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금속노조, 투쟁도 15만이 함께
15만 금속노조, 투쟁도 15만이 함께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2.02.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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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호기, 어떻게 잡을까?
박상철 위원장, 현장 돌며 의견수렴·투쟁 조직
[현장 2] 금속노조 2012 투쟁 포문 열다

지난 1월 13일. 오후가 되자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앞으로 일군의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이윽고 푸른색 깃발이 오르고,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심야노동 철폐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노동법 전면재개정을 외쳤다. 금속노조가 올해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투쟁선포대회’는 살을 에는 겨울바람 속에 그렇게 시작됐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올해는 반격 … 조합원 기대감 높다

전국에서 2천여 명의 금속노조 확대간부와 조합원들이 이날 투쟁선포대회에 참여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앞 인도를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웠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눈은 기대로 가득했다. 올해는 현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이기도 하고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해여서, 그동안 밀려왔던 노조운동진영이 반격할 기회라는 것이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 이날 대회사에서 “노동자를 지독하게 탄압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몰락해 가고 있다”며 “금속노조가 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조합원들의 기대를 반영한 발언이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이날 투쟁선포대회에서 금속노조는 2012년 한 해 동안 투쟁해야 할 과제로 ▲ 심야노동 철폐 및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 ▲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 ▲ 노동법 전면재개정을 내세웠다.

이날 투쟁선포대회에 앞서 시그네틱스, 쌍용자동차 등 금속노조 투쟁사업장 노동자 350여 명은 서울 시내 곳곳을 돌며 2박3일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13일 오전 서울 역삼동 마힌드라 서울사무소 앞에서 공동행동 해단식을 열고 “한진중공업 투쟁을 겪으면서 희망을 보았다”며 “비록 지금은 절망뿐인 삶이지만 2012년 투쟁에서 꼭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그림은 그려졌다 … 문제는 실천

금속노조의 올해 투쟁선포를 시작으로 노동계의 올 한 해 투쟁이 시작됐다. 지난 1월 28일로 농성 1,500일을 맞이한 재능교육지부 농성장 앞에서 ‘희망 색연필’ 행사를 진행한 것을 필두로, 오는 2월 15일 쌍용자동차 투쟁 1,000일을 맞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희망 색연필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15일까지 ‘투쟁사업장’을 도보로 돌며 집회와 선전전을 이어가는 ‘희망 뚜벅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차원의 올해 투쟁도 큰 그림이 그려진 상태다. 올해 4월 11일 치러지는 총선에 맞춰 민주노총은 3~4월에 대대적인 총선투쟁을 펼 계획이다. 또 6~7월에는 금속노조를 비롯한 각 가맹조직들이 임·단협 집중투쟁을 벌인다. 이어 8~9월에는 민주노총이 ‘정치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11~12월에는 대선투쟁도 이어진다.

민주노총은 1월 31일 정기대의원대회에 ‘친재벌 반노동 정책’을 심판하고 ‘노동존중 민중복지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업계획을 제출해놓고 있다. 특히 당면한 총선과 관련해 6개 영역에서 20대 핵심요구를 설정하고, 6~7월 산별 시기집중 투쟁을 거쳐 8~9월에는 노동법 전면재개정을 위한 총파업 투쟁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속노조 역시 투쟁선포대회를 통해 공언한 대로 ‘15만 공동투쟁 성사’를 정점으로 하는 올해 투쟁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현 정부가 집권말기에 접어들고 사회·정치적인 영향력 확대가 가능한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는 등 ‘호기’가 조성되고 있다. 따라서 15만 공동투쟁으로 금속노조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그동안의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투쟁선포대회에서 제시했던 4대 투쟁과제는 이 같은 공동투쟁을 만들기 위한 금속노조의 고민의 결과다. 그동안 완성차지부에서 주로 요구해왔던 심야노동 철폐와 주간연속2교대제를 금속노조의 과제로 설정한 것은, 그동안 시기집중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완성차지부들과 함께 가겠다는 금속노조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4대 투쟁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다른 의제들도 완성차지부들과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이 밖에도 금속노조는 구조조정 사업장 및 투쟁사업장 문제, 복수노조·타임오프 문제, 투기자본, 노동자 건강권 등 당면하고 있는 의제들에 대한 쟁점화도 계획하고 있다. 또 총선, 대선에서 금속노조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현장정치실천단 구성, 노동자정치문화제 개최 등 현장 중심의 정치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는 않다. 투쟁선포대회에 참석한 경기지부 소속의 한 조합원은 “해마다 계획은 거창하게 세우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계획대로만 된다면 조합원들이 정말 맘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만도지부의 한 조합원은 “금속노조의 방식을 따라 움직일 테니 좀 더 강하고 정확한 방향으로 투쟁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면서 “올해는 총선과 대선도 있으니 금속노조와 노동자의 위상을 확실히 높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금속노조 7기 지도부 역시 이 같은 조합원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박상철 위원장은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현장순회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장을 순회하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한편, 조합원들을 설득해 말 그대로 ‘함께하는’ 투쟁을 조직하기 위함이다.

금속노조의 입장에서 볼 때, 2012년이 ‘호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금속노조의 노력에 달려 있다. 박상철 위원장을 비롯한 금속노조 7기 지도부가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금속노조가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