 있는데, 구타나 성폭행도 그렇지만 무시당한 데서 오는 정신적 충격도 굉장히 크게 남는다”며 “비가시적이고 일상적인 폭력도 만연한데, 언론은 더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는 사건만 보도한다”고 지적했다.

집담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체로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실효성 없는 대책들보다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교사들과 정책 전문가의 의견도 방향을 같이 했다.

이영탁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기획실장은 “일단은 학교폭력에 대한 사후대책 논의보다는 원인논쟁이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일선 학교에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교육청, 장학사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에서도 많은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 완전히 배제되었기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현재의 무관용 정책과 같은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대응 방침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전교조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임당 통합진보당 교육정책담당관은 “학교폭력 문제를 미봉책으로 넘기는 데 그쳤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었다”면서 “이제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담당관은 “그간 언론이 보여준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학교폭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문제해결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며 “또한 교육 주체들 간의 논의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을 위한 ‘학교평화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집담회는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으며, 참가한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이런 자리에 참가해보고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당사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